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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이 Oct 08. 2021

코로나에 대처하는 공무원 노조의 자세

법이 있어도 vs 법조차도 없어서


한국에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이 있다면 하와이에 Hawaii Government Employees Association 이 있답니다 : ) 


신입 오리엔테이션에서 노조 소개 시간에 들은 이야기가 있어요. 공무원의 점심시간을 한 시간이나 확보해준 건 다 노조에서 싸워서(?) 이뤄낸 결과라며 굉장히 뿌듯하게 말씀하시더라고요. 


한국에서는 점심시간 한 시간이 기본인데 의아해했는데, 하와이 주는 휴게시간이 법에서 따로 정해져 있지 않더라고요! 보통 8시간 근무에 30분 무급 휴게시간이 권장되는데, 노조에서 45분 점심시간과 오전 오후 각 15분씩 휴게시간을 쟁취했다고 해요 ㅎㅎ 그래서 휴게시간을 점심시간에 합쳐서 한 시간 사용할 수 있게 되었대요.




더해서 고용 안정을 위해서 많은 노력을 한다는 이야기도 들었어요. 저는 처음에 공무원인데 철밥통 아닌가?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예산 부족의 경우 무급 휴직을 해야 하거나 업무가 중단될 수 없는 경우 심지어 무급으로(!) 일을 하는 경우도 있대요 ㅜㅜ 공무원인데?! 


실제로 이번 코로나 때, 대부분의 공무원직이 furlough 비자발적 임시 휴직을 하게 될 뻔 했었어요. 2020년 코로나로 인해 주 경제가 위기를 맞으면서 (하와이는 관광업계 의존이 큰 편이라 더 직격타를 맞았죠) 2021년도 예산이 부족하니, 공무원 월급을 줄이는 걸 해결방법으로 ㅜㅜ


코로나가 가장 심했을 락다운 시기에는 주립 도서관도 닫고, DMV도 닫고, 이민국도 닫고, 병원도 닫고, 정말 목숨이 왔다 갔다 하는 비상근무만 했을 때가 있었어요. 운전면허, 비자나 영주권 유효 기간도 연장됐다고 인터넷에 공지만 뜨고 업무가 아예 중단 ㅠㅠ 


한국도 코로나 때문에 공무원들이 재난지원금도 반납하고 연차보상금이 삭감되는 등 힘든 시기를 보냈다고 해요 ㅠㅠ 




선진국은 높은 인건비, 더 높은 세금과 좋은 복지 등 살기 좋아 보이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사실 실체를 들여다보면 한국보다 나을 게 없다고 생각될 때가 많아요. 오히려 굉장히 기본적인 것도 안 돼있다는 사실에 놀라기도 하죠.


한국이 헬조선이라고는 하지만, 적어도 한국은 법에 적혀있잖아요. 법만 보면 한국은 정말 근로자의 천국이 아닐까 생각되기도 해요. 그런데도 왜 법이 지켜지지 않을까요? 어쩌다 우리나라가 헬이 되었을까요? 외부에서 보면 정말 희한한 현상이에요.


- 근로시간이 4시간인 경우에는 30분 이상, 8시간인 경우에는 1시간 이상의 휴게시간

- 1주에 평균 1회 이상의 유급휴일

- 1년간 80퍼센트 이상 출근한 근로자에게 15일의 유급휴가 또는 1개월 개근 시 1일의 유급휴가

- 여성 근로자가 청구하면 월 1일의 생리휴가

- 임신 중의 여성에게 90일 출산휴가, 1일 2시간의 근로시간 단축을 신청하는 경우 이를 허용

- 배우자의 출산을 이유로 배우자 출산휴가를 청구하는 경우에 10일의 휴가

- 인공수정 또는 체외수정 등 난임치료를 받기 위하여 난임치료 휴가를 청구하는 경우에 연간 3일 이내의 휴가

- 자녀를 양육하기 위하여 1년 이내의 육아휴직


하지만 또 어떻게 생각해보면 법으로 세세하게 정해놓은 것 자체가 그만큼 원래 보장받아야 할 연차조차 자유롭게 쓸 수 없으니 이렇게까지 하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허태균 박사님의 <어쩌다 한국인이>라는 강의에서 한국사회는 종종 사회경제적 수준에 비해 준법의식이 약하다는 평가를 받는 것이, "규칙이나 규정에 상관없이 한국인들은 상황에 맞는 주체적 판단을 내리기 때문"이라고 해요.


고용주 판단에는 육아휴직 쓰는 근로자에게 월급 주는 것이 불합리하게 느껴질 수도 있고, 동료 입장에서 누군가가 휴가를 사용하면 그 업무가 부담으로 느껴질 수도 있고, 고용인의 입장에서 월급을 받으니 안되면 되게 하라는 모토로 말도 안 되는 마감기한에 맞춰야만 한다고 느낄 수도 있고, 야근도 다들 하니까 해야 하는 것이라고 주체적인 판단을 내렸을 수도 있고...




그러면 대체 뭐가 나을까요? 법이 있어도 지켜지지 않는 곳에서 법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것? 법조차도 없어서 통상적으로 하는 관례를 따르는 것? 아니면 법이 없으니 자신들만의 규칙을 만드는 것? 


어디가 더 살기 좋을까요? 무엇이 옳은 일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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