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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이 Mar 03. 2023

직장 내 괴롭힘에 대처하는 미국인의 자세

왜요? 제가 직장 내 괴롭힘 당하는 사람처럼 생겼나요?

Nurses eat their young


간호학과 학생 학회에서 통역 알바를 할 당시 한 학생이 교수님께 질문했다.


"한국에는 태움이라는 신규 간호사를 괴롭히는 악폐습이 존재한다. 미국에도 비슷한 사례가 있는가?"


교수님은 물론 있다며, 그 현상을 "Nurses eat their young" 이라고 한다고 설명하셨다.


학생은 괴롭힘을 어떻게 극복해야 하는지 방법을 물어보았고,


교수님께서는 일부러 그 선임 간호사에게 더 잘해주고 친절하게 대하라는 조언을 해주셨다. 그 선배가 나를 괴롭힌 날엔 퇴근하고 집에 가서 컵케이크를 만들며 그 선배에게 어떻게 더 잘해줄지 고민했다고. 다음날 그 선배에게 컵케이크를 선물하며, 속으로 나는 친절한 사람이고 그 친절을 베풀수록 내가 더 큰, 더 나은 사람이 되는 거라고 생각했다고 답변하셨다.


음? 영혼이 재가 되도록 태운다고 태움인데, 컵케이크를 만들어 줄 여유가 있을까? 사회 초년생이 일에 치이고 사람에 치이고 기본적인 생활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힘들 텐데...


그래서 사람들이 자꾸 컵케이크를...?




공무원 장점: 내가 안 잘린다
단점: 저 사람도 안 잘린다


그런데 최근, 나도 직장 스트레스가 최고조에 달하면서 직장 내 괴롭힘과 그 해결책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보게 됐다.


아무도 잘리지 않는 우리 회사는 직원 간에 문제가 발생하면, 법적 소송 등의 공식적인 조치까지 취하기 전, 중재위원회를 통해 갈등 해소를 하는 비공식적인 방법 등을 제공한다.


Alternative Dispute Resolution

Community Mediation Centers

Workplace Dispute Resolution Committee

이름도 다양하게 각 기관마다 직원들의 고충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장치를 마련해 둔다.


이 사이트는 우리 회사는 아니지만 잘 정리된 것 같아서 참고용으로 넣어본다.

https://www.doi.gov/pmb/cadr



거기까지도 가기 전에 대부분 상사에게 알리면 어느 정도의 해결방안을 찾을 수 있도록 도와준다. 팀원 간의 갈등은 팀장에게, 팀장과의 갈등은 그 윗 상사에게, 팀 -> 과 -> 부 -> 실 같은 순으로 올라간다.


우리 사무실에는 십 년도 넘게 사이가 안 좋은 직원 둘이 있다. 언제 어떻게 관계가 틀어졌는지는 모르겠다만... 둘 다 정말 만만치 않다. 그 둘의 관계는 이미 악명 높아서, 내가 맨 처음 이 회사에 합격했을 때 높은 직급의 상사가 나에게 팀장이 새로 뽑힐 예정이고, 그 팀장은 정말 좋은 사람이라고 거듭 강조하셨다. ㅋㅋㅋ 대놓고 누군가를 비난하지는 않았지만 뭔가 노력은 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내가 여기서 일한 게 4년이 다 되어가는데... 또라이는 여전히 또라이다. 그런데 아무도 그 사람의 폭주를 막지 않는다. 심지어 괴롭힘을 당하는 사람조차...!


내가 느끼기에 정말 최소한의 조치만 취해주고, 예를 들어 가해자가 팀장 대리 직을 맡게 된 경우 피해 직원을 다른 부서 지원으로 보내준다, 이 사람의 행동을 적극적으로 제재하거나 구체적으로 시정 요구를 하지 않는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중재를 해도 이 가해자의 자유(?)를 보장해줘야 하기 때문에 내 눈에는 크게 달라진 게 없어 보인다.


예를 들어 피해직원이 옆으로 지나가거나, 핸드크림이라도 바르면, 자기 자리에서 향균스프레이를 뿌려대는 건 이 가해직원이 후각이 예민하기 때문에 필요한 행동이라는 것을 인정해줘야 한다. ^^;




회 회 회 회 회사를 안 갔어~


나는 스프레이 직원이 그런 행동을 할 때마다 내가 너무 답답하고 속상해서 회사를 안 갔다. (음?) 그 꼴을 보고 있자니 스트레스 쌓이고, 상사들도 모두 이 상황에 대해 인지하고 있는데 말단인 내가 하극상을 벌일 수도 없는 노릇이고...


만약 내가 괴롭힘 당하는 입장이었더라면, 정말 멘탈 털려서 매일매일이 괴로웠을 텐데 ㅠㅠ 대체 왜 저러지? 어떻게 그럴 수가 있지? 무엇을 위해서? 내가 뭘 잘못했나? 전전긍긍했을 텐데... 특히 어제는 진짜 말도 안 되는 일이 있었다. 진짜 저 사람이 정신병자인 줄 알았다. 아니면 치매인가? 할 정도로!!!


그런데 그 직원은 그냥 윗 상사에게 사실 확인하고 정정 요청해서, 단체 메일 받고 상황 종료였다. 세상에... 당근도 아니고 어떻게 이런 쿨거래가 있지? 나는 내 일도 아닌데 벌써 심장 벌렁거리고! 다른 팀 팀장님께도 말씀드리고! 내 친구들한테도 이리저리 하소연했었는데! 저 직원은 어떻게 저러지?


내가 가장 상처받았던 타인의 성격. 자기중심적인 성향. 그런데 오히려 그게 더욱 건강한 것이었다. 저 사람이 스프레이를 뿌리든 말든, 그냥 내가 영향 안 받으면 되는 거였다. 저러든지 말든지~


타인의 말 한마디에 휘둘리는 것이 아니라, 내가 나의 행동에 떳떳한 것.

타인의 인정을 갈망할 필요 없이, 내가 나 스스로를 인정해 주는 것.

내가 바꿀 수 없는 타인의 행동보다, 내가 최선을 다했으면 그걸로 충분한 것.


그런 자존감? 자신감? 근자감? 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정말 대단하다.




살인율 1위가 자살률 1위에게 짤




사람 사는 데 다 똑같다


는 말은 인정이 넘치고 공감 가는 부분에서는 인류애까지 느껴지지만, 이런 부정적인 부분까지도 똑같다니... 조금 씁쓸하긴 하다.


관계주의적인 나는 타인에게, 분위기에, 크게 영향받는다. 그래서 나를 괴롭히는 사람을 태연하게 상대할 수 없었다. 그래서 나는 우리 사무실에서 직장 상사건 동료건 아무 일도 없다는 듯 스프레이 직원과 지내는 이 상황이 이해되지 않았다. 나는 이런 태도가 저 사람의 악질적인 괴롭힘을 관용한다고, 심지어 부추긴다고 느껴졌다.


하지만 지금은 조금은 알 것 같기도 하다. 법적으로 해결할 수 없는 부분은 서로 최대한 존중해 주면서, 내가 영향받지 않도록 나의 자존감을 스스로 관리해야 한다.


차별 없이 모든 사람을 대한다.

상대가 나한테 무슨 짓을 했건 다시 리셋, 처음 만난 것처럼 대한다.

얘가 개 같건 댕댕이 같건 똑같이 대한다.

나이가 많든 어리든 똑같이 대한다.

직급이 높든 낮든 똑같이 대한다.


중심은 나.


나는 친절한 사람이다. 모두에게 친절하게 대한다.

나는 행복한 사람이다. 모두에게 행복하게 대한다.


그 어느 누구도 내가 허락하지 않는 한 나에게 영향을 줄 수 없다.

나는 모든 긍정적인 영향을 받기로 선택할 것이고 부정적인 영향은 거부할 것이다.


사실 다들 알고 있다. 우리의 고충을 공감해 준다. 다만 겉으로 크게 드러내지 않을 뿐. 당사자가 도움을 요청하면 언제든 개입해 줄 것이라는 믿음이 있다. 이 믿음이 있어서 회사를 계속 다닐 수 있는 것 같다.




맑은 눈의 광인




<지상낙원에서 신의 직장이란>

https://brunch.co.kr/brunchbook/kim20064789

<남편이 미워질 때 보는 책>

https://m.kyobobook.co.kr/digital/ebook/ebookContents.ink?barcode=480D211040150#

<외국인 남편 덕분에 배운 자존감 대화법>

https://class101.net/ko/products/DCNO3sPxKUBstRcB0ui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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