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조국에 대한 오해와 편견
소비의 나라, 물질의 왕국, 자본주의 끝판왕. 제가 미국에 갖고 있었던 오해 아닌 오해가 있었어요. 그런데 이곳에서 살면서 사람 사는 곳은 다 똑같고, 각자 하기 나름이라는 간단한 진리를 또다시 깨닫고 있답니다. ㅎㅎ
한국에서 사는 것과 해외에서 사는 것이 완전히 같을 수는 없겠지만, 가끔은 굉장히 의아한 면이 보이기도 해요. 신선하기도 하고 답답하기도 하고 왜 저러냐 하다가도 아 그랬구나 하게 되는 ㅎㅎㅎ
정말 정말 단순화하여 보자면 기준이 다르달까요? 우리나라는 상향평준화가 되어 있다면 이곳은 기능 중심적이라고 해야 할까요? 물론 저의 개인적인 경험에서 다 이해할 수는 없겠지만, 제가 느꼈던 궁극의 미니멀 라이프 이야기를 하고자 합니다 ㅎㅎ
새 물건을 잘 산다?
이곳의 첫인상은 제가 처음에 생각했던 그대로였어요.
저희는 부동산을 통해 스튜디오 아파트를 계약했어요. 물론 한국처럼 깨끗하게 입주청소도 되어있지 않고 낡고 오래된 집이라 어쩔 수 없는 면이 많았죠. 그런데 의외로, 빌트인 가전이 고장 날 때마다 새 거로 바로바로 바꿔주시더라고요!
이사한 지 한 달도 안 돼서 에어컨이 고장 났는데 새 에어컨을 바로 설치해주시고, 수전에 물이 조금씩 새서 손잡이를 잘 조절해야지 물이 잠긴다고 나사를 조이거나 해야 할 것 같다고 수리 요청했더니 새 거로 교체해주시고, 싱크대에 설치된 음식물 분쇄기에 물방울이 새는 것 같아 검사 부탁드렸더니 또 새 제품으로 바꿔주셨어요.
역시 공산품, 대형마트, 물질주의!!! 새 거를 좋아하는 저는 꽤 마음에 들어 했습니다 ㅎㅎㅎ 처음에 낡은 집을 보고 조금 실망했었는데, 매번 새로 바꿔주시니 야금야금 집 전체를 싹 다 고쳐~?! 하는 마음도 들기도 했죠 ㅋㅋㅋ
물건을 안 버린다?
올해 냉장고가 고장 났어요. 냉동고 뒤판이 쩍 하면서 튀어나온 거 있죠 ㅜㅜ 제가 남편에게 냉동고에 성에가 자꾸 끼니까 어떻게 고쳐달라고 말해야 하는 거 아니냐며 계속 잔소리했었는데 속 편한 저희 남편은 냉동고는 원래 성에 끼는 거라고 (-_-) 내버려 두라는 거예요! 그래서 그냥 한 달에 한 번씩 제가 성에 깨서 치우곤 했는데, 이런 참사가 일어난 거죠ㅠㅠ
그.런.데. 제가 충격받았던 점은 바로 저 냉동고 중앙의 환기구 커버(?)였습니다!!! 중간에 온도조절 손잡이 사진에서 보이시나요? 저 커버는 원래 이 냉장고 부품이 아니라 다른 제품 커버였나 봐요! 저희는 이제까지 저 부품이 냉장고에 실제로 연결된 줄 알고, 저 온도조절 손잡이를 미니멈에서 맥시멈으로 올리려고 한참을 고생했던 적이 있었거든요 ㅠㅠ
그런데 이게 뒷부분이 저렇게 꽁꽁 얼어 있어서 돌아가지도 않았고, 연결도 안 돼있는 눈 속임 용으로 감쪽같이 있었다니 ㅋㅋㅋㅋㅋ 물론 환기구 커버하는 역할을 하긴 했지만 말이죠. 저 온도조절 손잡이를 돌리려고 갖은 노력을 했던 지난날이 무색해지는 순간이었어요.
저는 이번에도 부동산에서 냉장고를 새로 교체해주려나 기대하고 있었는데, 그냥 냉장고 전원을 끄고 해동시킨 뒤 저 커버를 그대로 붙여주시고 가셨어요 ㅋㅋㅋㅋㅋ 아니 이런 식이면 이 냉장고 천년만년 쓸 것 같아요!!!
왜 그럴까?
제가 이곳에서 살면서 느낀 특징 중 하나는 보수적인 삶의 방식입니다. 새로운 것을 습득하는 것보다 기존의 것을 유지 보수하는 방식이 전반적인 것 같아요.
저의 경우에도 에어컨은 되고 냉장고는 안 된다는 게 아니었어요. 에어컨은 정말 오래된 모델이라 수리할 수 있는 부품조차 구할 수 없었기 때문에 새 제품을 사준 거였고, 냉장고도 엄청 옛날 모델이라 부품은 못 구하지만 수리는 가능해서 고쳐준 거였대요. 옛날 모델이라 부품이 없으면 다른 냉장고에서 쓰다 남은 부품으로 때우기도 하면서 ㅋㅋㅋ 진짜 작동을 멈출 때 새로 바꿔주겠죠 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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