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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이 Oct 26. 2022

미국 시댁의 프리 스피치

어떻게 그런 말씀을 하실 수가 있어요?

pexels.com


시간이 흐르고 내가 미국 문화에 대해 더 알게 되면서 깨달은 점이 있다. 바로 표현의 자유.


시어머님은 당신의 생각을 마음껏 표현할 자유가 있다. 아니, 혐오표현도 자유로서 보장받는데 시어머니 잔소리야 당연히 화자의 자유지! 그런데 청자인 내가 관계주의에 빠져서 시어머님의 말씀을 거스를 수 없다고 이미 정해버려서 스트레스를 받는 거였다.


시어머님은 자신의 의견을 말씀하시는구나. 시어머님은 그렇게 생각하시는구나. 시어머님은 표현의 자유를 행사하고 계시는구나. 하고 끝내면 될 일이었다.




시부모를 먼저 찾아뵙지 않거나 살갑게 굴지 않는 며느리가 나쁜 년인 건 아니다. 다만 그런 며느리를 원하시는 시부모님의 마음과 며느리의 마음이 다를 뿐.


며느리에게 연락 바라고 효도 바라는 시어머니가 나쁜 사람은 아니다. 다만 시부모님의 마음과 며느리의 마음이 다를 뿐.


둘 다 맞고, 둘 다 옳다.


상대를 바꾸려 든다면 끝없이 지옥이고 전쟁이다. 상대를 존중한다면 평화롭게 공존할 수는 있다. 그런 마음을 다른 곳에서 각자 위로받아야 한다.




나는 아직 자녀계획은  없지만 아기를 낳으면 정말 눈에 넣어도 안 아플 것 같다는 감정이 들 것 같다. 보고 있어도 보고 싶고, 보기만 해도 배부르고, 불면 꺼질까 안으면 날아갈까 애지중지 키울 것 같다. 우리 부모님이 나를 그만큼 사랑해주시는 것처럼.


마찬가지로 시부모님도 남편을 그렇게 키우셨겠지. 그래서 우리 부모님이 사위에게 딸을 잘 부탁한다는 마음을 표현하고 싶어 하시는 것처럼 시부모님도 나에게 아들을 잘 부탁하시고 싶으셨을 것이라고 믿자. 우리 부모님께서 사위와 서로 알게 된 기간이 길지는 않는 만큼 딸인 나를 더 많이 믿어주시는 것처럼, 시부모님도 나를 믿어주기 위해 노력하시는 거라고 믿자.




시어머님께서 나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의미는 당신이 아들을 얼마나 많이 사랑하는지 알려주고 싶었던 것이겠지. 그리고 그 의도를 표현하는 방식이 당신에게는 그게 최선이었겠지. 나도 아들이 있었다면 이 세상 누구보다도 나에게 소중한 존재일 것이니까.


시어머님 배 아파서 목숨 걸고 낳은 자식이고, 불면 날아갈까 쥐면 꺼질까 애지중지 키운 아들인 것도 마찬가지이고, 지금 내가 내 아기에게 느낄 법한 상상할 수도 없을 정도의 모성애와 희생을 쏟아가며 예쁜 것만 보이고 먹이고 키웠을 텐데.


시어머님께서 어떤 말씀을 하시던 아들을 정말 정말 사랑하시는구나. 이 세상 누구보다 너무너무너무 사랑하시는구나. 그렇게 생각하면 내가 좀 듣기 수월하려나? 듣기 힘든 건 마찬가지 일 것 같기도 하고... 잘 모르겠다.





https://brunch.co.kr/magazine/kim30064789

<외국인 남편 덕분에 배운 자존감 대화법

<남편이 미워질 때 보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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