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년 없고, 해고 없고, 휴가 자유, 갈등 중재 위원회까지 있지만
논 알코올 라이프 1일 차. 머리가 깨질 것 같아 쓰는 글.
회사가 바쁘다. 나름 평온했던 회사생활이 불만 가득해졌다. 내 일이 많아지니까 스트레스받아서 퇴근하면 술을 먹고, 숙취에 아침부터 커피를 벤티 사이즈로 들이붓고, 점심은 매운 음식으로 먹어서 속이 안 좋아지고, 화장실 들락날락 하루 종일 컨디션 저조하다. 아니 한국에서 일하시는 직장인은 대체 어떻게 야근하고 회식하고 출근하는 걸까?
머리 깨지겠다. 유리창을 뚫고 들리는 수탉의 꼬끼오~~~~~도 너무 시끄럽다. 지금은 오후야 짜샤 아침도 아닌데!! 내가 더 울고 싶단 말얏 ㅠㅠ 이 자연 친화적인 도심에서 야생 닭 가족은 꼭 법원 앞에 살아야만 하는가. 업무방해로 신고합니다 후라이드 치킨 형에 선고합니다 땅땅땅!!!
지상 낙원이라는 곳에서, 신의 직장을 다니는데 뭐가 불만일까? 정년 없고, 해고 없고, 휴가 사용 자유롭고, 직원 간 갈등 중재 위원회까지 마련된 이 회사에서!
그러니까 우리 팀은 원래 7명 정원이었다. 한 자리는 인원 부족한 다른 부서로 차출, 팀장님은 암 수술로 6개월 병가, 직원1 타 부서 지원 나감. 그래 4명이 일할 때까지만 해도 그럭저럭 할만했던 것 같다.
그런데 갑자기 신입 직원이... 수습이... 휴가를 6주를 냈다. 그게 가능한 건가요? 저도 몰랐습니다. 휴가가 없는데 어떻게 휴가를 내나요? 신입이 6주를??? 무급으로 갈 수 있다고 합니다... 육아를 위해... 남편도 같은 회사인데 돌아가면서라도 쉬지 왜 당신만 ㅜㅜ
우리 회사는 5일 이상의 병가는 의사 소견서가 필요한데, 그 신입은 4일 병가를 내고 -> 반일 출근을 하고 -> 4일 병가를 내는 대단한 인재이다. 그게 가능한 건가요? 저도 몰랐습니다. 좋은 거 배웠어요 ㅎㅎㅎ 그러다 6주 휴가를 가심...
아니 그럴 거면 왜 취업했어...? 라고 한국이라면 의아해할 수도 있지만 여기는 당당하다. 눈치도 안 본다. 미안해하지도 않고. 전!혀!
그래서 현재 팀장 대리, 나, 천사 직원(특: 착함) 이렇게 일하는데 너무 바쁘다. 그래서 지원 나간 직원1 돌아오면 안 되냐고 내가 우는 소리 하고 다녔는데... 반전은 팀장 대리님이랑 직원1이 사이가 안 좋아서 팀장 대리가 상사 자리에 있는 한 직원1이 돌아올 수 없다고 ㅂㄷㅂㄷ 인사과에서 팀장님 병가 내실 때 이 직원 보호해주라고 다른 데 보내버린 것이다.
이곳은 한국처럼 직렬로 채용되어 부서 발령 나는 방식이 아니라 정해진 포지션으로 채용되고, 승진이나 부서 이동은 본인이 신청해야 갈 수 있는 방식이다. ㅇㅇ센터 ㅇㅇ사무실 ㅇㅇ창구로 채용되어 내가 신청하지 않는 한 영원히 이 자리에서 일하는 건데, 둘 다 15년째 한 부서에서 일하면서 아무도 부서이동을 하지 않는다 ㅠㅠ 심지어 둘 사이에 업무적으로 할 말이 있으면 저 천사 직원한테 전달하라고 함. 왜 여기서 그래...?
그.런.데. 어느 날 정말 뜬금없이 갑자기 팀장 대리님이 복사기 앞에서 넘어지심 ㅠㅠ 연세도 있으셔서 허리를 다치셨는데 뼈에 실금이 갔다고 한다. 책임감이 넘치는 팀장 대리님은 일어서지도 못하셨으면서 구급대원에게 병원을 안 가겠다고, 의사 선생님에게 수술을 안 받겠다고 고집을 부리시다가, 결국 몇 주 오전 근무만 하시고 재활치료를 받으신다고 한다.
신입 직원 휴가가 4주가 넘게 남았는데!!! 그냥 수술하시고 병가 내셔도 될텐데... 그럼 차라리 직원1이 돌아와서 풀타임으로 일할 수 있는 거 아닌가 ㅠㅠ
왜!!! 나에게(?) 이런 시련을!!!!! 그래서 지금 둘 만 남아서 대박 바쁘다. 천사 직원이 점심 먹으러 가면 나 혼자 남음. 엉엉
나도 K직장인이었을 뿐이었나보다. 노오력 하고 일만 하는 DNA가 있는 건가 ㅠㅠ 일이 밀리면 미루면 되는데 미루지를 못한다. 화장실도 참으면서 일하고 있는 나를 발견... 그냥 미뤄!! 일이 밀려야 사태의 심각성을 알지 ㅠㅠ
꾸역꾸역 일을 하다 보니 결국 마음이 황폐해진다. 친절은 애초에도 그다지 없었지만, 참을성도 없어지는 것 같달까. 우리 사무실에 오시는 "고객님"은 어차피 유죄판결 받고 온 사람들. 그래서 그런가 일이 많아지다 보니 법을 어긴 사람들이 다 밉다. 지킬 건 지킵시다들...
어떤 고객님은 면담해야 하는데, 자기 선생님인데 학교에 애들을 어떻게 놔두고 가냐고 학생들 누가 보냐고 나한테 신경질 냄. 아니 저기여... 불법행위 하실 때는 애들 생각하시면서 하셨나여? 하는 말이 턱 끝까지 차올랐다.
내가 다시 듣기로까지 정주행하면서 듣는 라디오 코너 <좋아유> 에서 이민웅이 했던 말.
"지금 잠깐 생각 구름 좀 지울게요! 짝짝짝짝 생각 구름이 머리 위에 뭉게뭉게 있어서~ 짝짝"
ㅋㅋㅋㅋ 진짜 너무 재간둥이 귀여우시당 암튼 나도 부정적인 생각 구름 좀 지우고!!! 짝짝!!!
내가 속한 사회를 위해, 자부심을 갖고, 지역사회를 일으켜 세우고, 어려운 사람들을 도우려는 헌신적인 마음으로 일하는 사람도 있겠지? 사실 휴가 간 직원이나 사이 안 좋은 직원이나 그들의 사정인 걸 뭐, 미안해할 필요는 없지 뭐... 그래도 미안하단 말이라도 한마디 했다면! 그치만 어차피 빈말 일 걸 뭐. 부질없는 일이다. 이거 쓰다 보니까 킹받아서 직원1이랑도 얘기하고 상사한테도 얘기했다. 잘 해결되길!!
https://brunch.co.kr/@kim0064789/307
<남편이 미워질 때 보는 책>
https://m.kyobobook.co.kr/digital/ebook/ebookContents.ink?barcode=480D211040150#
<외국인 남편 덕분에 배운 자존감 대화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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