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홍이 Oct 26. 2022

나는 이혼을 하고 싶은 걸까?

나의 뮤즈, 나의 영감님


♡ ♥ ♡ ♥ ♡ ♥ ♡ ♥ ♡ ♥ ♡ ♥ ♡ ♥ ♡ ♥ ♡ ♥ ♡ ♥


자, 지금은 불만 타임~ 


취직 준비만 벌써 몇 년째!! 올해는 수입 빵원!!! 대체 언제 취직하고 언제 이사 가냐!! 준비를 하려면 제대로 빡세게 빨리빨리 하던가 세월아 네월아 느려 터져서 내 속도 터진다 벌써 몇 년 째냐 이제 할 때도 되지 않았냐 남 일 신경 쓰지 말고 쓸데없는 짓좀 하지 말고 니 일에나 집중해라 와이프 힘들어하는 건 보이지도 않냐 내가 무슨 부귀영화를 바라는 것도 아니고 기본은 해야 하는 거 아니냐고!!!!!


♡ ♥ ♡ ♥ ♡ ♥ ♡ ♥ ♡ ♥ ♡ ♥ ♡ ♥ ♡ ♥ ♡ ♥ ♡ ♥


자 이제 불만 타임 끝. 내가 할 수 있는 걸 찾아보자. 


남편과 아직까지는 결혼 생활을 유지하는 이상 나의 불만의 근원을 찾아 해소하고 내가 살아남는 방법을 익혀야 한다. 이혼하지 않는 이상, 이 결혼 생활에서 행복을 찾을 수 있어야 한다.




우리 남편, 주문하면 주문한 대로 나오긴 한다. 


남편과 대화를 하고 싶다면, 저녁을 먹고 싶다면, 산책을 가고 싶다면, 시간을 내달라고 하면 된다. 그 대신 이런 것까지 내가 부탁을 해야 하나 하는 도움이 안 되는 생각은 접기. 가자고 했을 때 흔쾌히 가준다면, 일정을 조율해서 시간을 내준다면 그걸로 만족하기.


남편을 인정하기. 


그래, 당신이 준비하는 그 일이 정말 의미 있는 일이니까 그렇게 시간을 들여 노력하지. 당신이 꼭 그 꿈을 이루길 바라. 노력한 만큼 분명히 좋은 결과가 있을 거야. 당신을 믿어요.

남편을 존중하기.


지금 당신이 나에게 최선을 다하는 걸 알아. 당신은 원래 따뜻하고 자상한 사람인데, 지금 너무 바빠서 남을 신경 쓸 겨를이 없겠지. 내가 당신을 기다리기만 하고 당신이 나를 이끌어야만 하는 관계가 아니라, 나도 내 삶을 책임지고 운용하고 당신과 함께 걷는 동반자가 되어줄게.




그리고 가장 중요한 남편을 사랑하기.


우리 연애 때 애틋했던 장거리 시절을 생각해보며 그 당시 나눴던 메시지나 영상통화 등을 돌아보기. 일주일 만이라도 함께 할 수 있다면 장장 10시간을 날아서 왔다 갔다 했던 그때보다 매일 그나마 같은 집에 사는 게 더 나은 상황이 아닐까. 지금도 장거리 연애한다 셈 치고, 나는 하와이 시간 남편은 한국시간을 산다고 생각하자. 한 공간 시차 19시간... ㅂㄷㅂㄷ


남편을 예쁘게 보기.


그래도 마음이 풀리지 않는다면 내 옛날 사진이랑 남편의 옛날 사진을 감상한다. 


나의 어린 시절을 보며, 나도 열심히 살았다 최선을 다했다 위로가 된다. 흑역사지만 그럴 때도 있었지 하는 마음도 들고, 젊고 열정이 넘쳤던 시기도 그립고.


내 기준 남편의 신생아~초딩 때가 최고 전성기 너무너무 귀엽다. 그리고 살짝 콩깍지이긴 하지만 그 이후도 좀 잘생긴 듯. 예쁜 아가 때 모습, 성장기의 모습, 20대 풋풋한 청년의 모습. 그래, 너도 이렇게 잘 살아왔구나. 이런 행복한 시절을 보냈구나. 아기일 때 너무나도 사랑받고 자랐겠구나. 꿈과 희망에 가득 찼었겠구나. 당신의 부모님께서 당신에게 온 세상을 주었구나. 당신이라는 세상이, 온 우주를 품고 나에게 와주었구나.


나와의 관계에서 보이는 지금 이 사람의 단편적인 모습이 다는 아니구나 깨닫게 된다. 이 사람의 일생에서 만난 수많은 사람들과 이 사람이 해온 수많은 일들, 모두 그 만의 의미가 있다. 


그리고 남편이라고, 부모라고, 혹은 직장동료라고 내가 보는 그 사람이 전부는 아니라는 사실도 깨닫고 뭔가 뭉클해진다. 그래 지금은 배 나온 아저씨지만 남편도 전성기가 있었구나 그런 시절이 있었구나. 그러면 남편이 조금 더 이해가 될 것 같다. 




그리고 지금도 좋은 면만 보기.


남과 비교하는 마음을 버리고 내 상황을 보기. 남편은 여전히 사랑한다고 말한다. 여전히 아침마다 출근하는 내가 볼 수 있도록 쪽지를 남겨준다. 매일 자상한 말을 해준다. 그 선의를 알아주기. 


앞으로 우리가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내가 어느 순간 폭발해서 이혼 선언을 할지, 남편이 바쁜 일이 끝나고 꿀 떨어지는 신혼부부 생활을 할 수 있을지, 아니면 데면데면 대충 알아서 각자 살지, 전부 지금 우리에 달렸다. 지금 내가 하는 생각에 달렸다.







미국인 남편에게 간병받는 방법

남편이 사랑하는 법


이전 13화 개 같은 사랑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