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생을 밝은 달과 벗하여 살자고 했지
김삿갓은 가족의 비밀을 알고 나서 죽장에 삿갓 쓰고 조선 팔도를 방랑했다고 한다. 나 성도 김 씨인데 삿갓 쓰고 셀피 스틱 들고 돌아다니려 한다. 내 엄청난 깨달음을 (또?) 얻었으니...
우리는 서로를 사랑하고 있을까? 우리 부부의 근간을 흔드는 질문.
우리는 왜 함께 할까? 우리는 왜 결혼을 유지하고 있을까?
우리가 함께하면 행복할 수 있을까? 우리의 관계를 유지할 가치가 있을까?
우리가 함께하기 위해 견뎌야 할 아픔이, 아물지 못한 상처가 치유될 수 있을까?
아니면 그냥 우리는 서로의 상처를 건들지 않기 위해 돌아돌아 가야 할까?
감히 아픔을 치유해주려 시도했다가 오히려 더 치명적인 실수를 하게 되는 거 아닐까?
그냥 못 본 척하며 등 돌리고 눈 감고 지내야 하는 걸까?
시간이 지나면 나아지겠지만... 그게 정말 내가 원하는 삶일까?
언젠가 친구에게 어설픈 위로의 말을 건넨 적이 있었다.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아주 명확하게 알고, 그것을 이루지 못한다면 이혼을 하겠다는 다짐을 한 친구였다.
우리가 인생에서 사춘기를 겪으며 성장하듯, 관계에서도 갈등을 겪으며 더욱 성숙해질 수 있다고.
유년기와 청년기의 모습이 다르듯, 부부 사이도 그렇게 깊어지고 단단해지는 거라고.
우리가 영원히 아이로 살 수 없고 나이를 먹으며 자라나는 것처럼, 자연스러운 과정이라고.
만약 서로를 사랑한다면 그 결혼을 지켜낼 수 있다고 믿었다. 나는 진심으로 그렇게 믿었다.
그런데 서로를 사랑하는 마음을 어떻게 확신할까? 한 순간에 상대에 대한 마음이 싸늘히 식어버릴 수도 있고, 또 그만큼 한 순간에 사랑과 열정이 불타오를 수도 있고... 누구든 그런 과정을 다 겪으면서 한 번쯤 생각해 본 일이겠지. 아마 오랜 시간 동안 고민해온 친구에게 별 도움이 안 되는 말이었을 듯 ㅠㅠ
우리가 싸우는 이 모든 순간은 서로를 더 잘 알아갈 수 있는 기회이다. 상대가 자신의 주장을 표현할 수 있고, 내가 상대의 입장을 들어줄 수 있는 기회. 서로에 대해 더 깊게 이해해 줄 수 있고 감싸 안아 줄 수 있는 기회.
잠깐, 그게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걸까? 나는 이제까지 당연히 내가 그걸 원한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해줄 수야 있지만, 내가 그걸 원하는 걸까?
나는 남편을 더 잘 알아가고 싶을까?
나는 남편을 이해하고 싶을까?
나는 남편을 사랑하는가? 이게 진정한 사랑일까?
나는 남편과 결혼을 유지하고 싶은가?
결혼했으니까 그냥 사는 건가? 그게 내가 원하는 결혼생활인가?
나는 어떤 결혼생활을 원하는가?
나는 남편과 어떤 결혼생활을 원하는가? 어떤 결혼생활을 할 수 있을까?
남편과의 결혼생활에 내가 진심으로 행복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