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라는 단어 앞에 "그냥" 이라는 수식어가 붙으면
나는 동성보다는 이성친구가 더 많은 편이야
남사친이랑 진짜 볼 꼴 못 볼 꼴 다 본 사이 일 정도로 친한 사이야
차라리 남사친이 게이었으면 좋겠다고까지 말했어
수년 전, 내가 선생님께 처음 이런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솔직히 아무 생각도 없었다. 그냥 그렇구나 했지, 뭐. 그.런.데. 그녀의 남사친이 내 남편이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왜냐면 선생님과는 나도 아는 사이였으니까. 선생님께서 '나를 위해서' 내 남편과 '영원한 친구'가 될 줄은 몰랐지.
그렇게 선생님께서 나에게 실전 인생을 가르쳐주시고, 삶의 의미를 찾을 수 있는 기회를 주실 줄이야 진정 꿈에서라도 상상조차 못 했지.
덕분에 나는 세상을 보는 눈을 넓힐 수 있었지. 세상에는 정말 정말 다양한 사람들이 있구나. 같은 한국인이라고 모두 같은 생각을 하는 것도 아니고, 같은 여자라고 모두 다 이해할 수 있는 것도 아니구나. 내가 생각이 짧았구나. 내가 편견이 있었구나. 내가 잘못 알았구나.
덕분에 나는 나 스스로를 더 잘 알아갈 수 있었지. 나는 남편과는 다르게 이렇게 생각하는구나. 내가 원하는 결혼생활은 이런데, 남편이 원하는 사랑은 저런 모습이구나. 결혼했으니 어떻게 해야 한다는 건 나의 믿음이었구나. 나는 이럴 때 행복한데, 그러려면 이런저런 노력을 해야 하는구나.
남사친 여친에게도 말했어요. 차라리 남사친이 게이었으면 좋겠다고, 같이 살 수 있게.
그 후 몇 년이 채 지나지도 않았는데 남편의 다른 여사친에게 들은 말이다.나는 선생님께서 하신 말씀을 평생에 한 번 들은 것도 대충격이었는데, 이 핵폭탄급 발언을 살아생전 두 번이나 내 귀로 들을 줄이야. 나는 내 귀가 잘못된 줄 알았다. 세계관에 혼란이 온다. 동공 지진. 내 안의 유교걸이 멸종되는 순간.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눈앞이 깜깜해지고 잠깐 숨을 쉴 수가 없어 참고 있었다는 걸 느꼈다. 나 지금 떨고 있니?
한국이 이렇게나 개방된 사회였던가? Hoxy... 내가 한국에서 멀티버스를 통과해서 미국으로 온건가? 그래, 미국에서는 남사친 여사친끼리 동거도 하고 그런다더라. Friends 에서도 나왔고 How I met your mother 에서도 나왔고 내가 본 미드에서 다 그렇더라. 내 주위에 친구끼리 플랫 쉐어 한다는 얘기를 들은 것도 같고. 이곳 학교 기숙사는 남녀 구분도 없이 혼성으로 사용하고, 호스텔에서도 남녀공용 도미토리 방이 있기도 하니까.
물론 내가 한국인 두 명에게 이런 이야기를 들었다고 해서 한국 사람 모두가 이렇게 생각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일반화할 필요도 없고, 과민 반응할 필요도 없다. 그냥 그 사람들의 의견일 뿐.
선생님과의 사건 이후 내가 맹목적으로 읽었던 책. <NOT "Just Friends"> 물론 내가 듣고 싶은 말만 찾아다녔으니까 그럴 수도 있지만, 영문으로 된 미국 책에서 나와 같은 사상을 가진 내용이 나오니까 사막에서 만난 오아시스 같았던 책.
You know you’re in trouble when the word “just” appears before the word “friends.”
"친구"라는 단어 앞에 "그냥" 이라는 수식어가 붙으면 더 이상 "그냥 친구"가 아니다.
네, 지당하신 말씀입니다!!!!! 그게 친구가 게이었으면 좋겠다는 말은 즉! 그 친구가 게이는 아니라는 말 아닙니꽈?????
실상은 두 분 다 좋은 사람이라는 거, 나도 안다. 평판도 좋으시고, 공직에 계시고, 사회적으로도 성공하셨으니까. 개인적으로도 봤을 때에도 성격 좋으시고 능력 좋으시고 정말 나무랄 데가 없는 분들이라는 거. 그래서 더 혼란스럽다. 악의가 없어서. 가해자는 없는데 피해자만 있는 꼴. 사람 하나 정신병자로 몰아가기 아주 좋은 상황.
남편의 친구로 만난 관계가 아니라, 나와 먼저 친구 사이였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미안해요. 저는 차라리 당신이 게이였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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