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홍이 Aug 31. 2022

코시국에 원인 불명 기침, 미국 병원의 진단은...

"이상 없음"

여행 후 한 달, 하루에 5만 보씩 걸어 발에 잡힌 물집이 굳은살이 되어 떨어져 나가고, 살면서 제일 많이 나왔던 카드값도 모두 지불했고, 이제는 여행을 다녀왔는지 그 기억도 희미해져 간다.


코시국에 아프니 혹시 나도...? 하는 의심이 솔솔 들지만 기침 두통 인후통 설사 구토 한 달 내내 겪고도 음성만 뜨니 더 답답했다. 특히 설사와 구토는 위아래로 삶의 질을 너무 떨어뜨려요ㅜㅜ


그 와중에 한국사람 8282 답답해 듀금인 미국 병원은 의사 선생님 만나기가 하늘의 별따기이다. 겨우겨우 예약을 잡아도 전화 상담뿐. 그래도 그게 어디냐, 의사 선생님께서 폐렴일 수도 있으니 엑스레이 찍어보라고 당일 병원 방문 + 항생제와 흡입기를 처방해주셨다.







대형 병원... 진료받기 너무나도 어렵지만 연결만 되면 친절의 끝판왕인 병원... 약통에 스티커와 설명서까지 한글로 준비해주는 맞춤형 서비스... 아침 저녁 1알을 그림으로 보여주는 섬세함 ㅎㅎ


그리고 그날 저녁 온라인으로 엑스레이 결과를 바로 확인할 수 있었다. 의사 선생님은 없지만 의료 서비스는 신속 정확 ㅠㅠ 나의 폐... 깨끗 이상 없음 뭐도 정상 뭐도 정상 염증도 없음.


그래도 대형병원이라 조금 마음이 놓였던 점은 만약 이상이 발견된다 하더라도 병원 내에서 바로 검사받고 필요한 조치를 취해줄 거라는 사실이었다. 만약 다른 보험이라 일반 개인병원에서 진료받는다면 엑스레이는 다른 병원에서 다른 검사는 또 다른 병원에서 치료는 큰 병원에서 옮겨 다녀야 했을 수도 있으니까.







하지만... 의사 선생님에게 필요할 때 바로 진료받지 못한다는 건 정말 큰 단점이다! ㅜㅜ 나는 어른이라 어디가 아픈지 어떻게 하면 좀 나은지 알 수가 있지만, 아기가 있는 경우는 그냥 다른 보험으로 갈아타는 게...ㅜㅜ


아기는 그 작은 몸으로 아픈 것도 마음이 미어지는데 어디가 아픈지 왜 아픈지 어떻게 하면 좋을지 표현도 못하고 ㅜㅜ 병원도 못 가고 ㅜㅜ 진짜 속이 타들어 갈 듯.


실제 같은 보험을 사용 중인 지인은 아기가 아파서 겨우 전화상담에 연결됐는데 의사가 전화기를 아이 심장 쪽에 대보라는 (-_-) 진료를 했다고... 이게 뭡니까 ㅜㅜ 최소 아기는 면담하면 안 됩니까ㅜㅜ 청진기로 들어야지요...







병원 예약을 잡으려고 웹사이트를 왔다 갔다 해보니, 어떻게 돌아가는지 보인다.


보험 가입자는 1차 진료 의사 (보통 가정의학과) 가 배정되는데 나를 전담해주는 의사 선생님이시다. 그리고 내가 받는 모든 진료는 이 선생님을 통해야 한다. 예를 들어 내가 산부인과 진료를 받고 싶어도 전담 선생님께서 소견서를 보내 진료 예약을 해야 하고, 엑스레이 결과에 대한 질문을 방사선사에게 보내도 전담 선생님께서 답장해주신다.




나의 전담 의사 선생님과 방문 진료를 받으려고 예약 사이트를 들어가 보면 항상. 매번. 2주 뒤의 날짜가 가장 빠른 날짜라고 뜬다. 2주면... 웬만한 건 며칠 쉬면 다 나을 텐데 일부러 그러는 건지 ㅠㅠ


내가 이번에 느낀 점은 아프면 무조건 예약을 최대한 빨리 해놔야 한다는 거 ㅠㅠ. 2주가 너무 늦다고 예약을 안 하거나, 예약을 해놓고 조금 나아진 것 같아 취소하면 그날 꼭 아프다... ㅜㅜ 그럼 또 2주를 기다려야 하니ㅠㅠ


예약일 당일에 몸이 많이 괜찮아졌더라도, 선생님께 최악의 상황일 때를 설명해야 한다. 내가 제일 아팠을 때를 아주 구체적으로!!! 소급(?) 진료받는다고 생각하고!!! 오바육바해서 엄청나게 아팠을 때를 설명해야 함. 몇 월 며칠에 이렇게 저렇게 아팠어요 꼭 말하기!!! 아픈 건 그날그날 다르니까, 지금은 좀 괜찮은데요 하면 의사 선생님도 내 상태를 모르시는 건 당연하다 ㅠㅠ




그리고 의사 선생님과의 진료 예약 시스템이 할당량이 있나 보다. 전담 환자만 예약할 수 있는 시간, 아무 환자나 예약할 수 있는 시간 등등. 그래서 전담 의사 선생님을 검색하면 2주 뒤에 예약 가능 시간이 딱 두 개 (ㅂㄷㅂㄷ) 나오는데, 모든 의사를 검색하면 한 달이 넘도록 예약 가능 시간이 없다.


당일 또는 익일 진료 예약도 시간이 안 뜬다. 전화로만 하는 상담인데도!!! ㅠㅠ 진짜 심각한 상황이라면 응급실을 가라고 하는데, 또 그렇게까지 아픈 건 아니면 보험처리 안 해줄 수도 있고... 일상생활은 불편하지만 죽을 만큼 아픈 건 아닌 상태면 의지로 이겨내야 하는 건가 ㅠㅠ 한 달에 보험료를 을매나 많이 내는데!!! ㅜㅜ




https://brunch.co.kr/@kim0064789/357




병원을 못 가서 그런가 아픈 사람이 자가진단을 내리거나, 약국에서 처방전 없이 살 수 있는 약을 찾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연세가 있으신 분들은 바닷물에 들어가면 낫는다는 말씀도 하시고

코로나 유경험자는 파인애플 주스를 마시면 도움된다고 하시고

한국 병원에서 면역력 도움 되는 링거를 맞으라고 하시고...


그중 가장 솔깃했던 조언은, 타 부서 팀장님께서 코로나 초반에 나와 같은 증상으로 고생하셨다며 자가진단을 하셨던 경험담이었다. 의사 선생님도 원인을 몰라 엉뚱한 처방만 내리셔서, 팀장님이 구글에 증상을 검색했더니 '역류성 식도염' 증상과 매우 유사하다는 거!!! 역류성 식도염 증상 중 마른기침이 있다고 한다. 그래서 제산제를 먹었더니 싹 나았다는 이야기.







먹고 눕는 게 나의 유일한 취미이고 누워서 먹는 게 나의 최고 특기인데...ㅜㅜ 앞으로 먹는 거 좋은 거 챙겨 먹고, 꼭꼭 씹어먹고, 저녁 먹고 운동하러 가야지! 커피 탄산 초콜릿 맵고 짠 음식 기름진 음식 야식 등등 피하고 식습관 개선해야지ㅠㅠ


이번에 아프면서 생긴 변화는 미각이 바뀌었는지 커피와 콜라의 맛이 느껴지지 않는다. 그전에는 하루에 두 잔씩 마실 정도로 단 커피를 좋아하고 콜라도 맨날맨날 한 병씩 클리어했는데... 맛이 안 느껴지니 낙이 없다 ㅠㅠ


잘 먹고 잘 자고 잘 싸고. 일단 기본에 집중하기.





남편이 해주는 간병 2탄. 네가 고생이 많다 ㅜㅜ




https://brunch.co.kr/@kim0064789/370




https://link.inpock.co.kr/loveyourlife


매거진의 이전글 네버 코비드족이 미국에서 병가 내고 쓰는 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