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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이 Mar 24. 2024

둘이 함께라면 극복 못 할 문제는 없다.

3월 셋째 주

이번 주, 아주 많은 변화가 있었는데 벌써 기억이 가물가물... 일기라도 쓰니까 일주일을 되돌아볼 수 있어서 참 좋다. 매일매일 꾸준히 쓰면 더 좋을 텐데 헤헤 ^^





일요일


지난주에 자잘한 일들 많았는데 그중 가장 큰 일은 랩탑 키보드에 커피를 쏟아버림. 심지어 행사 때 사진담당이었는데, 촬영한 부분 편집해서 홍보 영상 만든다고 (<- 아무도 안 시켰는데) 회사 돌아와서 랩탑 들고 설치다가 쏟음 망할ㅋㅋㅋㅋㅋㅋㅋ 진짜 안 하던 짓 하면 안 된다는 걸 다시 배웁니다 ㅠㅠ 왜 그랬어 과거의 나


랩탑은 작동은 잘 되긴 해서 한 사흘 정도 버티다가, 커피에 시럽이 많았나 점점 스페이스바랑 다른 키보드들이 한 번 눌리면 다시 안 올라오고 끈적하게 붙어있는 것 같다고 나름 진단을 내리고 수리 비용을 알아봤다. 애플 지니어스 바에서는 고치는 데 299불부터 시작하지만 (텍스 더해지면 거의 315불) 리퍼비시 제품이 400불 대에 판매하는 걸 보고 진짜 현타 ㅠㅠ


특히 액체류는 랩탑 본체에 스며들어 기계를 녹슬게 하고 또 고장 나면 데이터 복구하기도 힘들다는 인터넷 검색을 읽고, 부랴부랴 사설 수리점을 먼저 알아보았다. 이날 아침 댓바람부터 미용실 예약해 놔서 미용실 갔다가 일요일에도 운영하는 수리점에 예약 필요 없다고 해서 바로 찾아감 ㅋㅋㅋ 가격을 들으니 179불이었는데 텍스 붙어서 190불 안쪽으로 맡기고 왔다. 하지만 랩탑의 시련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으니... ㅠㅠ


그래도 친구네 (남편 피해 집 나오면 가는 단골 대피소ㅠㅠ) 가서 놀면서 기분 전환도 하고 남은 시간도 잘 보내고 왔다!





월요일


퇴근하고 남편이랑 마트에 다녀옴. 마트에서 파는 립이 먹고 싶다는 일념 하나로! 마트에는 정말 맛있는 게 많아서 배고플 때 가면 자제력을 잃고 이것저것 담아버림 ㅜ 특히 포장 음식 마트에서 볼 때는 너무 맛있어 보인단 말이지 ㅋㅋㅋ 물론 가격이 조금 있지만 요리할 필요 없고 점심 도시락으로 싸갈 수도 있어서 간편하다!


남편은 완성된 음식보다는 재료를 사서 만들어 먹는 걸 좋아하는데, 아주 조금만 수고를 들이면 음식점에서 파는 것처럼 맛있는 음식이 뚝딱 나오니 정말 신기하다. 그런데 나는 이 수고를 들일 방법조차 모르고 알려고 하지도 않아서 문제 ㅜㅜ 그래서 만약에 나 혼자 살았다면 대형마트 멤버십을 사거나 남편이 가끔씩 사 오는 맛있는 것들을 모른 채, 한국마트에서 밀키트나 도시락, 포장음식으로 연명하며 살아갈 것 같다.


남편이 먹는 것 중에 맛있어서 나눠먹는 거:

훈제 연어 짭쪼롬하니 맛남 계속 먹고 싶어 짐

아보카도에 꿀 바른 거 훨씬 맛있음

요거트에 꿀, 각종 베리 담아서 먹는 거 카페 느낌 나고 좋음

자몽 가로로 반 잘라서 숟가락으로 파먹고 마지막에 즙을 짜서 주스로 마시는 거 알맹이만 먹어서 달고 맛남

오트밀에 이것저것 넣어서 냉장고에 하룻밤 놔두면 맛있는 거 됨


옛날에 사주로 우리 궁합을 봤는데 내가 큰 기대 하지 않고 남편이 해주는 맛있는 거 먹으면서 소소하게 만족하고 살면 행복하다고 했는데... 그게 딱 맞는 말씀이셨던 것 같다. ㅜ 월요일에 개판​ 싸우고 그래도 장점을 찾아보자 하니 가장 먼저 생각나는 게 훈제연어라니! ㅋㅋㅋ 우습구 유치해





화요일


어제 다툼​의 여파로 회사도 안 가고 머리 싸매고 드러누울라다가 다시 글쓰기로 생각을 정리하였다. 뭔가 변화가 필요하다. 내 마음의 변화, 내 시각의 변화, 내 기대의 변화. 다정한 남편은 어제 마트에서 사 온 구운 감자에 치즈 올려진 거 따뜻하게 데워줌. 진짜 이렇게만 살아도 행복할까?





수요일


남편이 삶아준 김이 모락모락 나는 만두. 간장 찍어 먹어도 맛있고 그냥 먹어도 맛있다. 나는 그냥 먹으려고 사는 건가. 아무튼 이날은 아침에 치과 갔다가 회사 가기 전 스타벅스 아이스초코 완샷하고 회사 가니 오늘 파티했는지 먹을 게 잔뜩 있길래 초콜릿 케이크도 먹음. 방금 스케일링했는데 뭔가 허무하다 ㅋㅋㅋ 다시 잠들 걸 알면서도 아침이면 일어나고, 똥으로 나올 걸 알면서도 또 먹고, 인생이 그냥 그런 걸까?


마음을 예쁘게 고쳐먹어야지. 다시 잠들기 전까지 행복하게 재미있게 하루를 보내고 싶다는 희망으로 일어나고, 맛을 느끼는 그 순간을 즐기며 신체 활동과 신진대사에 필요한 영양소를 감사한 마음으로 먹는 거고, 뭐 그런 거겠지? 아님 말고 ㅜㅜ





목요일


드!디!어! 남편이 여름 단기 일자리에 지원을 했습니다~~!! 고시 공부로 치면 1회독 완료해서 잠깐 시간 내서 지원서 냈다고... 그럼 이제까지 그것도 안 했다는 소리라 퐝당하긴 하지만 일단 넘어갑니다 ㅠㅠ 지원서 낸 게 어디입니까~~ 앞으로 면접보고 당락이 결정되겠지만 그래도 드디어 미래가 현실로 다가오는 것 같은!! 이것은 한 명의 인간에게는 작은 발걸음이지만, 저에게는 위대한 도약입니다!!!! ㅋㅋㅋㅋㅋㅋ


지원만 했는데도 이렇게 기분이 좋다니, 난 진짜 많은 걸 바란 건 아니었다고ㅜㅜ 노력하는 모습이라도 뭔가 발전하는 모습이라도 충분했다고ㅜㅜ 이렇게 기대가 높으면 실망도 큰 법이라 자제해야 하는데. 하지만 벌써 한국 비행기랑 근교 집값이랑 지역 전화번호랑 세일즈텍스 그리고 근처 여행까지 다 알아봤지만 말이죠~~ 내가 옛날옛적부터 타고 싶었던 해안가 기차 Coast Starlight​ 타고 동생네 집 놀러 가야지 (오라고도 안했는뎈ㅋㅋ) 계획도 세워보고, 차는 다른 주 가서 사서 운전해서 와도 되겠다던지, 얼른 운전 연습해서 드라이브나 로드트립 갈 데 이미 찜해두고 ㅋㅋㅋㅋㅋ


너무 신나서 그랬나 잠들었다가 한밤중에 깨서 난리 부르스를 치고, 이제부터 다시 말 예쁘게 한다고 챌린지 글 다시 쓰고, 사실 현재 상황은 아무것도 바뀐 게 없는데도 불구하고 내 마음이 이렇게 널뛰다니 ㅠㅠ 진짜 세상사 마음먹기 나름인가. 하지만 미래에 대한 아주 작은 기대를 품는 것만으로도 삶의 크나큰 원동력이 되어주니 그것 또한 신기하다.





금요일


샌드위치 휴일의 직전 주말, 회사 사람들이 썰물처럼 빠진 것 같다 ㅋㅋㅋ 내 업무는 모두 다른 사람의 답변이나 승인을 기다리는 중, 막상 한가해지니 할 일도 없고, 어제 그렇게 신났는데 이 에너지를 분출할 곳이 없어서 창고정리를 하기로 (아무도 안 시켰는데) ㅋㅋㅋㅋㅋ 몸을 쓰는 일을 하면 힘 빼서 잠은 잘 오겠지 싶어서 물건들 다 뒤집어엎고 정리했다. 같은 종류 물건들 한 곳에 모아 재고파악 용이하게! 먼저 쓸 물건들 앞에 두고 일렬종대! 수납함 활용해서 사무용품 착착! 완전 가게처럼 싹 정리하려고 했는데 다 못하고 퇴근함 ㅋㅋㅋ 월요일에 끝내야지


그리고 저녁에는 하와이 국제영화제에서 상영해 준 <잠>을 관람했는데... 공포영화인지 몰랐는데 진짜 너무 무서웠다 ㅜㅜ 그리고 나에게 인상 깊었던 장면, 영화 초반 아내가 남편을 격려하는 말들.


둘이 함께 라면 극복 못할 문제는 없다

나는 오빠만큼 연기를 잘하는 사람 본 적이 없어

그 사람들이 땅을 치고 후회하겠지


등등 이런 응원을 해줄 수 있다니... 임신하고 힘든 몸으로 하루종일 회사에서 일하고도, 일자리 잃은 남편에게.


그런데 그 스트레스는 감춘다고 감춰지는 게 아니니 나중에는 기괴한 집착과 정신병으로 발현되는 걸까 ㅜㅜ 진짜 깜짝 놀랐던 건 아내가 점을 보거나 부적을 붙이거나 하는 사소한 행동들은 한국 민속신앙이려나, 정도는 다르지만 나도 똑같이 했던 거라 완전 소름 돋았다. 재미로 신점​​이나 사주도 보고 최고심 부적​이었지만 부적도 붙여놓고 ㅠㅠ


그러고 보면 나는 주기적(?)으로 남편과 말다툼으로 스트레스를 푼 걸까? 뭔가 건강한 해소 방법이 필요한데... 옛날에 읽었던 글 중 현실에 치어 남편 바람이 아무렇지도 않은 줄 알았는데, 몇 년 뒤 암에 걸렸다는 이야기도 있고. 확실히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한 뇌의 생존본능이려나 ㅠㅠ 무섭다 무서워





토요일


이 글의 시작이었던 문제의 랩탑. 하도 연락이 없어서 전화했더니 하는 말. 키보드 분해청소를 하면 50불 추가요금이 드는데 자판이 하나둘씩 떨어질 수도 있다고. 또는 키보드 전체를 교체하는 거는 부품을 새로 주문해야 하니 1-2주는 더 걸리고 예상금액은 따로 알려준다고. 아니 처음에 180 얼마 받은 건 무슨 요금인거지 ㅜㅜ 이런 에피소드를 바란 건 아니었는데요... 또르륵


오후 늦게 청구서를 메일로 보내줬는데 키보드 교체하는 데는 48불 ㅜㅜ 인터넷에 검색 결과는 200불 이렇게 나와서 키보드 한두 개 없어도 괜찮을 거라고 위안했는데 ㅋㅋㅋㅋ 그럼 당연히 세척 안 하고 주문~~ 2불 아꼈다 망할 ㅋㅋㅋㅋㅋㅋㅋ 그럼 최종 가격이 280이 넘는데  헐 애플네랑 비슷하잖아 ㅠㅠ!! 근데 애플도 부품값 더 받았을지도 모르니 그냥 가만히 잇어야지




하 빨래도 해야 하고 텍스도 해야 하는데...ㅜㅜ (3월 초부터 계속 똑같은 타령) 내일도 아침부터 영화 보러 가야 하는데 진짜 빨래 안 하면 못 나간다 생각하고 무조건 빨래부터 해야지. 그리고 휴일에는 텍스 안 끝내면 약속 하나도 못 간다 생각하고 진짜 손에 장도 지지고 성도 바꾸고 해도 서쪽에서 뜨고 아무튼 제발 제발 꼭 해야지!!!!! 빠샤!







<외국인 남편 덕분에 배운 자존감 대화법> 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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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남편 덕분에 배운 자존감 대화법> 클래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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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이 미워질 때 보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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