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이 당연한 사람들
문화적으로도 법적으로도 금기사항이 많았던 우리 사회와는 달리, 굉장히 허용적이고 다름을 포용하는 문화. 그리고 그 안에서 개인의 자유와 선택이 당연한 사람들이 있다.
배우자의 외도는 인격 살인과 같아서 치매에 걸려도 잊히지 않는다는 말을 들었다. 또는 비슷하게 믿었던 사람에게 배신을 당해도 평생 트라우마로 남을 것이다. 아마 그 상황에서 아무것도 못하고 속이 썩어 문드러지도록 참아야만 했던 한이 남았겠지. 차라리 그렇게 원망하는 마음을 쌓아두는 것보다 당시에 내가 원하는 삶을 찾아 훨훨 날아갔다면, 오히려 그 상처가 치유될 수 있었을까?
일생일대 중차대한 문제도, 소소하고 자잘한 문제도 우리는 선택할 수 있다. 나중에 죽기 전 내 인생을 되돌아봤을 때 후회가 남지 않도록 내가 원하는 삶을 살아야 한다. 현재 행복할 수 있는 방법이다.
완전한 독립/분리
나에게는 너무나도 익숙한, 우리나라의 정서 중 하나.
부모님께서 하시는 말씀
죽기 전에 너 결혼하는 거 봐야지.
죽기 전에 손자 얼굴이라도 보고 죽어야 할 텐데.
그리고 자식들이 하는 효도
우리 부모님 퇴직하시기 전에 결혼식 올리자.
손주들 얼굴 보여주러 부모님 댁에 매주 가야지.
나이 드신 부모님, 사시면 얼마나 더 사신다고...
서로를 행복하게 해 줄 의무를 갖고, 서로에게서 행복을 얻는 그런 의존적인 관계... 가족이니까, 핏줄이니까, 천륜이니까, 하면서 대대손손 이어져 온 부모 자식 관계. 너의 행복이 곧 나의 행복인, 바라만 봐도 보고 싶고 매일 만나도 또 그리운 그런 관계... 이려나?
우리 사회도 완전하게 감정적으로 독립할 수 있을까? 자신의 행복을 타인에게 전가하지 않는 그런 이상적인 관계가 될 수 있을까?
비록 나는 늙고 병들어 삶의 끝을 준비하지만, 내 자식은 행복하게 살 것이라 믿어줄 수 있을까? 나의 죽음을 축복해주기를, 그것이 나의 선택이니까 슬퍼하지 않기를 바랄 수 있을까? 내 자식이 잘 살 거라는 걸 두 눈으로 직접 확인하려는 마음도 없고, 나만의 기준에 맞춰서 자식의 인생을 평가하거나 비판하려는 마음도 없고, 오로지 있는 그대로 존중해줄 수 있을까?
"인생은 삶과 죽음 사이의 선택들로 이루어져 있다" 는 문구가 이렇게 현실감 있게 다가온 것은 처음이다.
혹시 나는 내 인생의 많은 선택들을 어쩔 수 없는 상황에 미루어 스스로 결정하기를 포기한 것은 아닐까? 나는 여전히, 정답이 있는, 대다수가 동의하는, 사회적 통념에 맞는, 그런 선택들을 하고 있는 것 아닐까? 내가 선택할 수 있는 일들임에도 불구하고 선택하지 않은 채, 남에게 의존하고 있는 건 아닐까?
나는 오늘, 어떤 하루를 살고 싶은가? 매일을 어떻게 마무리하고 싶은가?
넓고 멀리 본다면 내 삶의 끝에서, 나는 어떤 인생을 살았기를 바라는가?
https://brunch.co.kr/magazine/kim30064789
<남편이 미워질 때 보는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