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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이 Oct 26. 2022

내가 첫 번째 결혼에서 배운 것

너 덕분에 나를 더 잘 알게된 계기


상대는 내가 아닌데 내 기준으로 평가하고 이해하려고 하는 것보다 상대의 입장을 들어보기. 내가 첫 번째 결혼에서 뼈저리게 배운 것.


이 나라는 한국이 아닌데 한국 기준으로 평가하고 이해하려고 하는 것보다 현지의 문화를 인정하기. 그리고 이제는 내 삶의 전반에 걸쳐 나를 변화시킨 교훈.


중심을 나에게로 옮겨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찾기. 주체적으로 적극적으로 능동적으로.

모르는 건 배우고 아는 만큼 행동하고, 스스로에게 책임을 지기. 스스로를 존중해주기.


우물 안 개구리처럼 하나만 볼 줄 알았던 나의 시야를 넓혀준 계기.

성공에도 정답이 있고 행복에도 공식이 있다고 믿으며 스스로를 옭아맨 낡은 가치관을 깨부숴준 경험.

나의 가능성을 잠재력을 모든 순간 시험에 들게 했던 기회.

한국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지는 상상초월의 세계를 살아갈 줄이야.


그런 교훈을 준 나의 결혼생활.




내가 남편 때문에 자아분열처럼 느껴지는 건 내가 상대에 따라 나를 바꾸기 때문이다

나 스스로 안정적인 상태를 유지하지 못하기 때문에 상대가 안정적이고 일관적이길 바라는 것이었다.


남편은 스스로 안정적인 상태로 돌아가기로 선택했다.

부정적인 대화나 갈등 상황을 구분하여 일상을 회복하기 위해 노력했다.

남편의 기본 상태는 긍정과 행복이기 때문에, 다시 그 상황으로 돌아간 것이었다.


아무리 대화가 평화롭게 마무리됐어도, 부정적인 기분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건 나였다.

나만 굳건히 중심을 잡으면 내가 혼란스럽게 느껴지지 않을 수 있다.

타인에게 더 이상 영향받지 않을 수 있다.




문제 삼지 않으면 문제가 안 되는데, 문제를 삼으면 문제가 된다 그랬어요


구멍이 뿅뿅 난 티셔츠를 입고 나가도 남편의 본성은 변하지 않는다. 다만 내가 거지꼴로 하고 다닌다고 싫어할 뿐.

자신의 꿈을 위해 노력하는 남편은 나와 처음 만났을 때와 똑같은 모습이다. 다만 내가 대체 언제 취직해서 이사 가냐고 답답해할 뿐.


남편은 시어머님께는 단 하나밖에 없는 아주 자랑스러운 아들일 것이다.

친구에게는 성심성의껏 도움을 주는 친절하고 다정한 사람일 것이다.

회사에서는 밑은 일에 최선을 다하며 열심히 일하는 사람일 것이다.

남편은 남편대로 그만의 인생을 살고 있었다. 그의 인생에서 행복하고 싶어 했을 뿐이다.


그런 그를 평가하고 분석하고 예측하고 판단한 것은 나였다.

나와 대화가 안 통한다고 남편을 완전체로 만든 건 나였다.

나의 기대에 못 미친다고 남편을 찌질이로 만든 건 결국 나였다.


남편도 누군가와는 정말 재밌는 대화를 한다. 그 사람에게는 진정으로 좋은 대화 상대일 수도 있다.

남편도 일상에서는 나와 정말 재밌는 대화를 한다. 내가 휘청이지 않을 때는 좋은 대화 상대일 수도 있다.


남편은 좋은 사람이다. 그건 분명하다.

그래, 그냥 이혼했다 치자. 지금은. 우리가 이혼하면 행복할까?

나중에 마음이 가라앉으면 재결합했다 치자.

첫 번째 결혼이 나의 마지막 결혼이 될 수 있게







당신의 호의가 스스로를 피해자로 만들고 있지는 않나요?

당신의 선의가 상대방을 피해자로 만들고 있지는 않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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