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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이 Apr 01. 2024

세상살이가 한바탕 소풍인데.

3월 넷째 주

요즘 내가 느끼는 것. 모든 일에 진심을 다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나는 약간 무미건조한 편인가 보다. 인생사 다 그렇지 뭐, 좋은 일들도 다 거기서 거기, 더 나은 곳이 어딘가에 있을 거라 믿으며, 그냥저냥 살아왔다. 무언가에 최선을 다하지도 그렇다고 손을 놓지도 못하며, 누군가에 정성을 쏟지도 그렇다고 혼자 살지도 못하며.




요즘 주위의 사람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회사에서 행사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정말 할 수 있는 모든 일들을 해내며, 개인 시간과 돈까지 써가며 회사 일에 열심인 사람들이 있었더랬다. 무거운 짐도 흔쾌히 나르고 옷이 더러워져도 상관없으며 팀 전체가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그 환상적인 모습이란!


일이 힘들수록 팀원들이 단합하고, 일이 수월할수록 팀원끼리 멀어지는 그런 상황이 많은 것 같다. 개인 시간 내길 거부하고 내 일이 아니라며 피하는 사람들도 분명 있지만, 윗선부터 온갖 잡다한 일에 먼저 나서서 해결하는 솔선수범을 보이고, 귀찮은 일들도 하찮은 일들도 없이 모두 중요하게 여겨 단합하게 되는 그런 모습을 보니, 이상적인 회사가 불가능한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그런 팀의 일원이 되고 싶다는 막연한 생각을 했다. 또 이직을 해버려? 하지만 그러기엔 지금 부장님이 너무 좋은데ㅠㅠ 핑계지만 나는 담당이 아닌 경우 눈치 보며 빠지고 뒤에 물러서 있는 적이 많았다. 팀의 리더가 얼마나 중요한 지, 팀원들의 화합이 얼마나 큰 시너지를 만드는지, 우리가 직업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반년도 채 안되어 곧 퇴사할 이 부서에서 정말 많이 보고 배운다.




그리고 주변 사람을 정말 진심으로 챙기는 사람도 있다. 서프라이즈 파티를 위해 몇 주 전부터 사람들을 초대하고, 데코레이션을 꾸미고, 주인공이 하루 종일 바쁘게 돌아다니도록 누군가에게 부탁하고, 여러 사람들이 십시일반으로 준비한 근사한 모임. 이렇게 사람들을 모으는 게 쉽지가 않은데.


나는 약간 귀찮은 모든 일들을 돈으로 해결하려는 자본주의적인 고약한 심보가 있는 것 같다. 선물은 고르기 어려우니까 기프트 카드로, 파티는 준비하기 힘드니까 파티 룸을, 사람들도 한 명 한 명 일일이 다 신경 쓰기에는 부담되니까 캐주얼하게만. 물론 마음은 가볍고 그 시간은 재밌었지만, 어디 그 열과 성을 다한 만큼만 할까.


이러한 귀차니즘은 나의 행동반경도 좁게 만든다. 운전을 안 해도 대충 살아지니 가까운 데만 다니고, 요리는 힘드니까 전부 사 먹어 버릇하니 매번 똑같은 거만, 쇼핑도 취미도 취향도 처음에 해본 거에서 벗어나질 않는다. 사시사철 소나무. 새로운 걸 시도할 열쩡이 없어... 말이 좋아 미니멀 라이프이지 거의 귀차니 라이프 급.




나는 왜 매일 피곤에 절어 최선을 다하지 않을까. 당연히 어느 정도는 하는데 그 이상을 나가려 하지 않는 것 같다. 왜 소소한 일상에서 행복을 느끼지 않을까. 왜 작은 일에 만족하지 못할까. 내가 원하는 게 뭐길래? 하늘이 이렇게 높고 맑은데, 소풍 가기 딱 좋은 날씨인데, 나는 무엇을 걱정하며 사는가.





일요일


영화 <소풍>을 보았다. 삶과 죽음에 대해, 우리 할머니에 대해, 지나간 젊은 세월과 그날들의 꿈에 대해... 무언가 찐하게 그리워지는 그런 감동 영화.


나는 아직 어려서(?) 그런가 며느리 역인 미현에게 더 감정이입이 되었다. 남편에게 캐나다 안 갈 거라고 고향에 내려가서 엄마랑 같이 살고, 시어머님도 내가 모실 거라며 최후통첩을 날리는 장면. 어딘가 돌아갈 곳이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엄청난 위안이 되어, 간절히 바라던 무언가가 이루어지지 않더라도 살아갈 힘을 준다는 걸 나도 경험으로 느꼈으니까.


그런데 엄마와 어머님 두 분께서 함께 떠나셨으니... 그 상실감이 얼마나 클까. 물론  두 분의 자기 결정권을 존중해드려야 하지만 딸에게도 준비할 시간을 주었더라면 좋았을 것 같다. 나중에서야 사실을 알게 되면 캐나다에서 한국 돌아오기도 힘들 텐데 ㅠㅠ


내 상황에서 보는 소풍의 명대사는 “엄마는 너를 믿는다. 이제까지 그래왔고, 앞으로도 믿을 거야.”라는 아들에 대한 신뢰. 사기로 사업에 실패하고 고소를 당하는 상황에서도 아들이 옳은 일을 할 것이라고 믿는다는 표현을 해줄 수 있다니, 쌍욕을 해도 모자랄 판에. 나는 남편 탓을 하며 무능력한 사람으로 몰아갔는데... 내가 엄마라면 아들에게 다르게 말할 수 있을까?





월요일


퇴사 전 나의 의식, 사무실 창고 정리. 이제까지 일해왔던 거의 모든 사무실을 퇴사 전에 정리해 왔다. 뒤죽박죽이었던 물건들을 종류별로 한 곳에 모아 정리하면서 희열을 느낌. 무엇이 있는지 한눈에 보이게 재고파악 바로바로 되게.


나는 주변의 영향을 많이 받아 내가 속해 있는 그 공간이 깔끔하게 정돈되어 있으면 기분이 좋아진다. 낭비되는 자원 없이 있는 물건들 최대한 활용하며 일하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 누군가에게는 필요를 느끼지 못하는 일일 수도 있지만, 잘 정돈된 환경이 주는 쾌적함을 몰라서 그러는 것일 수도 있다. 구제불능 같아 보였던 낡고 오래된 사무실도 깨끗이 정리될 수 있다는 것을 눈으로 직접 봤다면, 다시 개판이었던 예전으로 돌아가지는 않을 것이라.


맑은 날이 계속되면서 확실히 더워지고 있다. 아침에 해도 점점 더 빨리 떠서 출근할 때 더욱 밝아진 기분. 계절이 바뀌나 보다.





화요일


내가 좋아하는 영화나 미드, 웹툰, 소설 등은 선과 악이 분명하여 결말은 항상 착한 사람이 이기는 내용만 본다. ㅋㅋㅋ 경찰이 적법한 과정으로 범인을 잡아 재판에 세우는 형사물이나, 주인공과 악역의 대치 상황에서 우리 편이 승리하는 내용만 봄. 현실은 항상 그렇지만은 않으니, 나름의 판타지(?)랄까.


그중에서 처음 보고 대충격 받았던 인생을 관통하는 웹툰. 이 웹툰은 해가 떠있는 대낮에 스크롤을 빨리빨리 내리며 무서운 장면이 있나 없나 먼저 확인하고 (안 그러면 심장 떨어져 쥬금), 그다음에는 무서운 장면이 나오는 순서에서 마음의 준비를 하며 두 번 세 번 보면서 그림을 마주할 용기를 내고, 그러고 나서도 네 번 다섯 번 보면서 대사를 곱씹어 읽는다 ㅠㅠ 그럼에도 한 편 한 편 인생에 대한 깨달음을 얻는 중.


자기 자신을 알아도 세상의 이치를 모른다면 만 년치의 세상사를 꿰뚫어 보고 있어도 항상 위태롭고, 타인과 세상을 아는 지혜를 가져도 자기 자신을 몰라준다면 만 명분의 운명을 꿰뚫어 보고 있어도 항상 허망하다.
축복이라고 철석같이 믿고 있던 것이 삼 년 뒤엔 자신을 망치는 저주였음을 깨닫게 되기도 하고, 스스로 비웃고 부정하던 과거의 시간도 어느 날 갑자기 홀변하여 더없이 귀중하고 소중한 것으로 여겨지기도 하는 것이 삶이라는 것.
들어서기 전에 옳고 그름을 신중히 헤아리고, 들어서고 난 뒤에는 결코 돌아보지 않는다.
너는 무슨 마음으로 세상을 볼 것이냐? 너의 마음은 지금 어디에 있느냐?
선은 미약한 것이 아니야. 선은 그저 낮고 미약한 곳에 거하기를 꺼려하지 않을 뿐
<미래의 골동품 가게>





수요일


다시 미니멀 라이프 시작. 이사 준비 시작! 집안 곳곳에 비울 물건들, 나눌 수 있는 새 물건들, 다 써서 없애고 싶은 것들 따로 챙겨놨다. 차는 잘 마시지도 않는데 항상 어디선가 나온다. 남편이 버리지도 못하게 해서  차 종류 별로 때려 붓고 잔뜩 끓여서 액기스(?)를 만들어 유리병에 담아놨다. ㅋㅋㅋ 매번 끓여 마시기 귀찮으니까 그냥 물에 타서 간편하게 마시려고. 다과라는 고유한 문화도 있는데 ㅠㅠ 왜 즐기질 못하니...! 옛날에 남편이 산 10파운드짜리 오트밀도 다섯 통이나 남았는데 이제부터 쌀 대신 먹기로 ㅠㅠ





목요일


이 날도 사무실 정리한다고 박스 옮기다가 힘 다 빠져서 신청해 둔 운동수업을 갈까 말까 고민하던 중, 그래도 나가자 해서 겨우 나감. 운동하는 곳에서 만난 사람들은 대부분 활달하고 친절하시다 ㅜㅜ 진짜 환경의 중요성!! 사이클링 난생처음 해봤는데 헬스장에 있던 자전거랑은 차원이 다름. 일단 신발부터 자전거 페달에 고정되는 형식이고 음악과 선생님의 리드와 옆 사람들이 내뿜는 고수의 에너지가 모여서 나도 페달을 밟게 되는 기적 ㅜㅜ 그리고 생각보다 내가 요령껏(?) 살살해서 그런가 다리가 많이 아프지는 않음ㅋㅋㅋㅋㅋ 하 쫌 제대로 해라 쫌!!! ㅠㅠ





금요일


할 수 없어서 못하는 것과, 할 수 있는데도 안 하는 것은 분명히 다르다.

해본 적도 없으면서 언제든 할 수 있는데 안 하는 거라는 착각과, 한 번이라도 직접 해본 경험이 있는 상태도 다르다.

그것이 분명한 실력의 차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내가 배워보고 싶은 기술

3. 재봉 : 미싱을 배워서 내 몸에 예쁘게 맞는 옷을 수선하거나 제작한다면 얼마나 재밌을까!

2. 코딩이나 컴퓨터 수리 : 진짜 돈 되는 기술일 듯

1. 셀프인테리어 : 페인트 시트지 랩핑 같은 거 너무 해보고 싶어 하앜  


나는 손이 나름 야무져서 이케저케(?) 잘 좀 하면 왠지 할 수 있을 것만 같단 말이지. 누가 셀프인테리어 하실 때 나 좀 데리고 다녔으면 좋겠다 ㅠㅠ 차고에 작업실 만들어서 목공으로 가구 만들거나 리폼해도 너무 재밌을 듯.





토요일


세상에는 정말 멋있고 예쁘고 능력 있고 실력 좋은 사람이 많다. 그리고 그 모든 걸 누워서 핸드폰으로 볼 수 있다니 ㅋㅋㅋㅋㅋ 세상이 너무 발전했다. 발단은 인스타에 뜬 풀하우스 짤에서 시작해서 풀하우스 몰아보기 유튜브를 보다가 옛날 드라마와 음악 방송 인기곡을 올리는 계정 여러 개를 섭렵하고 불후의 명곡이랑 복면가왕 슈가맨 다른 라이브 영상 커버 영상 콘서트 영상까지 정ㅋ벅ㅋ 잉여로운 하루였다.


싸이월드 감성, 세기말 감성, Y2K 감성, 나인티나인티나인~~ 갬성~ 내 싸이 bgm은 토니안 오빠 Melody 였다. 빨간 확성기 들고 무대를 뛰어다니던 우리의 영원한 오빠. 1세대 아이돌이 해체하고 솔로나 유닛으로 활동했던 강타 JTL 은지원 J-walk 진짜 좋은 노래 많았음 ㅠㅠ


그런 잉여를 데리고 산책 나가고 아무거나 무새를 위해 마트에서 장 봐와서 샌드위치까지 만들어주시는 보살님. 휴 나도 진심을 다하고 싶은데... 열쩡이 생기질 않는다 이것저것 많이 해도 무기력해.







<외국인 남편 덕분에 배운 자존감 대화법> 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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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남편 덕분에 배운 자존감 대화법> 클래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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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이 미워질 때 보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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