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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이 Sep 09. 2022

우리는 어쩌다 돈을 받아야 효도하는 세대가 되었나?

개인의 자유를 침범하는 한국 정서

안녕하세요 : )


한국은 오늘 추석 연휴가 시작되었어요. 민족 대명절, 추석! 일 년 중 가장 크고 밝은 보름달이 뜨는 날! 올 한 해의 농사를 잘할 수 있게 해 준 자연에 감사하며, 이듬해의 풍년을 기원하는 의미 있는 날!


이 글을 읽으시는 모든 분들! 풍성한 한가위 보내세요~~ ❤️❤️❤️








제가 결혼생활과 시댁과 관련된 일화를 작성할 때마다 빠짐없이 등장하는 댓글이 있는데, 오늘은 한국 명절을 맞이해서 그 이야기를 잠깐 해보려고 해요.


저는 저희 부부가 원하는 결혼생활을 실현하기 위해 서로 노력하는 과정에 있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아직 4년 차이기 때문에 여러 시행착오를 겪고 있지만, 저희에게 맞는 방법을 찾을 것이라 믿어요. 그리고 나중에 스스로를 다시 돌아볼 수 있도록 그 과정을 글로 남기고, 이렇게 사는 사람도 있다는 이야기를 공유하고 싶어요 : )


저도 가족 간의 화목한 시간을 원합니다. 저희 부모님도 시부모님도 모두 존경하고 사랑합니다. 저희 부부가 제 동생들과도 남편의 동생들과도, 그리고 가까운 친척들과도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며 서로에게 애정과 관심을 보내는 사이이길 바랍니다. 


다만, 저희는 저희가 선택한 방식으로 살아가길 원해요. 


강요받아 억지로 하는 효도보다, 마음에서 우러나올 때 하는 행동이 더욱 의미 있다고 생각합니다. 일주일에 한 번 의무적으로 하는 전화보다 진심으로 부모님, 시부모님이 보고 싶어서 드리는 연락이 더욱 의미 있다고 생각해요. 명절이니 무조건 자고 가라고 강제하는 것보다 서로 일정에 맞춰서 고향을 방문하거나, 또는 시간을 조율해 완전 새로운 장소로 여행을 갈 수도 있겠죠.




"그럴 거면 재산 물려받을 생각조차 말아라!"


이렇게 조언을 해주시는 분이 정말 많아요 ㅎㅎ 


저희는 부모님, 시부모님께서 그동안 일구어오신 재산을 잘 누리고 즐기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그 재산은 부모님, 시부모님께서 결정하실 일이지 자식 내외나, 지구 반대편 나라의 불특정 다수가 왈가왈부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그와 별개로 저는 이 문장 자체가 굉장히 모순된다고 생각해요. 재산을 담보로 효도를 강요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지거든요. 너무나도 왜곡된 시선이 사회적으로 용납되어오고, 이제는 그게 옳다고 타인에게 강요하고 있잖아요. 법으로도 정해진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왜 남이, 그것도 아무 관계도 아닌 타인이 억압하려 하는 거죠? 


부모가 자식을 사랑하는 마음, 자식이 부모를 공경하는 마음은 자연스러운 감정이며, 그게 정상이겠죠. 아이를 사랑으로 키우고 훌륭한 인간으로 성장시키면, 강요하지 않아도 부모님께 감사하고 효도할 거예요. 바쁘게 돌아가는 사회에서도 사랑하는 부모님이 보고 싶어지면 찾아뵙고, 지혜롭고 현명하신 부모님께 연륜이 담긴 조언을 구하고 싶어 지고, 나이가 들어가면서 부모님의 삶을 더욱 잘 이해할 수 있게 되니 더더욱 존경하게 되죠. 너무나도 자연스럽게요.


그런데 그러지 못하는 경우 그 상황도 받아들여야 하는데, 자식의 또는 부모의 마음까지도 돈으로 계산하려 하다니... 너무나도 자본주의, 물질만능주의적인 사상이 아닐까요?




수저계급론




제대로 된 사랑을 받아보지 못한 사람은 다른 사람을 사랑하는 데에도 서툴다고 해요. 어떤 사람은 공포, 의무감, 강요, 타의적 양보 등의 방식으로 효도를 하고 사랑을 표현할 수밖에 없었다면, 자신이 사랑받고 싶어도 그 방법밖에 모르겠죠. 


사회 전반적으로 돈이 너무나도 중요해지다 보니, 돈으로 사랑을 돈으로 행복을 돈으로 마음을 살 수 있다고 오해하는 것 같아요. 


연봉과 자산으로 사람을 평가하고, 축의금이나 부의금으로 친구를 정의하고, 유산으로 부모의 가치를 산정하는 것이... 우리가 진정으로 원하는 상황인가요? 죽고 나서 유산 상속한다며 며느리 부려먹는 시부모에게 누가 진심으로 효도하고 싶을까요? 군대로 공포정치를 한다면 누가 진심으로 충성할까요? 배부르게 잘 먹이고 잘 재우고 잘 돌봐주면서 이끌어야지, 마구잡이로 숨통을 휘어잡고 조이면 누구라도 탈출하고 싶지 않을까요?


전국에 계신 어머님 아버님들~~~ 남의 집 딸이 내 집에 와서 설거지하기 싫다는 것보다, 당신께서 배 아파 낳아 일생을 바쳐 뼈 빠지게 키운 자식이 재산을 물려줘야지만 며느리가 효도할 거라고 버티는 게 더 이상하지 않나요???





잔소리 메뉴판




명절이면 등장하는 잔소리 메뉴판도 정말 획기적이에요 ㅎㅎ 집안 어른들께서 잔소리를 할 때, 나는 잔소리를 들어야만 한다고 믿는 상황이라 그런 것 같아요. 


그게 나 자신의 자유와 선택, 나의 결정권을 스스로 박탈하는 행위 아닌가요? 잔소리가 듣기 싫으면 그런 마음을 표현하거나, 자리를 피하거나 할 수 있는데... 나의 시간과 감정을 고작 돈 얼마를 받고 망치고 싶은 마음은 아닐 것 같아요.




우리가 왜 그럴까 한 번쯤 되돌아봤으면 좋겠어요. 


내 상황을 친척들에게 알리는 것 자체가 싫은지, 

친척분들이 아는 것은 상관없으나 내 상황을 멋대로 판단하는 것이 싫은지,

그분들이 어떤 반응을 해주시면 내가 좀 더 마음이 편하게 대화할 수 있을지,

친척들에게 어떤 모습으로 보이고 싶은지 생각해볼 수 있어요.


나는 지금 최선을 다하고 있으니 응원해주시길 바란다거나,

나의 사생활은 지키고 싶으니 개인적인 일은 이야기하고 싶지 않다고 표현하거나,

나는 내가 원하는 삶을 살고 있으니 나의 선택을 존중해달라고 부탁하거나 하면 어떨까요?


물론, 유난이다 깍쟁이다 세상 물정 모른다 하실 수도 있어요. 어쩌면 그분들은 어른의 말은 무조건 들어야 하는 환경에서 자라, 나의 행동이 너무나도 새로워 두려울 수도 있는 거죠. 하지만 어쩌면, 나를 진정으로 이해해주는 어른을 만날 수도 있어요. 정말 생각지도 못하게 삼촌이나 고모에게 응원의 한 마디를 받을 수도 있어요!




기성세대들도, 우리 사회도, 오해하고 있는 게 있어요.


어른에게 말대답하는 게 아니라 나의 생각을 당당하게 밝히는 거예요.

잔소리가 듣기 싫은 게 아니라 나의 선택을 존중받고 싶은 거예요.

어른의 의견에 반박하는 게 아니라 내 의견도 갖고 싶은 거예요.

어른을 무시하는 게 아니라 나도 시행착오를 겪고 다양한 경험을 하고 싶은 거예요.

전통적으로 그런 행동이 용납되지 않는다고 법에 명시된 나의 자유를 침범당하고 싶지 않은 거예요!




명절에 잔소리하지 말라는 것보다, 명절에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은지 물어보는 건 어떨까요? 오랜만에 만난 친척들끼리 사실 무슨 깊은 얘기를 하겠습니까만은, 해야만 하는 것보다 하고 싶은 일을 물어보고, 하지 말라는 것보다 하고 있는 것들을 이야기하면 좋겠어요! 요즘 취미는 뭐니 우리는 골프를 열심히 치러 다니는데 젊은이들은 뭐하면서 노니, 요즘 유행하는 것은 뭐니 우리는 트로트를 즐겨 듣는데 어린 학생들에게는 누가 제일 유명하니, 뭐 이런 거. 


사실은 우리도 서로서로 배려하고 싶고, 애정과 관심이 있다는 진심만을 표현하면 충분해요! 






출처 : 서울시설공단




저희 집은 큰집이라, 어렸을 때부터 제사를 지내는 모습을 많이 보면서 자랐어요. 어렸을 때야 사촌들과 만나 뛰어노는 신나는 날이었지만, 성인이 되어 보니 남의 집 딸들만 뼈 빠지게 일하는 날이더라고요. 그 뒤로 저는 남자들도 일하지 않으면 나도 안 한다고 선언하고, 작은 엄마와 사촌 동생의 동참을 얻지 못한 채 혼자 제사 파업을 하고 명절이면 여행을 갔어요. 결국 일할 사람 없어지니 제사도 없어졌죠. 


그렇게 제사라는 행위를 내부의 강제 동원된 노동자가 아닌 외부의 시선으로 바라보게 되니, 다르게 생각할 수 있는 마음의 여유가 생겼어요.


제사라는 것 자체가 조부모님 세대의 삶의 방식이라는 것을 이해하게 되었어요... 지금은 볼 수 없는 그리운 사람들... 부모님, 배우자, 일상 속에서도 매일매일 생각나고 사무치게 그리웠을까요. 제사는 그날 하루만이라도 그 그리움을 대놓고 마음껏 표현할 수 있는 날이었을 거예요. 그리고 대대손손 예를 갖추어 우리가 이만큼 잘 살고 있다고 위안받는 날이기도 했을 것 같아요.


그렇다면 차라리, 남의 집 딸 (며느리) 과 출가외인 (손녀) 만 일하게 놔두지 말고, 그 아들과 딸들도 다 함께 일했다면 그렇게까지 악순환으로 치닫지 않았을까요? 아니면 차라리, 일해라 절해라 하기보다 가족끼리 모여서 돌아가신 분에 대한 생전의 이야기를 나누며 추억하는 시간이었다면 오히려 거부감이 줄지 않았을까요?


제사=여자들만 일하는 날 이 아니라 제사=사랑하는 가족을 추억하는 날 이어야 하는 것 아닐까요?







한 해동안 무사함에 감사하고 새해의 행복을 기원하는 추석. 그 고유한 의미만을 지키는 그런 명절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만나면 반갑고, 좋은 소식을 전할 수 있으면 뿌듯하고, 함께 해서 즐겁고, 웃을 일 기쁜 일 설레는 일 많았으면 좋겠어요. 함께 하면 함께 하는 데로, 떨어져 있으면 그런 데로, 서로 간의 인연에 감사하고 각자의 의사도 상황도 존중해주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스스로를 보호할 수 있고, 자신이 원하는 상황이 무엇인지 되뇌며, 내가 진심으로 하고 싶은 일을 하는 용기를 낼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모두가 행복할 수 있는 명절이 되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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