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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이 Oct 26. 2022

개 같은 사랑

있는 그대로, 지금 너의 모습을 사랑해




나는 시방 위험한 짐승이다.


나는 시방 외로움에 사무치는 멍멍이다. 사람 좋아해서 쫓아다니다가 발길질당해도 꼬리 흔드는 개다. 




나는 하루에 한 번 서로를 쳐다보며 같이 대화한다거나 일주일에 한 번 산책 가거나 외식하거나 같이 외출만 나가도 행복해할 사람. 강아지 산책시키듯이 하루 10분 만이라도 관심 주면 꼬리 치며 좋아할 사람이다. 


예를 들어서 매주 금요일마다 와이키키에서 불꽃놀이를 하는데 집 앞 공원에 그거라도 보러 같이 나가는 게 소원인... 주말에 어차피 일 할 거라면 같이 노트북 들고 카페라도 가서 앉아있기라도 했으면...


무심한 남편과 살면서, 아는 언니가 뒤통수 예쁘다며 머리 쓰다듬어주기만 해도 설레고, 한 시간 전에 연락해도 부르면 나가고, 다른 사람에게 하는 잘하고 있다 힘내라 하는 위로에도 울컥한다. 완전 주책. 




그런데 우리 남편은 그걸 안 해주는 사람. 내가 무슨 부귀영화를 바란 것도 아닌데 고작 그것도 못 해주는 사람. 


각자의 인생, 개인의 선택 그리고 책임, 독립된 감정, 분리된 인격체.


그래서 내가 불꽃놀이가 보러 가고 싶다면 언제든 흔쾌히 "잘 다녀와~ 재밌게 보고 와~" 해줄 사람. 내가 한국 가느라 한 달을 떠나 있어도 "잘 다녀와~", 내가 뜬금없이 여행을 가도 "좋겠다~ 잘 다녀와~" 해주는 사람. 


"너 하고 싶은 거 다 해!" 

"너가 원하는 삶을 살아"

"나는 너가 행복했으면 좋겠어"


내가 연락이 없으면 없는 대로 본인이 생각날 때 연락을 남기고, 연락에 집착하면 집착하는 대로 본인이 시간 날 때 답장해주는 그런 사람.


주인으로 치면 방목형 주인. 목줄을 채우지 않는다. 머나먼 산골에서 키우는 강아지들처럼, 마음껏 돌아다니도록, 보고 싶은 거 하고 싶은 거 다 할 수 있도록 놔두는 스타일. 배고플 때 먹도록 음식은 채워놓지만, 한두 달 집에 안 들어오더라도 굳이 찾아 나서지는 않는, 그러다 어느 날 짠 나타나면 너무너무 반가워해주고 예뻐해 주고 사랑을 주는 그런 반려인.




반면에 나는 내 목에 셀프로 목줄을 건 강아지. 산책 줄을 물고 주인에게 가서 헥헥거리며 기다리는 중. 영원히 오지 않는 주인을 기다리는 중.


그런데 나는 내가 목줄을 걸 필요가 없다는 걸 너무나도 잘 안다.


그럼에도 계속 목줄을 못 푸르고 스스로를 속박하는 상태이다. 왜냐하면 내가 알던 일 평생의 삶은 목줄에 걸려 있는 그런 상태밖에 없었으니까. 산책 줄이 길든 짧든 어쨌든 나의 행동반경이 정해져 있긴 했으니까. 사회라는 앞마당에서 직업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가정이라는 집에서.


나는 무엇이 두려워서 줄을 끊고 뛰쳐나가려 하질 않는 걸까? 누군가에게는 염원하던 완벽한 자유가 아닐까? 


나는 사실 행복한 게 아닐까? 그런데 내가 프레임을 쓰고 나의 인생을 보고 있는 걸까? 나는 개인적으로 하고 싶은 일을 천천히 이뤄가는 데도, 남편에게 불만일까? 


차라리 남편이 이런 글 쓰지 말라고 속박한다면, "네가 원하는 대로 이런 글 따위 안 쓸 테니까 금요일마다 산책 나가자"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내가 원하는 건 남편과의 시간이니까... 


"글도 쓰고 산책도 가고 싶으면 가~" 혼자서 하면 할수록 혼자라는 사실이 더욱 부각되는 것 같다. 그만큼 남편이 바빠야 할 상황이라는 걸 아니까, 그게 저 사람의 최선이라는 걸 아니까...




우리 남편은 정말 솔직하다. 자신의 진심을 표현한다. 


"너의 감정은 너의 책임이야" (자신 때문에 상처를 받았다 하더라도 미안하지 않음 왜냐면, 감정의 원인은 상처받기로 선택한 나에게 있기 때문이라는 뜻)


"네가 이민 온 건 너의 결정이야" (자신의 일 때문에 선택지가 없었지만 이별하지 않고 결혼과 이민까지 모두 나의 선택, 즉 자신에게 보상심리를 바라지 말라는 뜻)


"자신의 행복은 자신만이 충족할 수 있어" (결혼했다고 남편이 아내를 행복하게 해 줄 무조건적인 의무는 없다는 뜻)




그래 맞는 말이다만... 사람이 어디까지 솔직해야 좋을까? 




그러니까 지금 이 글들은 내가 스스로 목줄을 빼고 세상 밖으로 나오기 위한 그런 마음의 준비.

그래 내가 너를 견뎌내야 하는 만큼 너도 나를 참아내야 하겠지.




추신. 강아지는 사랑입니다. ❤️


강아지는 주인이 자기를 버려도 버림받았다고 생각하지 못하고 자기가 주인을 잃어버렸다고 자기 탓을 한다던데 ㅠㅠ 주인 찾아 삼만리 나라의 끝에서 끝까지 찾아다니는 강아지도 있고 오죽하면 게임까지 ㅜㅜ 


그런 무조건적인 신뢰는 어떻게 형성할 수 있을까? 아직 나는 강아지만 못하다 남편 탓을 이렇게 하고 있으니. 


개 같은 사랑.


조건 없는 무한한 사랑이다. 있는 그대로를 사랑해주는 마음. 항상 곁에 있어주고, 울고 있으면 가서 안아주고, 뭔가를 하고 있으면 옆에서 지켜봐 주고, 나가면 하루 온종일 그리워하고, 같은 보폭으로 걸어가는 그런 관계.







넓은 바다에서 자유롭게 헤엄치는 고래는 춤추기 위해 칭찬받을 필요가 없다...!

선택의 원동력을 내면에서 찾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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