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0/24 이런 개무시... 짜릿해! 늘 새로워!
새로 옮긴 사무실에서는 매일매일 새로운 일들이 일어나 눈코 뜰 새 없이 하루가 지나간다. 정말 정신줄 꽉 잡고 있지 않으면 내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무슨 일을 어떻게 처리하고 있는지 모를 정도로 얼레벌레 흘러가 있음. 그럼에도 배울 점 많은 직장이라 잊지 않게 다시 읽어볼 수 있도록 나를 위해 기록해 두기!
어느 날인가 몸도 마음도 지칠 대로 지쳐서 집에 돌아온 날, 브런치에 댓글이 남겨졌다는 알림을 보았다. 그 글은 이전 사무실에서 직장 내 괴롭힘에 대처하는 한 동료의 삶의 태도에 감탄하며 쓴 내용이었는데, 딱 나에게 필요했던 말이었다. 과거의 내가 지금의 나에게 쓴 편지랄까?
지금 사무실에는 나의 존재(?) 자체를 완전히 무시하는 한 직원이 있다. 그동안 너무나도 바빠서 잘 몰랐는데, 내가 노크 후 자리로 다가가도 나를 쳐다도 안 보고 모니터만 뚫어져라 보고 있는다거나, 내가 업무로 말을 걸면 대답은 항상 어\허/ (a.k.a. uh-huh) 로 끝이고 한 문장은커녕 한 단어조차 들어 본 적이 없다. 그냥 일은 협조해 주니까 별 생각도 못하고 있었는데...
이 날은 내가 그분께 서류 한 장을 전달하려고 했었다. 노크를 하고 다가가서 어쩌고 저쩌고 설명을 하는데도 역시 모니터만 응시하고 쳐다도 안 봄. ㅋㅋㅋㅋㅋ 어쨌든 서류를 줘야 하는데 나를 보지도 않으니 손으로 서류를 받을 생각도 없어 보이고, 책상은 꽉 차 있어서 내가 물어봤다. 이 종이 어디다 놓아야 하냐고.
그러자 그 직원은 나에게 턱짓으로 대각선 방향을 가리켰다. 턱짓이라... 진짜 얼마 안 되는 짧은 경력이지만 내가 겪은 직장 동료 중에 가장 무례한 상호작용(?)이었다. 대화도 아니고 의사소통도 아니고 이걸 뭐라 해야 하나. 아예 대놓고 소리 지르거나 서류 던지는 것보다 더 무례하다 느껴졌다. (서류를 맞아본 적이 없어서 모르지만 ㅠㅠ) 심지어 그 턱짓의 끝에는 파일을 세로로 보관하는 파일꽂이가 있었고, 내가 여기다 놓으라는 거냐고 되물었지만 역시 무응답이었기에 그 위에 고이 놓아두고 나왔다.
진짜로 내가 싫거나 내가 잘못했을 수도 있다. 그치만 성숙한 어른이라면, 프로페셔널한 직원이라면! 그냥 솔직히 툭 까놓고 말을 하면 됐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다. 뭘 고치라면 나는 고치려고 노력이라도 할 텐데. 다른 사람들과는 큰 목소리로 인사도 잘하고 안부도 묻고 일도 잘 도와주는 것 같아 보이기에 그 직원의 성격상 그런 것은 아닌 것 같고, 나에게만 그런가 보다.
사실 뭐 무슨 생각을 하는지는 나는 모르고, 궁금하지도 않다.
그래 내가 싫을 수도 있고 내 존재 자체가 마음에 안 들 수도 있지.
그래 그것이 당신이 나를 대하는 가장 최선의 태도이구나.
나를 싫어하는 당신의 마음이 괴롭겠지.
나는 그냥 출근해서 내 자리에 앉아서 일하는 거다.
나는 내가 맡은 일을 하려고 출근하는 거지, 당신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 출근하는 건 아니니까.
옛날 같으면 왜 그런지 뭐가 문제인지 내가 뭘 잘못했는지 전전긍긍했을 텐데, 지금은 이거나 저거나 신경 쓸 심적 여유도 없고 체력도 없다. 그나마 다행인 건가?
여기서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점은 그 직원이 일을 얼마나 잘하느냐의 문제와는 전혀 관계가 없는, 직장에서 만나는 직원 대 직원의 관계, 인간 대 인간의 관계에서 최소한의 예의를 논하고 싶다. 일을 잘한다고 타인을 무시해도 된다는 면죄부를 주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
대신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찾기.
어차피 무시당할 게 뻔한 직접적인 대화보다는, 모든 필요한 업무는 그 직원의 슈퍼바이저를 통해 처리하자. 사실 원래 그러고 있었는데 성격 급해서 이때 깜빡함 ㅡㅡ 그래 당신께 말을 건 내 탓이다. ㅋㅋㅋㅋㅋ
어쨌든 이런 개무시를 당하고 보니 좋은 일에도 천장이 없고 나쁜 일에도 바닥이 없다는 말이 떠올랐다. 짜릿해! 늘 새로워! 이런 마음가짐으로 정우성을 떠올려야지. 그러면 기분이 좋아질 것 같다.
지금 내가 일하면서 상대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정말 좋은 사람들이다. 그 사람들만 보고 회사 다니는 것. 배울 점이 정말 정말 많아서 나도 이렇게 따라 해야지 다짐은 하는데 아직 훈련이 많이 필요한 것 같다.
직업을 소명처럼 대하는 사람.
휴가를 내고서도 봉사활동을 다니는 사람.
개인 시간을 내어 회사를 위해 자잘한 일들을 챙기는 사람.
자신의 직장을 자랑스럽게 여기고
자신의 직업에 최선을 다하고
자신의 업무를 위해 힘든 일도 마다하지 않는
그런 선한 영향력을 펼치는 사람들.
멋지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알고, 그 일을 실현해나가고 있는 사람들.
나는 여전히 갈팡질팡인데. ㅠㅠ
퇴근길, 무지개를 찍어 보내주는 친구가 있어서 작은 위안이 되었다. 작은 섬에서도 멀리 떨어져 있다 느껴져도, 똑같은 무지개를 다른 장소에서 보고 있으니 뭔가 우리를 이어주는 것 같기도 하고. 혼자가 아닌 기분이 든다.
내 주위를 좋아하는 사람들로 채우기.
내가 본받을 점이 있는 사람들로, 존경할 만한 사람들로 채우기.
누구에게나 장점은 있다. 그 장점을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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