된다가 된다라는 의미로 들리려면
수년 전, 한국 직장에서 아르바이트 하는 20대 초반 대학생들을 관리하는 업무를 했었어요. 당시 무단 지각, 무단 결석, 무단 이탈이 많아 문제였죠.
그래서 특정 날짜에 일을 못하거나, 특정 시간에 자리를 비우게 되면, 제게 얘기해주고 가라고 전달했었어요. 사무실에 있어야 할 인력이 있어야 되는데 없으면 제가 맡아서 해야 하니까요. 그리고 근무시간에 따라 시급이 지급되는 방식이라 몇 시부터 몇 시까지, 몇 시간동안 근무했는지 제가 알고 있어야 했어요.
그런데 몇 주 뒤 알게 된 충격적인 사실은, 아르바이트생들이 그동안 뒤에서 제 욕을 하면서 불평을 했던 거예요!
“얘기하고 가라는 게 가지 말라는 소리지!” 라는 게 아르바이트생들의 주된 불만이었습니다.
저는 정말 충격이었어요. 얘기하고 “가라” 라고 했던 저의 말이 “가지 말라” 로 들렸다는 게 믿기지 않았어요. 제게 허락받고 가라는 것도 아니고, 제가 알 수 있게 통지라도 하고 가라고 했던 의미가 정반대로 해석되다니요.
그러면 아르바이트생들에게 얘기하고 가라는 의도가 전달되려면 제가 어떻게 말을 했어야 했을까요?
시간이 한참 지나 그 사건을 되돌아보며, 그 아르바이트생들이 “가라” 는 말이 “가지 말라” 로 들렸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 있었을 것 같아요.
첫 번째는 무단 지각, 무단 결석, 무단 이탈이 잘못된 행동이라는 사실을 자신들도 알고 있기 때문일 것 같습니다.
그동안은 잘못된 행동이라도 묵인됐었던 일들이 담당자가 바뀌면서 새롭게 지적받았다고 느껴서 기분이 나빴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해요. 말하고 가라는 건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본인 입으로 설명해야만 하는 상황이 오기 때문에 인정하기 싫었을 수도 있었을 것 같아요. 그래서 아마 제게 직접적으로 불만을 표현하지는 못한 채, 뒤에서 아르바이트생들끼리 불평불만을 토로한 것이 아닐까 조심스레 짐작해 봅니다.
두 번째는 아무리 잘못된 상황이라도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작용되니 특권의식 생겼을 수 있었을 것 같아요.
만약 근무시간을 지키지 못하고, 지각이나 결석, 이탈을 하게 되는 경우, 제게 보고해야 한다는 의무감에 압박을 받는다 느껴질 수 있었겠다고 생각해요. 그동안 소위 “꿀 알바” 라고 여겨지는 일을 하면서 특혜를 누리고 있었는데, 저에게 말함으로 인해 그 특혜가 박탈당한다는 느낌이 들었을 것 같아요.
세 번째는 누군가에게 양해를 구할 때, 자신들의 의사가 반영된 경험이 없었던 것 아닐까 생각됩니다.
자신이 무언가 의견을 냈을 때 받아들여지는 경험이 없었다면, 항상 거부당하고 부정당하는 상황에 노출되어 있었다면, 의견 자체를 내기조차 힘들게 느껴질 수 있잖아요. 말하고 “가라” 는 말이 “가지 말라” 로 들렸다면, 잠시 외출을 다녀온다고 말했을 때 못 가게 될 것이라는 상황을 기정사실처럼 받아들인 것이죠. 그 외의 상황, 즉 나의 의사가 전달되고 무리 없이 자신이 원하는 것이 이뤄지는 상황이 될 것이라는 가능성 자체를 상상조차 할 수 없었나 봅니다.
어쩌면, 부정적인 환경에서만 대화하는 경험이 쌓이면 긍정문도 부정문으로 들릴 수 있을 거예요.
우리나라는 ‘눈치’가 중요해서 어떤 경우에도 눈치를 챙겨야 하고 분위기를 맞춰야 하는 상황이 자주 일어나기도 하잖아요. 어떤 대화에서는 말 그대로 하라는 대로 했는데도, 진짜 그대로 하냐며 화를 내는 사람도 있죠. 그런 대화가 계속해서 반복되고, 문자 그대로 말을 이해했는데도 부정적인 결과가 반복됐다면, 그 어떤 문장이든 곱씹어 생각하게 될 수밖에 없어요.
그렇다면 대체 된다를 어떻게 된다고 설명해야 할까요? 진짜진짜 된다? 진짜 거짓말 아니고 솔직히 말해서 된다?
그리고 상대가 된다 했을 때 진짜 되는 건지 내가 어떻게 알아들을 수 있을까요? 된다고 해서 내가 진짜냐고 계속 묻는 것도 오히려 그 사람의 진심을 의심해서 캐물어 보는 것 같게 느껴지지 않을까 걱정입니다.
사랑하는 사람과의 대화에서, 된다가 된다라는 의미로, 안된다가 안된다는 의미로 전해질 수 있기 위해서는 솔직하게 자신의 의사를 표명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된다고 하고 실제로 안 되게 행동하면 상대에게 혼란을 줄 거예요. 그리고 다음에도 상대가 나의 말을 해석하기 위해 눈치를 보게 될 거예요. 의도치 않게 오해가 쌓일까 봐, 혹시나 잘못 알아들을까 봐 상대가 쩔쩔매는 상황을 원하지는 않잖아요.
사랑하는 사람과 편안하게 대화할 수 있도록 그 환경을 우리가 만들어 주어요.
진심은 진심으로, 거절은 거절로 상대의 의사를 존중하는 환경을 만들어 주어요.
그 아르바이트생들도 긍정적인 대화의 경험이 쌓이다 보면, 말하고 “가라” 했을 때, 편하게 담당자에게 보고 후 외출할 수 있게 될 것이라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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