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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이 May 08. 2023

한국에서 미니멀라이프 가능하긴 한가요?

4/23 하와이 in 서울

안녕하세요! 저는 자칭 타칭 미니멀리스트로 하와이에서 거의 자연인으로 살고 있답니다. ㅎㅎ 느리고 단조롭게 흘러가는 일상, 1년 내내 온난한 기후로 여름 단 하나뿐인 계절, 드넓은 바다와 울창한 열대 삼림에 둘러싸인 자연친화적인 환경... 맞아요 ㅠ 서울에 비해서는 굉장히 시골 같아요. 그래서 하와이가 살기 좋다는 사람들의 부러움을 이해하지 못했었는데, 이제는 살기가 좋다는 말에 여러 가지 의미가 있다는 걸 확실히 알았어요.


빽빽한 고층 건물이 밀집되어 있고, 도회적인 느낌 가득한 도시, 서울. 그만큼 거주민도 유동인구도 많아 사람이 가득 차 있기도 하죠. 저도 옛날에 서울 끝에서 끝으로 왕복 4시간이 걸려서 출퇴근을 했었는데, 이런 부수적인 일들부터 힘이 드니 하루 종일 체력이 부족해지고 예민해지는 것 같기도 해요. 그래서 뭐든지 빨리빨리, 최소한의 시간과 노력을 들여 최대한의 결과를 얻어내는 가성비를 따지게 되고, 더욱 즉각적인 기분전환이나 뭐든지 효율적으로 할 수 있는 천재적인 방법들을 만들어내는 게 아닐까 생각돼요.


편의시설이 즐비하고, 밤늦게까지 영업하는 식당과 카페가 가득한 곳... 하지만 생각해 보면 새벽까지 일하는 사람들이 그만큼 많다는 소리이고, 그만큼 스스로를 갈아 넣어서 일을 해야지만 버틸 수 있는 곳일지도 모르겠어요. 그게 당연하고, 또 남들 다 그러니까 나도 그래야만 한다는 약간의 압박을 받는 것 같아요. 풀타임으로 일하고도 야근을 더 해야 하는 처지에, 퇴근하고도 통근버스로 한참을 가야 집에 도착할 수 있다면 삶에 여유를 찾는 건 사치스러운 일이 될지도 모르죠 ㅠㅠ


사회의 역할과 기능, 빨리빨리가 나을까요 느릿느릿 이 나을까요? 둘 다 장단점이 분명해서 아직도 답을 모르겠어요.




서랍이 없는 경우 자잘한 옷들은 빨래망에 담아 옷걸이에 걸어둬요




제가 한국에서 머물렀던 에어비앤비 숙소입니다. 도착하자마자는 날씨도 화창하고 따뜻해서 완전 봄날이었는데, 며칠 뒤에 비가 오면서 엄청 추워졌어요 ㅠㅠ 하와이는 사계절 내내 여름이라 제가 가져간 옷도 여름옷밖에 없었고, 하와이에서는 필요하다고 느낀 적 없는 물건들이 간절히 생각났어요.


한국은 사계절이 뚜렷하고, 여름 최고온도와 겨울 최저온도의 격차가 너무나도 크잖아요. 한여름에는 통풍 잘 되는 시원한 소재의 짧은 옷, 한겨울에는 기모가 있는 두꺼운 옷이나 방한복으로 롱패딩에 부츠가 필수죠. 봄가을에는 환절기 옷차림으로 위아래에 더해서 겉옷까지 챙겨 입어야 하고요. 결국 저도 긴팔 기모 후드티를 하나 샀답니다 ㅠㅠ


여름에는 폭염과 장마에 겨울에는 한파와 폭설, 봄에는 황사까지 ㅠㅠ 그러니 여름에는 선풍기나 에어컨 필수이고, 겨울에는 집에 전기장판이나 보일러 없으면 안 되죠. 그리고 봄에는 황사 때문에 공기청정기 필요하고, 가을 겨울 실내에서는 가습기 필요하고요... 정말 우리가 초사이언이 아니고서야 전부 다 꼭꼭 필요한 물건들이에요.


제가 만약 한국에 있었더라면 미니멀 라이프 가능했을까요? 각 계절별로 옷이 얼마나 많이 필요한데, 그리고 한국에 예쁜 옷들이 얼마나 많은데, 캡슐 옷장이며 333 프로젝트를 할 생각이나 했을까요? 한국에서도 우리가 원룸에서 신혼생활을 시작할 생각이나 했을까요? 우리가 한국에 살았다면, 집 없고 차 없고 아이 없고 빚 없는 그런 생활에 만족할 수 있었을까요?







저는 일주일 가량 한국에 있었지만, 그 짧은 시간 동안 물욕이 폭발해서 이것저것 사들이기도 했어요 ㅠㅠ 사실 없으면 안 되는 필수품은 아닌데, 있으면 좋은 자잘한 물건들이 정말 눈이 돌아가도록 많더라고요. 게다가 가격도 싸, 무료배송에 당일 출고까지, 할인 쿠폰에 사은품까지!!! 어머나 역시 물건이든 상품이든 서비스든 한국이 가장 좋다니까요! (사람을 갈아 넣어 그랬을 수도 있지만... ㅠㅠ)


저는 하와이에서는 작은 천가방에 필요한 물건들 전부 넣고 다녔어요. 지갑도 없이 카드만 들고, 옷핀이나 머리끈, 실핀, 양면테이프, 기름종이, 물티슈 같은 자잘한 물건 1회용이나 소량으로, 렌즈와 눈물약 그리고 쿠션이랑 립글로스도 소분해서 작은 통에 담았죠. 그러면 가방도 가볍게 다닐 수 있으니까요. 그런데 한국에 오니, 저도 꾸미고 싶은 마음에 더해서 필수품이 계속 늘어났어요. 속눈썹도 붙이고 액세서리도 끼고 화장도 하고, 건조하니까 립밥이랑 핸드크림이랑 미스트도 챙기고 싶고, 셀카봉도 들고 다니고 싶고, 이것저것 챙기게 되더라고요.


한국에 오니, 제 눈에는 모든 사람들이 자가, 자차, 명품은 기본(?)으로 가지고 있고, 피부과에 운동에 관리도 철저히, 게다가 결혼식에 해외여행에 다들 잘 사는 것 같아 보이는 거 있죠?! 모두가 그런 건 아니고 다들 속사정은 모르지만, 전체적으로 삶의 수준이 상당히 높은 편이라 느껴졌어요. 하와이에서는 평생을 미국 밖으로, 심지어는 하와이 섬들 밖으로 나가본 적 없는 사람도 많았거든요.


생각해 보면 한국은 수준 높은 의료시스템도 다른 나라들보다는 잘 정착되어 있고, 물가도 상대적으로 낮기 때문에 가능한 것 같아요. 그러니까 좋은 제품들도 많고 비싸지도 않은데, 안 살 이유가 없는 거예요! 전부 이렇게나 좋은데! 이 좋은 건 함께 누리자는 상대를 위하는 마음에 주변에 추천도 해주고, 너도 나도 전부 하다 보니 안 하는 사람이 소수가 되어버리는 거죠. 그러다 보니 사는 게 당연해지고 정답이 됐는데, 사지 않는 사람은 사고 싶어도 못 사는 게 아닐까 하는 걱정이 되는 거 아닐까요.


저도 비슷한 말을 참 많이 들었어요. “왜 안 해?” 저희 부부는 집이나 혼수며, 상견례, 예물, 예단, 스드메, 결혼식, 신혼여행 일체를 생략했는데요. 결혼식을 바라는 어른들은 저희가 이해가 되지 않았던 거죠. 한국에서 준비하기가 얼마나 편하고 잘 돼있는데, 그리고 비용도 해외에 비해 얼마나 저렴한 편인데! 이게 얼마나 좋은 기회인데 그걸 놓치는 저희가 안타까웠나 봐요. 결혼이나 출산과 육아도 소비도 생활도 이 좋은 걸 할 수 있는데 안 하는 개인의 선택이 아쉬운 거죠 ㅎㅎ 그러다 보니 “네가 뭐가 부족해서 안 해?” “남들 다 하는데 왜 너는 안 해?” “그 정도는 기본으로 다 해!”라고 선의로 알려주시는 ^^;


만약 제가 이런 분위기에서 살고 있다면, 저는 팔랑귀에 기분파이기 때문에 온갖 것들을 섭렵하고 다녔을 것 같아요... 미니멀 라이프 안녕...! 왜냐하면 제가 써보고 진짜 너무 좋아서 이거 사라고 열 개 사라고 영업했던 물건이 있거든요. 바로 이 자석 속눈썹! 진짜 지금 세일하는 데 안 사면 손해라고 지금 사는 게 돈 버는 거라고 ㅠㅠ 한국 가기 전부터 몇 명한테나 주문을 받아놓고, 하와이 돌아와서도 계속 영업해서 지금 단체로 공구까지 하게 되는 상황이 발생했어요 ㅋㅋ




 



그렇게 좋은 한국에서 아이러니하게도 하와이를 만나는 순간이 종종 있었어요! 한국 가서 먹은 첫 외식은 건강식 하와이 포케 샐러드였고, 그날 방문한 편집샵에는 우주가 테마인 듯한 인테리어에 부서진 콘크리트가 하와이에 정비 안 된 도로 같아 보이기까지 ㅋㅋㅋ 약간 너무나도 완벽한 도시에서는 미완성의 무언가도 예술적으로 표현되는 것 같달까요


제가 머물렀던 숙소의 거실에도 이렇게 플렌테리어가 돼있었는데, 하와이 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열대식물들을 정성스럽게 가꾸고 계셨어요. 사실 하와이에서는 햇볕을 잘 받아 식물들이 상당히 거대하기도 하고 길에 아무렇게나 피어있어서 특별함을 몰랐는데, 한국에 오니 온습도조절을 해주고 영양제를 주는 등 노력을 해야지만 볼 수 있는 자연이라 생각하니 감회가 달랐어요.







일요일은 원래 만나기로 약속했던 친구가 직장 동료가 코로나 확진받는 바람에 다른 친구와 급만남을 했던 날이기도 해요! 언제든 어디서든 예상치 못할 일은 생기고, 그 상황에서 내가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따라 나의 서술이 달라진다는 사실을 또 한 번 체감한 날이었습니다. 다음 날 출근해야 하는데도 저녁에 시간을 내준 친구, 그리고 책까지 읽고 있다고 얘기해 주고, 선물로 간식거리까지 챙겨준 친구가 참 고마웠던 하루였습니다 ❤️







코엑스 영풍문고에 진열된 책 >_< 코엑스 별마당에도 언젠간 진열될 날이 오기를...!




<외국인 남편 덕분에 배운 자존감 대화법> 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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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남편 덕분에 배운 자존감 대화법> 클래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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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이 미워질 때 보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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