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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이 Sep 13. 2023

해외에서 받는 심리상담일지

미국과 한국의 심리상담 차이








한동안 


우울증을 진단받고 힘들어 했었던 적이 있어요. 


심리 상담도 나에게 맞는 상담사와 치료 방법, 자조모임 등을 찾아가야 합니다. 

저는 하와이 현지 병원, 미국 본토 병원, 그리고 한국의 병원에서 각각 상담을 받았어요. 

그 당시 제가 느꼈던 한국과 미국의 차이를 말씀드리겠습니다. 




저의 경험 상, 동서양의 문화차이를 공부하면서 심리치료와 그 접근 방법에도 비슷한 차이가 있다고 느껴졌어요.




미국의 심리상담


저는 하와이에 거주 중이기 때문에, 가장 먼저 보험이 적용되는 하와이와 본토에 연계된 병원에서 정신과 진료와 처방 그리고 심리상담을 받았어요. 


미국의 심리 상담은 개별적인 사건을 위주로 보고, 그 사건에 대한 나의 반응을 주로 다루었어요. 


예를 들어 어떤 사건이 일어났을 때 즉각적으로 할 수 있는 반응을 강조했어요. 


내가 정신적 충격을 느껴 쓰러지거나 자해 등 자기 파괴적인 행동을 하지 않도록, 조건반사적으로 바로 할 수 있는 행동들을 목록을 만들어서 항상 기억하고 실천하라는 다짐과 연습이 상담의 상당 부분을 차지했어요.


차가운 얼음을 손에 쥐어서 촉각에 자극을 준다던가,

진정에 도움이 되는 아로마 오일을 발라서 후각에 집중하라던가,

심적 안정이 되는, 목걸이나 팔찌 등 몸에 항상 지닐 수 있는 물건을 손으로 느껴본다던가,

푸시팝, 또는 팝잇 피젯 (소위 뽁뽁이) 같이 반복적인 행동을 통해 충동이 올라오는 순간을 이겨낸다던가...

따뜻한 물로 샤워를 해서 약간의 기분전환을 도모한다던가... 


그리고 그 이후의 상담에서는 주의를 분산하는 방법이 얼마나 효과가 있었는지, 나에게 어떤 변화가 생겼는지를 물어봤어요. 




저는 이런 단기적인 접근법이 저에게는 별 도움이 되지 않았어요.

왜냐하면 저는 지금 제 앞에 있는 큰 사건에 대해 저의 생각을 털어놓고, 

상담가는 제가 보지 못한 부분에 대해 질문하면서 답을 찾아가는 그런 상담을 원했거든요.


제 인생 전체를 복기하는 것을 원하지는 않았지만,

우리 관계의 역사를 거슬러 올라갈 필요도 없었긴 했지만, 

원인과 결과 까지도 생각하지 말고, 오로지 독립적으로 한 사건만을 다루는 것이 근시안적으로 느껴졌어요.




한국의 심리상담


그래서 인터넷으로 온라인 상담이 가능한 한국 정신과를 검색했어요. 한국은 정 반대로 관계 위주의 심리 상담이 대부분이었어요. 


실제 상담을 받았던 세 군데 모두 개인 상담에서도 남편과의 관계, 부모와의 관계, 어린 시절에 관한 내용을 질문하셨어요. 


그리고 ‘내면 아이’ 치료 기법을 추천하셨어요. 사실 내면 아이라는 개념이 무의식 속의 어린 시절의 아픔과 상처를 치유하는 목적이기 때문에 원인을 주위 환경에서 찾게 되잖아요. 많은 경우 부모와의 관계에서부터 시작해서, 그 관계를 성인이 된 지금 다시 대면하고 애도하고 치유해야 하죠. 




저는 이런 장기적인 접근 역시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됐어요. 

당장 죽을 만큼 괴로운데, 

오늘 받은 상처가 더욱 생생한데,

지금 뭔가를 하지 않으면 미쳐버릴 것 같은데...

10년, 20년 전의 상처까지 꺼낼 여력이 없었거든요.




일반 진료


비슷하게 일반 진료를 받을 때에도, 한국에서는 거의 대부분 스트레스가 원인이니 마음을 편하게 가지라는 진단을 받았어요. 아픈 상태를 독립적으로 보지 않고 근본적인 원인을 고려하는 것이죠. 두통도, 근육통도, 복통도, 스트레스는 건강의 적이니까요.


한의원을 가면 침을 놓거나 뜸이나 부항을 뜨는 것도, 전체적으로 기의 흐름과 혈액순환을 도와주는 효과가 있잖아요.


미국에서는 병원을 가면 외과적인 상태를 검사하고 정확한 원인을 찾지 못하면 원인불명이라고만 진단하고 진통제 등을 처방해 주더라고요. 피검사, CT, MRI 등의 검사를 통해 원인이 분명해지면 외과적인 수술이나 약 처방으로 치료를 하게 됩니다.




직장 내 괴롭힘


옛날에 간호학과 학생 학회에서 통역 알바를 할 당시 한 학생이 교수님께 질문했어요.


"한국에는 태움이라는 신규 간호사를 괴롭히는 악폐습이 존재합니다. 미국에도 비슷한 사례가 있나요?"


교수님은 물론 있다며, 그 현상을 "Nurses eat their young" 이라고 한다고 설명하셨습니다.


학생은 괴롭힘을 어떻게 극복해야 하는지 방법을 물어보았고,

교수님께서는 일부러 그 선임 간호사에게 더 잘해주고 친절하게 대하라는 조언을 해주셨어요. 


한 선배가 나를 괴롭힌 날엔 퇴근하고 집에 가서 컵케이크를 만들며, 그 선배에게 어떻게 더 잘해줄지 고민했다고 합니다. 다음날 그 선배에게 컵케이크를 선물하며, 속으로 나는 친절한 사람이고 그 친절을 베풀수록 내가 더 큰, 더 나은 사람이 되는 거라고 생각했다고 답변하셨어요.




당시에는 그 내용을 들으면서 저는 사실 조금 황당했습니다.


한국에서는 영혼이 재가 되도록 태운다고 태움인데, 

컵케이크를 만들어 줄 여유가 있을까요?

그 선배가 컵케이크를 받고 퍽이나 좋아할까요? 

오히려 병원 전체 분위기가 험악해지면 어떡하죠?


하지만 지금은 그 교수님께서 하시는 말씀의 본질은 문화차이로 이해할 수 있어요.


독립적이고 개인적인 존재인 서양인의 시각에서는, 

친절한 행동을 하면서 자신이 친절한 사람이라는 사실을 증명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유기적인 관계 내에서 존재하는 동양인의 시각에서는,

상대에 따라 자신의 행동을 바꿀 수 있어야 하기 때문에

그 조언이 현실적이지 않게 들렸던 거였어요.




자조 모임


저는 본토에서 진행되는 한 자조 모임에 온라인으로 참석하면서 제가 원하던 상담과 지원을 받을 수 있었어요. 동시에 오은영 박사님과 법륜스님의 강연도 듣고, 국문 영문으로 출판된 책들과 논문, 기타 자료들을 공부하였습니다.


서양의 개인주의적인 접근과 동양의 관계주의적인 접근을 적절히 혼합해서 제게 가장 도움이 되는 방법을 찾아갔어요. 




아무리 이해가 되지 않는 사람도 그 사람이 살아온 배경을 바라보면 왜 그렇게 행동하는지 알 수 있을 것 같아요. 

누군가를 온전히 받아들이고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의 가정환경, 성장 과정, 인생 경험 등 다각도로 바라봐 줄 수 있어야 합니다. 

그의 단편적인 모습만을 보고 섣불리 평가하기보다, 다양한 환경과 다양한 반응을 모두 복합적으로 고려해 줄 수 있어야 해요.


너는 어떤 상황에서 행복한지, 네가 간절히 원하는 행복이 무엇인지

너는 어떤 행동에 사랑받는다고 느끼는지, 어떤 결핍을 충족받고 싶은지

너는 어떤 말을 듣고 싶어 하는지, 그 말이 너에게 어떤 의미인지

너는 어떤 꿈이 있고, 그 꿈을 어떻게 가지게 됐는지

너는 어떤 일에 힘들어하는지, 어쩌다 네가 그렇게 반응할 수밖에 없었는지


그리고, 나 스스로에게도 같은 질문을 하고 답할 수 있어야 합니다.


내가 궁극적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나는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

내가 어떻게 기억되고 싶은지

나는 어떤 대화를 하고 싶은지

그리고 어떤 관계를 맺고 싶은지


그리고 자기 자신을 위한 선택을 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것이 이기적인 선택이 아니라, 정당한 나의 권리를 행사하는 것입니다.

다른 누구도 아닌 나만이 내릴 수 있는 선택입니다. 

자유로운 자만이 할 수 있는 선택입니다.




다음 단원에서는 실제 대화 사례들을 통해 양 문화를 적절하게 적용하여 마음의 평화를 얻은 방법을 말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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