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차피 인간은 모두가 이기적이다
배우자와의 꽉 막힌 대화는 절망적이다. 너무나도 이기적이고 자기밖에 모르는 사람과의 대화에서는 일반적인 상식이 통하지 않는다. 자신의 생각이 우선이며 상대방에 대한 고려가 전혀 없다. 이런 경우 일반 사람들과의 대화처럼 접근한다면 효과가 없는 것은 당연하다. 좋게 포장해서 말해 ‘개인주의’인 사람과는 어떻게 대화하는 게 좋을까?
알쓸범잡에서 사과의 정석으로 잘못 -> 피해 -> 상황 설명 -> 반성 -> 책임에 대한 내용이 들어가야 한다고 설명했다. 치유는 사과에서 시작한다고. 그 후에는 -> 변화 -> 인정 -> 치유의 과정도 뒤따를 것이다. 나도 남편에게 사과를 받고 싶어서 남편이 잘못한 행동과 내가 입은 피해를 남편에게 알리는 데 온 힘을 썼지만, 우리의 대화는 항상 잘못 -> 피해 -> 상황 설명으로 끝났다. 남편은 자신의 행동이 잘못이라고 생각도 안 했고, 그러므로 내가 상처나 피해를 받을 필요도 없다는 식으로 상황을 치부해 버렸다.
나는 남편에게 반성 -> 책임을 기대해서는 안된다는 점을 2년 만에 뼈저리게 깨달았다. 남편에게 감정적인 공감이나 진심 어린 사과를 기대하지 않아야 내가 살 수 있었다. 하지만 남편이 변하지 않는다면, 평생 자기 잘못도 모른 채 자기 합리화 하는 인간과 살 수도 없었다.
남편도 바뀔 수 있을까?
아웃풋을 바꾸려면 인풋을 바꿔야 한다.
우리 남편 같이 개인주의적인 사람은 자신이 가장 중요하다.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자신이 어떻게 생각하는지가 최우선적이다. 남편은 상대가 받고 싶은 사랑보다 자기가 주고 싶은 사랑을 주고, 상대가 주고 싶은 사랑을 받기보다 자기가 받고 싶은 사랑을 받기를 원한다. 그런 남편에게 자기 자신은 부정하거나 부인하는 대상이 아닌 인정의 대상이다.
내가 남편에게 사과를 받으려는 것 자체가 남편에게는 자신이 잘못했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는 전제가 있다. 하지만 자신은 항상 옳다는 생각을 가진 남편에게는 그 전제조건이 성립되지 않는다. 나쁜 남편이 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인식 자체가 없다. 자신은 이미 최고로 좋은 남편이기 때문이다. 그런 남편에게는 사과의 과정이 다 적용되지 않는다. 잘못 -> 피해 -> 상황 설명 -> 반성 -> 책임 -> 변화 -> 인정 -> 치유 남편이 해야 할 중간 과정을 제외하고, 남편의 변화를 이끌어내야 한다.
여기서 개인주의 남편과도 말이 통하려면 남편의 개인주의를 인정해야 한다. 이 사실을 대화에 적용시키려면 상대와 나를 완전히 분리하는 문장으로 말해야 한다. 즉, 내가 말하는 모든 문장은 나에 관한 것이어야 한다. 상대에게 하지 말라는 내용이나 상대가 바뀌어야 한다는 내용이 아닌,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말할 수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하지 말라는 것보다 앞으로 어떻게 했으면 좋을지를 설명한다면 더욱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내가 원하는 것 -> 변화 -> 인정 -> 치유의 과정로 갈 수 있도록 끊임없이 방향을 안내해줘야 한다.
“나는 이렇게 생각해.”
“나는 무엇을 원해.”
“나는 저렇게 했으면 좋겠어.”
내가 제일 많이 했던 말은 “거짓말하지 마”였는데, 이렇게 바꿀 수 있다.
“나는 일부러 말하지 않는 것도 거짓말이라고 생각해.”
“나는 있었던 일을 그대로 말해줬으면 좋겠어.”
“나는 나에게 당신이 먼저 사실대로 말해줄 때마다 당신에게 더욱 신뢰가 가.”
“나는 부부사이에 신뢰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
“사실대로 말해줘서 정말 고마워.”
남편이 결혼생활에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그리고 그것이 어떻게 충족될 수 있는지를 철저하게 남편 입장에서 생각해 볼 수 있다. 만약 남편이 아내인 나를 사랑한다는 말이 진심이라면 내가 어떤 상황에서 사랑받는다고 느껴지는 지를 잘 알려줘야 하고, 내가 행복했으면 좋겠다는 말이 진심이라면 내가 어떤 상황에서 행복하다고 생각하는 지를 잘 알려줘야 한다. 내비게이션이 길 안내를 하는 것처럼 아주 구체적으로 언제 어디로 가야 하는지 분명하게 알려줄 수 있어야 한다.
“늦게 들어오지마!” 라고만 하면 좀 늦을 수도 그게 뭐가 잘못이냐, 너는 얼마나 잘한다고 너도 저번에 나가 놀지 않았느냐는 반응이 있었다면, 단순히 “일찍 들어와!” 라기보다는 “일찍 퇴근하는 날에는 우리 가족 모두 모여 함께 저녁식사를 했으면 좋겠어. 우리 가족이 다 같이 모이면 정말 행복할 것 같아.” 라고 말하는 것. 내가 원하는 건 단순히 몇 시에 들어오는 것이 아니라 일찍 들어와서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이라고 구체적으로 입력해야 하기 때문이다.
자신은 좋은 남편이라고 생각하는 것과 별개로 실제 아내에게 좋은 남편이라는 인정을 받는 것은 또 다른 성취감을 줄 것이다. 어떻게 해야 자신이 좋은 남편이라고 아내에게도 느껴질지 그 방법을 들었으니 조금씩이라도 노력할 수도 있다. 네가 그런 걸 원하는지 몰랐어 말을 해야 알지 라는 변명이 통하지 않도록 내가 원하는 것을 자주 표현해야 한다.
만약 남편에 아주 조금이라도 바뀌는 모습을 보였다면 그게 정말 미미한 정도라도 인정해 줄 수 있어야 한다. 개인주의 남편은 자신이 가장 중요하다. 자신에 대한 남의 평가에 따라 자신의 행동을 수정하기보다는, 자신을 좋게 평가하는 사람과의 관계를 추구하기 마련이다. 그러므로 남편의 작은 변화도 칭찬해 주고, 만약 성공하지 못했더라도 그 의도만은 인정해 준다면, 더더욱 노력하게 될 것이다.
물론 단기간에 변하지는 않을 것이다. 진정으로 변화를 원한다면 스스로에게, 그리고 배우자에게도, 넉넉할 정도로 충분한 시간을 주고 함께 변할 수 있어야 한다. 나는 기한을 1년으로 잡았다.
1. 대화
- 말하는 법
- 듣는 법
2. 감정
- 알아채는 법
- 표현하는 법
3. 현재
- 최선을 다하는 법
- 만족하는 법
4. 배우자
- 인정하는 법
- 존중하는 법
5. 행복
- 기대하는 법
- 허용하는 법
<남편이 미워질 때 보는 책>
https://m.kyobobook.co.kr/digital/ebook/ebookContents.ink?barcode=480D211040150#
<외국인 남편 덕분에 배운 자존감 대화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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