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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이 Mar 19. 2022

6 똘끼 질량 보존의 법칙

부정적인 에너지 방출하기

근대 화학의 아버지 앙투안 라부아지에가 최초로 정식화한 질량 보존의 법칙. 닫힌 계의 질량이 화학반응에 의한 상태 변화에 상관없이 변하지 않고 계속 같은 값을 유지한다는 법칙이다. 물질은 갑자기 생기거나, 없어지지 않고 그 형태만 변하여 존재한다는 뜻을 담고 있다. - 위키백과


어느 집단에서든 일정 양의 또라이가 존재하며, 한 명에 집중되었을 수도 여러 명에 분산되었을 수도 있다는 또라이 질량 보존의 법칙으로도 응용되었다.


개인에게도 해당되는 법칙일 것이다. 예를 들어 한 끼에 먹을 수 있는 양이 있거나, 하루에 할 수 있는 말의 양이 있다던지, 특정 시간이나 장소에서 발산할 수 있는 에너지가 계산되어 있거나 하는 식으로. 그래서 내가 수다를 떨고 싶은데 못하는 경우 답답하고, 사랑과 관심을 쏟고 싶은데 받아주는 사람이 없는 경우 외롭고, 화를 참고 참다 보면 화병에 걸리는 게 아닐까?




나는 우리가 결혼하자마자 자발적으로 남편을 위해 나의 감정을 억눌러왔다. 왜 그랬는지 모르게 그냥 무의식적으로 나 스스로를 희생시켜왔다. 물론 남편에게 말했지만 씨알도 안 먹혔기에 억울하고도 원망스러운 마음을 삭히며 살았다. 내가 대체 왜 이런 사람과 결혼했지, 이미 결혼했는데 이 사람이랑 어떻게 평생을 살지, 이 사람은 대체 왜 자신의 잘못을 고칠 생각도 없는 거지... 통곡을 하며 버텼다. 그렇게 버티다 내가 무너졌다.


여자가 한을 품으면 오뉴월에도 서리가 내린다는 말이 있다. 나는 엘사가 되어 서리를 몰고 다녔다. 




당시의 내가 감당할 수 있는 범위가 굉장히 한정적이었다. 당시의 나는 화가 머리끝까지 차올라 있었고 억울하고도 분한 마음을 표현하고 싶었다. 남편과 대화를 하다 보면 말이 안 통하니 언성을 높이게 되고 그러다 보니 괴로운 마음에 자꾸 소리를 지르고 싶었다. 너무 화가 나면 다른 물리적인 고통을 느껴서라도 정신을 놓아버리지 않을 것 같아 자해를 했다. 


내가 만약에 같은 상황으로 돌아간다면 나는 건전한 방법을 찾아 감정을 해소해 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 쌓이고 쌓여서 폭발하기 전에, 곪고 곪아서 터지기 전에. 분노를 참고 슬픔을 억누르지 말고 그때그때 내 마음을 표현하고, 다독이고, 위로해줄 수 있는 용기가 있었으면 좋겠다. 




처음에는 내가 원하는 것이 즉각적으로 이루어지지 않았을 때 굉장한 절망감과 상실감을 느꼈었다. 내가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을 때 그때 엄청난 좌절스러움을 느끼게 된다. 그런데 아무리 화를 내도 해결되는 건 없다. 그냥 그 화를 내는 사람만 안타까워질 뿐이다. 사실 그 몇 주, 몇 달, 몇 년을 기다리는 그 기간 동안 할 수 있는 게 하나도 없을 때도 있다. 그 무기력함, 그 절망감, 앞이 보이지 않고 희망도 잃게 되는 그런 상황이 생긴다. 이곳은 그런 상황이 정말 많아서 불확실성을 견디는 자세가 필수 불가결한 능력이 된다. 소극적 수용력, negative capability.


그리고 이제는 무기력하게 아무것도 하지 않고 버티는 것보다 새로운 대응방식을 찾았다. 


남편을 보기 힘들다면 차라리 하루 종일 외출을 하기

부정적인 감정표현의 배출구로 수백 장의 일기를 쓰기

소리를 지르고 싶다면 노래방을 가서 목이 쉬도록 열창하기

내 담당이 아닌 집안일을 참을 수 없다면 헬스장에 가서 운동을 하고 진을 빼기


그렇게 내 안의 부정적인 에너지를 고갈시키고 집에 오면 힘들어서 화를 내고 자시고 할 기운이 없다. 부정적인 감정이 들랑 말랑 할 때는 머리 닿자마자 곯아떨어질 정도로 몸을 혹사시켜야 한다. 그러면 찬바람 쌩쌩 불던 집안 분위기도 내 몸 하나 뉘일 수 있는 아늑한 쉼터가 된다.




그래. 내가 또라이일 수도 있다. 그런데 내가 또라이인 101가지 이유를 증명하더라도 그게 의미가 있는지 사실 모르겠다. 나는 어차피 나도 모르게 또라이짓을 하고 있을 테고, 그 원인을 안다고 해서 나의 똘끼가 완벽하게 제거되는 것도 아닌데. 그리고 사실 정상인의 범위가 다 다른데 내가 또라이가 아닐 수도 있지 않나?


또라이도 잘 살 수 있는 기회를 줘야 한다. 또라이도 적응해야 한다. 건강하게 스트레스 풀 수 있는 방법, 건전한 마음가짐과 정신상태, 그리고 벼랑 끝으로 떨어져도 살 수 있는 안전망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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