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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이 Feb 03. 2023

콜라러버의 금단현상과 자아성찰 feat. 개 같은 남편

마음 울적한 날에

힝. 요즘 나의 상태는 힝입니다. 가끔은 힝구, 가끔은 앜, 가끔은 호곡...!







나는 매일매일 콜라를 마시는데, 언제부터 먹었는지 기억나지 않을 정도로 오래 먹었다. 중학교 때 급식에 콜라 등의 탄산음료와 과일주스가 포함이었는데 그때부터 콜라를 하루 한 캔 씩 마셨던 것 같기도 하고. 대학생 때도 도서관 자판기에서 500원에 뽑아 먹었던 기억이 있고 햄버거나 피자도 콜라 마시려고 세트로 항상 시켰었다.


이게 중독자의 마음인가? 그만 마시겠다고 하고도 어느샌가 마트에서 식스팩을 사 온다. 나는 대체 무엇을 위해 콜라를 마시는가? 그냥 습관처럼 항상 먹는다. 마음의 안정을 위해? 물만 마시면 싱거우니까? 술보다 건강하니까? 아니다 차라리 술을 마실까?


내가 만약 콜라를 그만 마신다면, 무엇을 마실까? 건강을 위하여 물을 마실까, 운동을 하며 보충제를 마실까, 식단을 위하여 제철과일을 갈아서 스무디를 만들어 마실까... 어른스러운 하루를 보내고 와인을? 힘든 날에는 쓰디쓴 소주를? 위스키를? 꼭 뭐를 마셔야 하는 건 아니니까... 차라리 단식을 할까ㅜ


어쩌면 콜라는 값싼 음료니까 그렇게 나의 공허한 마음을 채우는 단순한 핑계가 아닐까? 좋은 재료로 만들어 먹기 귀찮아하는 나에게 그냥 어디서나 쉽게 구할 수 있는 콜라에 의존하는 거 아닐까? 내가 중국에 살아도 한국에 살아도 영국에 살아도 홍콩에 살아도 하와이에 살아도 콜라는 파니까. 마음 둘 곳 없어서 방황하는 내 삶에 콜라라도 마시면 기부니가 좋으니까? 나를 키운 것은 8할이 콜라였나?


나라마다 법이 달라서 콜라를 만드는 재료도 다르다고 한다. 미국 콜라는 특히 맛없는데 옥수수 수확량이 넘쳐나니까 비싼 설탕대신 콘시럽으로 만들어서 그렇다고. 그래도 마신다. 오늘도 마신다. 내가 좋아하는 게 뭔지, 내가 바라는 게 뭔지,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게 뭔지 찾을 때까지.







요즘 기분이 난조를 거듭하고 있다. 어느 날은 너무 우울해서 탈주를 감행하고 집에 가서 한국 드라마 크게 틀어놓고 김치를 퍼먹었다. ㅠㅠ 어느 날엔 떡볶이를 한 솥을 만들어서 폭식하고 어느 날엔 오징어를 조졌다. 어느 날엔 콜라 수혈하고 어느 날엔 커피를 한 다섯 잔 마신 듯.


요새 비도 많이 오고 하늘도 흐려서 그런가 춥다가 덥다가 날씨도 변덕이다 ㅠㅠ 한여름의 청량함이 지속됐던 날씨에 너무 익숙해졌나 보다, 한국에서 그 긴긴 겨울을 어떻게 보냈는지 기억이 안 난다. 눈이 펑펑 오는 날에도 버스 타고 지하철 타고 산 넘고 강 건너 출근했었는데... 지금은 보슬비만 내려도 회사 가기가 싫어 나자빠지는 중 ㅠㅠ







개 같은 우리 남편. 커다란 개인데 항상 행복하고 사람 좋아하는, 멍뭉미 넘치는 남편. 댕댕이 남편. 가끔은 무지개 같기도, 가끔은 개새끼 같기도 한 남편. 내가 술을 좀 마셔가지고 진정한 개가 뭔지 한 번 보여줘 볼까?ㅎㅎㅎ


내가 만약 남편과 결혼하지 않았더라면 이렇게나 많은 자아성찰을 했을까? 나와 너무나도 다른 사람을 인정하고 이해하면서 나를 더 잘 알아가는 걸까? 남편은 여러모로 정말 대단한 사람이다. 진정한 “마블러스 맨”.


이 마블러스 맨은 미국의 한 정치인이 실제 했던 말이다. “내가 대단한 사람과 결혼하긴 했지. I think I did marry a marvelous man.” 이 분의 책을 보면 부드럽고 강인한 한 사람으로서의 면모가 느껴진다. 도시락 싸가지고 쫓아다니며 배우고 싶은 삶의 마음가짐, 아름다움과 우아함을 잃지 않는 그 태도, 상처를 회복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존엄성을 지켜내는 강단! 나도 그렇게 올곧은 마음을 가질 수 있을까?







우리 남편은 내가 기분이 최상이어도 옆에서 덤덤하게 있어주고 내가 기분이 하여도 덤덤하게 인정해 준다. 이유를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그냥 그렇구나 해주는 사람. 내 맘에 닿는 위로도 없고 내 맘에 차는 공감도 없지만, 내가 한없이 내려가도 나를 위로 끌어올려주고 내가 한없이 날아가도 내 발이 땅에 닿도록 중심을 잡아줄 수 있는 그런 존재. 내 감정은 오직 나만이 해소할 수 있다는 사실을 진작에 알고 나에게 충분한 기회와 시간을 주는 사람. 시어머니께서 심리상담가신데, 어렸을 때부터 조기교육 받은 걸까?


언제나 한결같이 그 자리에 있는 남편... 이제 좀 우상향 할 수는 없는 거뉘... 이것 역시 나만의 기대 ㅠㅠ





아무튼 나는 지금 퇴근하고 싶다. 왜? 피곤하니까!!!







<남편이 미워질 때 보는 책>

https://m.kyobobook.co.kr/digital/ebook/ebookContents.ink?barcode=480D211040150#

<외국인 남편 덕분에 배운 자존감 대화법>

https://class101.net/plus/ko/products/DCNO3sPxKUBstRcB0ui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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