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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이 Sep 13. 2022

시어머니도 엄마라 부를 수 있을까?

어머니를 엄마라 부르지 못하고

시어머니의 문자에 답장해달라는 남편의 부탁을 받고 쓴 글이 생각지도 못하게 많은 조회수를 얻었습니다 ㅎㅎ 아마 추석 버프를 받지 않았나 생각돼요 


그 글을 쓰고 며칠 뒤, 저희 아빠 생신이었어요. 그리고 남편이 저희 친정 단톡방에 보낸 문자를 보고 또 글을 씁니다. 







눈치채지 못하고 신경도 안 쓰고 있었는데, 남편은 저희 부모님을 엄마 아빠라고 편하게 부르고 있었어요. 


예전에 부모님을 어떻게 부를까 이야기를 한 적이 있긴 했는데, 그냥 각자 편한 호칭으로 부르자고만 이야기했거든요. 


미국에서는 어떻게 부르는지 물어보니 엄마 Mom 아빠 Dad 나 어머니 Mother 아버지 Father 또는 이름을 부르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자식도 성인이 되면 이름으로 부모님을 부르는 경우도 있다고 해요. 


한국에서는 장인어른 장모님 또는 어머니 아버지나 친한 경우 엄마 아빠라고 부른다고 설명을 하긴 했지만, 남편은 한국어를 쓰지 않아서... 




시부모님께서는 제가 원한다면 엄마 아빠라고 불러도 된다고 아주 따뜻하게 맞아주셨죠. 저는 시부모님을... 부르지 않습니다 ㅎㅎ 호칭을 사용하지 않아요. 


난 우리 집에 내 엄마 있는데... 그렇다고 어른께 이름으로 부르기엔 너무 서양적이라 거부감이 들고, 한국이었으면 그냥 어머님 아버님 할 텐데... 하다가 어쩌다 보니 호칭을 부른 적이 없네요. 




<Friends>

Ross: I'm sorry Judy. I couldn't find the bowl you and jack are looking for.

Monica: Call them Mom and Dad, you looser!




한국식의 개인주의는 각기도생 셀프효도 반반결혼 이런 기준이 명확한데, 남편의 개인주의는... 도통 이해하기가 어려워요. 


서양에서도, 특히 하와이에서, 가족 확장적 문화가 뿌리 깊게 있습니다! 부모님의 친구뿐만 아니라, 친근하게 어른들을 부를 때 이모 삼촌이라고 부르기도 하고요. 가까운 친구사이나 같은 팀원들끼리, 또는 단체에서도 서로를 가족이라고 지칭하기도 해요.


저희 남편은 모르는 사람에게는 그렇게까지 하지 않지만, 친구를 소중하게 여기고 가까운 사이에서는 애정과 관심을 많이 표현하는 편이에요. 


그런데... 저희 남편은 특이하게도 엄마 아빠가 많습니다. 일단 실제 부모님, 대부님 godfather 대모님 godmother, 어디 여행 가서 머물렀던 곳의 민박집 부모님, 어디 자원봉사 가서 연계된 하숙집의 호스트 부모님, 어디 프로그램을 통해 소개받은 무슨 어쩌고 부모님... 전부 엄마 아빠로 부르더라고요. 지역 + 엄마/아빠를 붙여서 부르기도 합니다. 잠시라도 자신의 집을 열어 본인을 따뜻하게 맞아주는 가족에게는 실제 가족처럼 받아들이는 것 같아요. 


개인주의인 듯 개인주의 아닌 개인주의 같은 너... 그래서 장인 장모님도 엄마 아빠라고 쉽게 부를 수 있는 걸까요? 


시어머니도 엄마라 부를 수 있을까요? 저는 우리 엄마 아빠만 엄마 아빠지, 우리나라 표현으로 하자면 피 한 방울 안 섞인 남을 엄마 아빠라고 부르기에는 좀 상당한 시간이 걸리고 마음이 열려야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이런 게 참 문화 차이? 성격 차이? 개인 차이가 있겠죠 아무래도.


저는 시댁이나 처가댁은 서로 오해 생길 일 없게 어려운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고 생각해왔는데, 또 다르게 보면 가족의 가족인데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으면 좋을 것 같기도 하고... 하지만 우리 사이에는 태평양이 가로막고 있어서 어찌나 다행인지, 언어의 장벽이 있어서 얼마나 잘 됐는지 모르겠기도 하고...







저희 엄마가 선물을 줘도 남편이 감사인사를 한국식으로 제대로 안 해 불만이라는 내용의 글을 결혼 첫 해 2018년에 썼었어요. 그때도 제가 잔소리에 바가지에 역지사지에 눈눈이이에 난리를 쳐서 감사인사를 하긴 했었죠. 제가 하도 뭐라 해서 그런가 작년에는 한 달 반 만에 나름 장문의 감사인사를 보내긴 했네요. ㅎㅎㅎ 


남편이 하긴 한 것들보다 제 때 안 했다는 기억이 너무 강렬하게 남아서 이런 문자가 있었는지도 까먹었나 봐요 기억에 박제하기 위해 글로 남겨봅니다.








https://brunch.co.kr/@kim0064789/378

https://brunch.co.kr/@kim0064789/3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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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이 미워질 때 보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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