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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이 Oct 26. 2022

내가 계속 사랑을 갈구하는 이유

우리가 채워질 수 있을까?


내가 계속 사랑을 갈구하는 이유를 알았다. 사랑은 받는 게 아니라 주는 건데 나는 오로지 받기만을 원했던 것이다. 나의 모든 것을 바쳐서 사랑하고 진심을 표현하고 진정으로 그 사람을 위할 때 채워지는 거였는데! 


그래서 아이를 낳으면 어른이 된다는 걸까? 내 목숨보다 소중한 존재가 생겨서? 자존감이고 뭐고 다 버리고 아이를 위해 뭐든지 할 수 있어서? 치사하고 더러운 이 세상에서 살아남을 힘이 되어주니까? 아이를 낳으면 그런 마음이 들까?




나는 남편을 못 믿고 자꾸 계산하고 재고 있었다. 내 사랑을 줄까 말까? 이 인간 믿을까 말까? 이 사람한테 내 마음을 배팅해도 괜찮을까? 나한테 상처 줄 사람인가 아닌가? 사랑을 충분히 받으면서도 계속 의심했다. 나는 내 남편에게조차 조건부 사랑을 하고 있었나 보다. 니가 날 사랑해주는 한, 니가 나에게 상처주지 않는 한, 니가 날 배신하지 않으면...


나는 여전히 과거에서 벗어나지 못하며 헤매고 있었다. 감정이라는 파도에 휩쓸려 다니며 갈팡질팡 하고 있었다. 나는 끝이 보이지 않는 방황을 하고 있었다. 무엇을 찾는지도 모른 채. 머리로는 알지만 마음은 아직도 파도처럼 울렁인다. 눈물이 왈칵 쏟아질 것 같은 기분.




어느 순간 문득, 그런 생각이 들 때가 있다. 구질구질 안 버리고 모아놨던 물건들을 휙휙 버려버리고, 갑자기 냉장고 정리를 슥슥 해버리고, 화장실 벽이랑 바닥 곰팡이를 박박 닦고 싶고, 다 내치고 새로 시작하고 싶은 그런 날.


이 세상 전부를 다 아는 줄 알았다가, 내가 일 제일 잘하는 줄 알았다가, 기세 등등하게 맞는 말만 해대는 줄 알았다가... 사실 그런 나를 받아주는 사람들이 있었기에 내가 그만큼 성장했고, 그리고 더 성장할 수 있는 가능성을 깨달았다. 나는 더 배우고 더 깨닫고 더 듣고 더 고민해봐야 한다.




지난주 남편이 준 쪽지를 보니 남편이 원하는 관계가 이런 관계일 것이라 어렴풋이 짐작해 본다. 나는 저 원이 서로를 향하고 점점 더 합쳐져 하나가 되는 게 부부요 결혼이다 생각했는데. 함께하는 시간도 각자 보내는 시간도 공존하는 그런 관계가 어쩌면 더 오래가는 관계일 수도 있겠다.


나는 저 동그라미들이 합쳐지지 않을 거면 각기도생 해야 한다고 생각했나 보다. 극단적이긴 하지만 저 작디작은 합집합에 나는 만족하지 못했으니까.


연애 때부터 꾸준한 사람. 한결같은 우리 남편. 그런 그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 생긴 온갖 갈등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로의 곁에 남기 위해 했던 노력들. 


서로의 바닥을 보고 난 뒤에도 함께하기로 결정했다면 그만큼 관계도 성숙해지는 걸까? 서로를 더 잘 알고 어느 정도 선에서 인간의 존엄성을 지켜줄 정도로 타협하고 상대가 그 선을 놓치지 않게 도와주는... 그게 진정한 인생의 동반자로서의 의미일까?


근데 또 남편은 별 불만이 없다. 그냥 받아들인다. 내가 도망가면 도망 가는 데로 "잘 갔다 와~" 내가 다가가면 다가가는 데로 "잘 다녀왔어?"


나도 딱히 불만까진 아니다. 그냥 만족하질 못할 뿐. '더' 행복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지금 여기에 안주하는 기분이라 그런가? 그냥 가만히 있으면 가마니 될까 봐? 저 쬐끄만 합집합에 만족하느니 차라리 없는 게 낫겠다는 생각인가?


내가 사랑할 준비가 되지 않은 것 같다. 사랑받을 준비도 되지 않았다. 나를 우선시하는 마음을 버리지 못하고 내 생각을 고집한다. 결국 이기적인 건 누구일까? 


진정한 사랑이란 무엇일까? 진정한 부부란 무엇일까? 나는 어떤 사랑을 하고 싶을까?




그 공허함을 채워지기 위해서는 내가 누군가를 사랑해야 한다. 중심이 내가 되어야 하는 것이었다! 남이 나를 사랑해주는 것이 아니라 주어가 나로 시작해야 하는 것이었다! 이 단순한 진리를 또다시 깨닫는다.


녹색지대도 말하지 않았는가, 모든 것을 주는 사랑을 하라고.


모든 것을 주는 그런 사랑을 해봐.
받으려고만 하는 그런 사랑 말고.
너도 알고 있잖아 끝이 없는걸.
서로 참아야만 하는 걸.
사랑을 할 거야. 사랑을 할 거야.







It's always so nice mingling with you!

우리가 채워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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