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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이 Oct 26. 2022

어쩌다 (한국인 와이프를 둔) 외국인 남편

문화 차이를 경험하며 알게 된 내 속의 한국인

우리가 세상이 떠나가라 뜨겁게 싸울 때도 그렇고, 싸늘하게 식어 냉전이었을 때도 그렇고, 사이가 좋아 헤헤 웃다가도 문득 그렇고, 화해하려고 얼싸안고 엉엉 울고 나서도 흠칫 그럴 때가 있다. 아직도 그런다. 아마 앞으로도 많이 그럴 거다.


그러니까 이 글은 시시비비를 가리기 위한 목적이 아니라 우리가 왜 이렇게 뼛속부터 다른지 깨닫게 된 경위를 적어보려 한다. 나중에 내가 다시 읽고 상기받기 위하여.




이 사람은 도!대!체! 왜!!!!! 그러지????? 미국인이라 그런가? 유럽계 어디라 그런가? 미국 본토 어디 출신이라 그런가? 혈액형이 무슨 형이라? MBTI가 뭐뭐라? 남자라? 몇 년생이라? 사주팔자가 그런가? 정말 이해할 수 없는 인간이었다.


하지만 이 세상 모든 한국 사람들이 나와 똑같지 않듯이, 남편도 세상에 알려진 미국인에 특성에 국한되지는 않겠지. 그냥 그 사람이 그랬던 것이고, 그런 남편을 안고 가느냐 각자 갈 길 가느냐, 내가 선택해야 할 문제라는 걸 시간이 한참 지난 후에야 깨달았다.


남편을 이해하기 위해 이 인간은 왜 그럴까 정말 많은 공부를 했다. 미국인이니까 영어 자료로 검색하고 이해하려고 했는데 사실 이론적으로는 알겠는데 그렇게까지 마음에 와닿지는 않았다. 그렇지만 행동으로 옮기고 문장 표현을 고치고 표면적으로 변화할 수는 있었다.


그러니 이 인간이 좋아한다? 이게 남편에게 익숙한 방식이다? 나에게는 어색하고 이해가지 않는 이 행동들이, 이게 남편에게 편안하게 다가오는 거였다? 정말로? 왜?! 어떻게?




그러다가, 반문하게 되었다. 나는 왜 그러지? 한국인이라 그런가?


나의 세상, 내가 이제까지 살아오면서 믿었던 삶의 방식과 그 믿음을 바탕으로 했던 존재적 가치를 끊임없이 시험당하지 않으면 몰랐을 이야기.


타인에 의해 부정당하고, 정당성을 의심받지 않는다면 존재하는지 인식조차 못했을 내 신념과 그 핵심 가치들.

갈등이 휘몰아치고, 최소한의 상식선이 무너져서, 모든 걸 다 포기하고 싶게 만드는, 그런 상황에 대처하는 본능적인 방법과 그 접근성에 차이들.


그렇게 내 온 세상이 무너지고 나서야 그 안에 있는 나의 근본에 다다를 수 있었다.

너무나도 당연해서 있는지도 몰랐던 심정,

생활 깊숙한 곳에서 우러나오는 문화,

그동안 내가 상당히 의지하고 나를 지탱해줬던 그 정서.




아, 그랬다 나는 한국인이었다! 그리고 나에게 유레카 같은 깨달음을 준 책과 강연 <어쩌다 한국인> 찐 한국인이 적은 찐 한국인 이야기.


나에게 너무나도 당연해서 나의 생각이나 감정이 나에게는 기본값인데, 그게 정답이 아니라 단순히 하나의 성질에 불과하다는 걸 깨닫게 해 준 책. 복잡하고 오묘하고 애매하고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한민족 종특을 여러 가지 예시와 시대상을 통해 보여준다. 한국인의 한국인에 의한 한국인을 위한!!!!!


그런데 한 가지 함정은 나는 이 강의를 결혼 전에 분명히 봤다는 것. 그때도 피상적으로 이해는 했는데, 결혼하고 나서 다시 이 강의와 책을 접했을 때의 희열이란! 진짜 단전에서부터 올라오는 울컥함, 뒤통수를 세게 치는 대 반전!!! 타 죽을 걸 알고도 불길에 뛰어드는 불나방이 나였나? 그러니까 결국 내가 내 발등을 찍은 것이다.







미국인 남편 한국인 아내의 부부 갈등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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