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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이 Nov 26. 2023

“빈말이라도 미안하다는 말 한 마디면 되는데...”

상대에게 반드시 사과받고 싶다면

결혼 초, 저와 남편은 하루가 멀다 하고 싸우던 시기가 있었습니다. 서로에게 상처 주는 말을 골라서 하고, 서로의 바닥까지 끌어내리는 그런 날들이 있었어요.


저는 악착스럽게도 미안하다는 소리를 듣고 싶어 했습니다. “미안해” 그 한 마디면 될 것을 남편은 절대 사과하지 않았어요.

저는 어쩌면 “미안해” 한 마디에 화가 풀렸을지도 모릅니다.

“사랑해” 한 마디면 그냥 모르는 척 넘어갔을지도 모릅니다.

“고마워” 한 마디로 눈 감아버리고 다 덮었을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남편은 자신의 행동을 온갖 변명으로 정당화하고, 오히려 화를 내는 저를 비정상으로 몰고 갔어요.




“네가 그렇게 느꼈다니 유감이야”

몇 날 며칠을 다투던 끝에 남편이 한 사과는 이랬습니다. “네가 그렇게 느꼈다니” 라는 전제 자체가 자신은 아무 잘못도 없는데 네가 문제를 삼아서 안타깝다는, 즉 그걸 문제삼은 네가 잘못이라는 수동공격적인 사과라고 느껴졌어요.

이 사람은 정말 자기가 한 행동이 부적절하다는 걸 모르는 걸까요?

선을 넘었다는 걸 모르는 걸까요?

자신의 행동이 초래한 결과를 모르는 걸까요?

설령 진정으로 몰랐다 하더라도, 그걸 모르는 사람과 함께 하는 게 의미가 있을까요?


남편의 억지 사과는 제게 굉장히 충격적으로 다가왔어요. 그리고 무수히 많은 질문을 스스로에게 물어야 했어요. 그렇게 저는 남편과 심적으로 거리를 두고, 몇 달 동안 저에게 집중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만약 남편이 빈말로 “미안하다”고 했으면 저는 만족했을까요?

“뭐가 미안한데?” 하며 따졌을 것 같긴 해요.

“이게 미안한 사람 태도야?!” 하면서 화를 냈을 것 같아요.

“미안할 일을 하지 말던가!” 라고 답답해했을 거예요.


저는... 어떤 대답을 듣고 싶었을까요? 저는 남편이 억지로 미안하다고 하기보다, 남편의 진심을 듣고 싶었던 것 같아요. 저에게 무조건적으로 맞춰달라는 것도 아니었고, 제가 느끼는 감정을 부정당하지 않고 그냥 인정받고 싶었던 것 같아요.



네가 나에게 이러이런 일 때문에 화가 많이 났다는 걸 알겠어. 그리고 네가 지금 나에게 이러이러한 걸 원하는 것도 알아. 나는 너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가끔 너에게 부족하다고 느껴질 수도 있나 봐. 하지만 너를 생각하는 내 마음만은 정말 진심이야.


나는 지키지 못할 약속을 하고 싶지는 않아. 내가 당장 너의 기분을 좋아지게 하려고 진심이 없는 빈말로 너를 위로한다면 지금 당장은 넘어갈 수 있겠지. 하지만 나중에 내가 선택을 해야 될 상황이 왔을 때, 내가 하고 싶은 선택이 네가 바라는 상황과 다를 수도 있잖아. 그러면 너는 내가 거짓말을 했다고 느껴질 수도 있고, 더 상처받을 수도 있으니까... 너에게 상처 주고 싶지 않아. 나는 단지 나의 선택을 존중받고 싶을 뿐이야.




이렇게 시간을 갖고 제가 남편에게 듣고 싶었던 말을 생각한 뒤, 남편의 진심이 무엇이었는지 단도직입적으로 물어봤어요.


남편이 원하는 상황이 무엇인지,

남편에게 무엇이 가장 중요한지,

남편은 지금 어떻게 하고 싶은지,

그리고 담담하게 남편의 말을 모두 들어주었어요. 절대 반박하지 않고, 끝까지 들어주는 게 중요해요.


그 뒤, 제가 듣고 싶었던 남편의 대답을 알려주고, 이 중에서 진심으로 말할 수 있는 부분을 저에게 다시 말해달라고 했어요. 제가 듣고 싶었던 말 중에서, 남편이 하고 싶은 만큼의 대답을 해주면, 그나마 듣기가 수월했어요. 그리고 남편도 진심인 부분만 말하는 것이니, 저 역시 그 의도를 의심하지 않고 그대로 믿어줄 수 있었어요.


만약 남편의 진심이 저에게 충분히 위로가 되었다면 더 이상 이 이야기는 꺼내지 않았어요.


하지만 이 대화가 저에게 감정적인 지지가 돼주지 못한다면, 남편과의 관계를 진지하게 다시 생각해 볼 수 있어야 하겠죠.


이 관계를 내가 계속 유지하고 싶은지 스스로에게 질문해 보세요.

남편이 사과한다면 이혼은 안 하겠다는 조건부가 아니라, 남편의 진심은 그대로 존중해주고 나는 어떤 결정을 하고싶은지 나 자신의 의견도 존중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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