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왜 아직도 아날로그로 일할까?
코로나 발생 직후 한국과 이곳과의 코로나 대응 방법에 확연한 차이가 있었다. 정말 단순하게 비교를 하자면 예를 들어 새하얀 벽에 검은 얼룩이 확 번지고 있다면 우리나라는 그 검은 얼룩을 계속 닦고 이 얼룩이 번지지 않게 하기 위해 하루가 멀다하고 더 많은 손을 빌려 얼룩을 닦아내려고 한다면, 이곳은 그냥 얼룩이 번지는 것은 막을 방도가 없어 어쩔수 없이 놔두다가 나중에 흰 페인트로 덮어 칠해 버리는 것 같다. 이렇게 각 나라마다 비상사태에 대비하는 방식과 과정이 다르고 그 안에서 각 정부가 무엇을 우선순위로 고려하는지에 따라 다양한 방법이 나오는 것 같다.
한국은 코로나 대응방식 뿐만 아니라 다른 여러 정치 문화 사회적인 면에서 전반적으로 완벽주의를 추구하는 것 같다. K방역이라던지 확진자 동선 추적하고 밀접접촉자 감시, 보건소에서 담당하는 대량 코로나 검사나 잠복기 최대인 14일 격리 기준 등등을 정말 오랫동안 지켜왔다. 의사나 간호사 관련 직원들은 야근에 주말근무에 1년 넘게 쉴 틈 없이 일하시고 시민들은 마스크 쓰고 최대한 협조하는 그런 모습이다.
그래도 그렇게 해온 덕분에 전국적인 락다운이나 이동제한, 입국금지 조치가 한 단번도 없었어도, 출근길 지하철이나 버스 음식점 등 정말 다른 나라였으면 집단감염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들이 매일매일 일어나는데도, 어느정도 관리가 되는 것 같다. K94 마스크 생산과 공급까지 정부에서 관리해주면서 마스크 5부제를 실시해서 마스크 의무 착용을 하도록 하거나, 자가격리를 하는 경우 보건소와 동사무소에서 밀착관리하며 자가격리 구호물품도 부내주고, 보건소에서 무료로 PCR 검사를 정확하고 빠르게 진행해서 사전에 예방하는 법을 선택한 한국에서 정말 초동 대응을 확실하게 잘 한 것이다.
반면에 이 곳은 개인정보나 사생활 보호가 우선이기 때문에 동선은 개인이 공개하지 않으면 알 수가 없고, 개인정보나 프라이버시 보호를 더 중요시하기 때문에 우리나라처럼 카드사용내역이나 핸드폰 위치추적 등을 사용할 수 없어 확실하게 추적하지도 않는다. 심지어 초반에는 마스크도 의무착용이 아니었고, 검사비용도 비싸고 만일 코로나에 걸렸을 경우의 어마어마한 치료비용을 지불할 수 있는 능력이 없는 사람이 많아 밀접접촉자도 색출해서 검사받으라고 시키거나 자가격리도 권장만 됐었다. 작년 초 중국에 출장을 다녀온 한 미국인이 감기증상이 있어 자진해서 코로나 검사를 받았지만 결과적으로 검사비용만 $3,275불이 청구되었고, 보험을 적용하여도 $1,400불 정도를 자가 부담해야 한다는 뉴스가 유명했다. 물론 지금은 무료검사소도 많아지고 검사비용도 대부분 $20불이하거나 마트에서 $20-40불 대의 자가검사 키트도 판매한다. 백신 접종자와 비접종자를 차별하면 안되기 때문에 백신여권이나 백신의무화를 절. 대. 로. 연방정부 차원에서 하지 않는다는 대통령의 선언도 있었다.
당연히 초반의 이런 조치 뒤에는 이유가 있다. 첫째는 하고 싶지 않아서 이다. 국가적 차원의 협력보다 개인의 선택과 자유를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의 사고방식 때문이다. 개인의 자유가 범접불가한 신성한 영역이기 때문에 마스크 의무화에도 반대 시위하고, 락다운 정책도 철회 시위하며 총을 들고 주지사당을 점령하기도 하고, 백신 의무화와 코로나 음성확인 결과서 의무화에도 강력 반발하며 소송과 시위를 불사하는 것이다. 백신 접종자와 비접종자를 차별하면 안되기 때문에 백신여권이나 백신의무화를 절. 대. 로. 연방정부 차원에서 하지 않는다는 대통령의 선언도 있었다. 그러니 개인의 선택과 자유를 억압하는 것을 최후의 보루로 남겨두고, 바이러스의 확산을 막기 위해 백신과 치료제 개발에 전력을 다하는 국가도 있는 것이다.
둘째는 할 수 없어서 이다. 정말 단순하게 인프라의 부재로 인해 대응할 능력이나 방법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 곳은 한국처럼 국민보험이 있는 것도 아니고, 무료로 코로나 검사를 정부 주도하에 진행해주지도 않았다. 마스크를 의무화 할 수 없었던 이유도 방역마스크를 판매할 수 없었기 때문도 분명 있었을 것이다. 내가 한국에서 공수해온 K94 방역 마스크를 쓰고 있으면 모르는 사람들이 어디서 살 수 있는지 물어보는 경우도 많았다. 자가격리를 하면 구호물품을 제공하거나 자가격리자들을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인력도 없었을 것이다. 그리고 자영업자나 일용직 근로자 또는 휴가나 병가를 낼 수 없는 사람들의 수입과도 직결된 문제이기 때문에 지원금을 주지도 못할 것이다. 한국처럼 공무원들을 갈아넣어 계약서에 쓰인 업무 외의 일을 떠넘기거나 야근을 시키거나 할 수가 없으니 그렇게 코로나 추적이나 밀접접촉자 관리 등 추가적으로 발생되는 일들을 할 능력이 되지 못했던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아닌지 역설적이게도 이곳은 정부에 대한 불신이 커서 그런지 사람을 더 믿는 것 같은데 한국은 개인을 믿지 못하고 시스템을 더 믿는 것 같다. 예를 들어서 이곳은 백신 맞으면 야외에서 마스크 벗어도 된다고 하지만 마스크를 안 쓴 사람들이 백신을 맞았는지 안맞았는지 일일이 확인하지도 않고 확인할 수도 없다. 그냥 백신 맞았다는 그 사람의 말은 믿는 것이다. 그렇지만 코로나 시대가 길어지는 만큼, 상황이 심각할 수록 그에 맞춰서 대응 강도를 높히고 있다. 이 곳에서도 실내 행사나 타주 여행 시 백신접종여부를 확인하며 코로나 음성 결과가 있어야 자가격리 면제를 받을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하고 있다. 단지 그 백신증명서가 종이카드이긴 하지만, 그래도 정부에서 최대한 백신 접종자들 기록을 관리하고, 진위여부를 확인하고 사설 어플을 활용하기도 한다. 완벽과는 거리가 멀지만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하는 것이긴 하다.
반면에 한국은 정부가 체계적으로 최대한 완벽하게 관리하고자 적극적인 조치를 취한다. 정부에서 주도적으로 백신을 실제로 맞았는지 확인할 수 있는 접종증명서나 백신어플을 만들고 활용하고, 해외입국자인 경우 백신 접종 증명서의 진위여부를 검증하기 어렵기 때문에, 즉 개인을 믿지 않기 때문에, 해외 정부와 상호 인증 절차를 마련하기 까지 하는 것 같다. 정부에서 확실하게 하니 개인적으로 코로나 자가검사 테스트킷 사용을 허가하는 데 보수적인 입장인 것이다. 한국에서처럼 예방대응책을 아무리 확실하게 하려 해도 예측할 수도 없고 통제할 수도 없는 상황은 계속 터지니, 양쪽 다 먼가 아이러니 하면서도 씁쓸한 실정인 것 같다.
우리나라는 제도 안에서 보호를 받는다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된다면 이 곳은 제도가 개인을 속박한다고 느끼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마스크며 백신이며 사회적 거리두기며 모두 우리 스스로와 서로서로를 위한 것이긴 하지 않는가. 우리나라는 공동체를 위해서 그 정도는 모두가 배려하며 협력하여 이겨내자는 그런 정신이 있는 것처럼 느껴지는데, 이 곳은 그것 역시 자신이 선택해야만 하는 그런 심리상태인 것 같다. 물론 아닌 사람도 있을 테니 일반화 하긴 어렵겠지만 말이다.
백신이 대중화 되면서 여러 제약이 풀리다가 다시 변이 바이러스의 전염율이 높아짐에 따라 다시 조심해야 할 일들이 많아지고 있다. 사실 백신이 단시간에 개발된 만큼 효과가 완벽한 것도 아니고 코로나가 완전히 박멸될 수는 없다고 하니, 백신 의무화도 무엇이 맞는지 무엇이 옳은지는 모르겠다. 그냥 우리 모두 각자의 상황에서 각자가 옳다고 믿는 방법으로 각자 그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는 것 같다. 자유로워지는 만큼 책임감도 따라야 한다. 바뀌어야만 하는 것만이라도 바뀌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