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홍이 Oct 26. 2022

어제의 급발진을 후회하며

이거슨 동네방네 떠들지만 나만의 독백

<VOGUE 상담소>


과거를 극복하기 위해 부단히도 노력했고 지금은 어느 정도 안정궤도에 올라섰다. 그런데, 그러니까... 그렇지만, 아직도 나의 마음을 콕콕 쑤시는 순간이 생기면 습관적으로 나를 방어해야 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히는 것 같다.


분명 그럴 필요가 없다는 걸 아는데도, 내가 더 우아하게 대처하고 싶다는 걸 아는데도, 다르게 반응할 수 있다는 걸 아는데도, 그리고 더 나은 방법이 있다는 걸 아는데도...ㅜㅜ




그런 대화가 있었다. 여러 번 있었다. 아니, 거의 매번 만날 때마다 비슷하게 흘러가는 대화였다. 그리고 나는 그때마다 잘 넘어가야지 했지만 결국 급발진했던, 그래서 조금 후회되는 대화가 있었다.


나의 베베 꼬인 꽈배기 마인드로 들으면, 남편을 뜬금없이 치켜세워 주다가 내가 사실이 아닌 부분은 아니라고 하자 나를 갑자기 위로해 주는(?) 그런 패턴. 실제로 그분의 의도는 좋은 의도로 칭찬해주시고 나에게 긍정적인 면을 말씀해주시는 것이었겠지만...


망상에~ 망상에~ 망상을 더해서~ 들으면 정말 왜 굳이 굳이 남의 남편 이야기를 꺼내서 대화의 주제로 삼는지 이해가 안 갔다.


"ㅇㅇ씨는 정말 좋은 분이세요."

"ㅇㅇ씨 같은 사람이 남편이라 정말 행복하시겠어요."

"ㅇㅇ씨가 저희 사무실 동료들에게 정말 많은 도움을 주세요."

"ㅇㅇ씨 같은 분을 동료로 만나 정말 행운인 것 같아요."




이렇게 나열하고 보니 정말 순수하게 칭찬하시려는 의도라는 거, 물론 나도 안다. 그런데 나는 왜 그 좋은 마음에 거부감을 느꼈을까? 나는 왜 나를 위해주려는 사람에게 그런 못난 마음이 들었을까?


답은 간단하다. 답은 내 안에 있었다. 이미 나도 알고 있었지만 인정하기 싫었다. 나는 이전과 같은 일이 반복될까 봐 두려웠던 것이다. 물론 상황도 많이 다르고 사람도 다르고 나도 다르고 남편도 달라졌다. 하지만 미묘하게도 상황이 그대로 흘러간다. 그때도 그랬다.


다르게 생각하면 그때도 그랬다고 해서, 누군가가 남편을 칭찬하는 것을 내가 받아들이지 못한다면 그것 또한 이상한 현상이 아닐까? 나는 남편을 욕하는 것도 아니고 좋은 말 해준다는데 대체 왜 그렇게 불편할까?


나는 이번에도 이 상황을 회피하고 싶은 마음에 그랬던 것 같다. 회피가 정답은 아니지만 안 듣고 안 보면 내 마음은 편하니까. 나는 남편이 회사에서 어떻게 지내는지 아예 관심을 끊고 살아가고 싶었는데, 자꾸 이야기가 들리니까 불안한 감정에 휩싸인 것 같다.


남편을 믿고 싶은데 내 마음이 그러지 못하고, 상대도 믿고 싶은데 그러지 못해서 그랬다. 남편이나 상대의 잘못이 아니라 흔들리는 내 마음, 자꾸 부정적으로 상황을 보려는 내 마음, 100% 믿지도 못하지만 그렇다고 의심하기에는 너무 힘들어지니까 회피해버린 그냥 그런 마음이었다.




나는 왜 나의 결혼생활을 평가받아야 하는지, 왜 나의 행복을 남이 정의 내려주는지, 나의 인생을 결혼으로만 판단하는지... 왜 나를 타인이 멋대로 생각하는지 이해하기 어려웠다. 오랜 해외생활에 너무 익숙해져서 내가 한국인의 '정' 문화를 못 받아들이는 건가? 아주 미묘한 차이를 내가 너무 심각하게 부정적으로만 받아들이는 걸까?


사실 이것도 내가 타인의 평가에 좌지우지된다는 반증이다. 나의 기준이 명확하고 나에 대한 확신이 있었다면 남이 뭐라 하던 신경도 안 썼겠지. 나는 큰 탈 없이 평화롭게 지내서 문제가 다 해결된 줄 알았는데, 그분을 만나면서 불편한 마음이 아직 노력이 더 필요한 시기라고 알려주고 있었다. 나는 남편을 믿고 싶을까?


사실 가장 중요한 질문은 나는 나를 믿고 있는가? 였다. 내가 원하는 상황을 만들어 갈 수 있는가? 내가 바라는 최상의 모습으로 행동할 수 있는가? 내가 잘할 수 있을까? 나는 무엇을 원하는가?






진심에 대한 망상

완벽에 대한 망상


이전 07화 남편의 여사친, 우리도... 친구가 될 수 있을까?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