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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이 Dec 04. 2023

12.12: The Day 깨어진 나의 봄

나의 작은 역사마저 반복되는가




나의 봄


뜬금없지만 어제 <서울의 봄 12.12: The Day (Seoul Spring)> 보고 서울 가고 싶어서 쓰는 생일 주간 기록.


격동의 80년대 끝자락에 바야흐로 6공 시대가 열리니... 일천구백팔십구년 십일월, 세상에 태어났다. 나야~~ㅎㅇ




이 영화는 뭔가 지금 나의 상황과 평행이론처럼 다가왔다. 특히 대사와 배우들의 연기가 마음에 날아와 꽂힌다ㅜㅜ!


서울의 봄, 민주화에 대한 온 국민의 열망이 가득했던 10.26부터 5.17까지.

나의 봄, 남편이 처음으로 시험을 등록했다는 10월 말부터 희망에 부풀었었다.

12월 12일, 하필 날짜도 남편 시험 예정이었던 날짜에 뙇!




영화 보기 전 나는 검색으로 이것저것 읽고 가서 결말을 알았는데, 내가 남편에게 지나가는 말로 결국 실패한다고 말해서ㅜㅜ 남편은 당연히 쿠데타가 실패하고 주인공이 이길 줄 알고 영화 보는 2시간 반동안 내내 이렇게 해서 어떻게 진압하지? 하면서 숨죽이며 봤다고 한다.ㅋㅋㅋ


하지만 언제나 발려지는 건 나였다. 올해도 남편은 시험을 못 본다 한다.


내년 상반기 시험을 볼 수 있는 날짜도 딱 5월 중순. 남편의 시험 합격과 취업을 염원하며 하와이 빼고 어디로든 가고 싶어 이사를 꿈꾸는 나의 봄... 나의 작은 역사도 반복될까? 왜 나 혼자만 고군분투하는 것 같지?ㅠㅠ 힘 빼고 긴장 풀고 지금을 즐길 수 있으면 좋겠는데.




“실패하면 백수, 성공하면 사짜 아입니까!”


하지만 현실은 여전히 팔자 좋은 백수..............................





아무튼 한국 영화를 거의 동시개봉처럼 영화관에서 볼 수 있다니! 역시 하와이가 최고이긴 하다. 작년에는 정우성 감독/배우도 하와이 국제 영화제에 오셨었는데 ㅋㅋ


갑자기 국뽕이 차오르며 역사적 사실에 기반한 영화들을 남편이랑 싹 다 보고 싶어졌다. 남편은 한동안 공부에 집중하는 듯했는데 시험을 완전히 포기했는지 이리저리 가자는 데마다 따라나선다. ㅋㅋㅋㅋㅋ


1987: When the Day Comes

The Attorney

A Taxi Driver

12.12: The day (Seoul Spring)

Ode to My Father

Battle for Incheon: Operation Chromite

Tae Guk Gi: The Brotherhood Of War

Assassination

Snowy Road

Mal-Mo-E: The Secret Mission





1


지지난달이었나... 자전거 이용권 산 거를 사용하기 위해서 버스 정기 월정액권을 취소했었다.ㅜㅜ 나의 원대한 계획은 7번 남은 헬스장 출석체크를 다 하고 얼른 돈을 환급받아서 발레운동을 등록하고, 날씨 선선한 겨울에 자전거로 출퇴근하려고 했었는데 ㅋㅋㅋ 아직 아무것도 못했네


그래도 9월 말에 걸려 두 달을 갔던 코비드 후유증 기침증상이 사라졌다. 회사에서도 계속 설명하고 면접 볼 때도 기침 나와서 민망했었는데, 건강한 몸이 이렇게나 소중한 것이었다니 진짜 건강 최고 ㅠㅠ 그러니까 좀 운동해야 하는데 ㅠㅠ


작년에는 코비드도 안 걸렸는데도 비슷한 기침증상으로 엄청 고생했었던 적이 있다. 병원에서 엑스레이 찍고 흡입기까지 받았다가 효과 못 보고, 그냥 항생제 일주일 먹었더니 싹 나았어서, 올해는 전화진료로 그냥 항생제 달라고 했더니 이런저런 설명해 주시고 처방받아 약을 먹을 수 있었다. 그리고 생일에는 쌩쌩하게 놀러 다님.




2


최근에 있었던 일 중에 제일 허망했던 일 두 개. 1번은 샤워실 전구를 갈아야 했을 때, 2번은 새 냉장고가 설치됐을 때.




낡디 낡은 집안 곳곳 고장 날 때마다 어찌어찌 내가 고쳐놨었다. 남편한테 시키면 세월아 네월에 언제 해줄지 모르니까. 불과 작년 5월 샤워실 전구를 갈아주는 남편에게 감동받았는데... 그때 샀던 전구는 LED 전구로 10년은 쓴다는 문구에 혹해서 그래 진짜 마지막이야 이 전구를 갈고 이사 가기 전까지는 또 살 일은 없겠지 했었다 ㅠㅠ 이사도 못 가고 또 사야 하다니 힝


대용량 빨래세제를 사면서도 이거 다 쓰기 전에 이사 가겠지?

치약이랑 샴푸를 쌓아놓고도 이거 다 쓰기 전에 이사 가겠지?

10파운드짜리 오트밀을 살 때도 이거 다 먹기 전에 이사 가겠지? 했는데...


덩그러니



냉장고 고친다고 공부 안 하고 하루종일 냉장고만 보던 남편, 이럴 때만 의지의 사나이. 결국 냉장고는 우리가 처음 이사 왔을 때보다 쌩쌩해져서 물을 꺼내마시면 빙하 마시는 것처럼 속이 차가워질 정도로 고쳐놨다. 부동산에서 한 달은 걸릴 거라던 새 냉장고는 한 일주일 만에 급 우리 집에 도착했고, 옛날 냉장고는 이제 폐기된다고 한다. ㅠㅠ 잘 가 냉장고야 고생 많았어 그동안 고마웠어 ㅜㅜ


옛날에 미국에서 하는 미니멀 라이프라며 쓴 글에 월세집에 에어컨이랑 싱크대 음식물 분쇄기까지 새 거로 교체해 주셔서 빌트인 전자제품들 야금야금 전부 새 거로 바꿔봐~~? 라고 적었었는데... 진짜 다 바꾸다니. 이걸 다 바꿀 때까지 여기서 살고 있다니!!! ㅠㅠ




3



땡스기빙 다음 날이었던 나의 생일. 매년 미역국 대신 터키 대용 로티세리 치킨을 스터핑이랑 소스랑 해서 먹는다. ㅋㅋㅋ 나는 그레이비 소스만 조금 더해서 한식처럼 반찬이랑 먹고, 남편은 터키에 크랜베리 소스를 좋아하고 애플파이도 항상 챙겨 먹는다. 그리고 위시본까지 야무지게 발라서 당겼는데, 남편이 봐주는 건지 항상 내가 이긴다. 내가 매년 비는 소원은 똑같은데 아직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건 안 비밀... ㅠㅠ





생일 파뤼파뤼~~ 나만의 현실 카카오 프렌즈들 ㅋㅋㅋㅋㅋ 하와이에서 만난 귀한 인연들과 하와이까지 찾아온 오랜 친구들, 게다가 친구 딸이 만들어준 모래 케이크까지!!





생일 지나서도 계속되는 감사한 생일상~~




4



친구들 놀러 온 김에 나도 하와이 구경~~ 세상에, 하와이에 이렇게 예쁜 곳이 많았다니!! 꺅 너무 좋아~~~~~


올초에 이 여행을 계획했을 때는 남편이 상반기에 시험을 다 끝내고 하반기에는 시간적 여유가 있을 거라 예상해서 내 생일선물 겸, 운전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인 남편에게 동의를 받고 차를 렌트했었는데 ㅠㅠ 결국 남편은 상반기에 시험을 못 봐 12월에 시험을 신청했고, 여행 날짜가 다가올수록 나는 남편이 12월 시험도 못 볼까 봐 여행을 취소할까 했었다. 그런데 남편은 시험과는 별개로 꼭 여행 가자고, 너를 위해 그렇게 해주고 싶다며... 이 사람아 ㅠㅠ 나를 위한다면 시험을 봐 차라리!!! ㅠㅠ


그래도 남편 덕분에 나흘 내내 하와이 곳곳을 가볼 수 있었고 하와이가 참 좋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깨달을 기회였다. 덕분에 친구들과도 좋은 추억 만들고 남편도 운전하느라 정말 정말 고생했으니 고마워해야 할 일이다 ㅠㅠ 그래, 여행 때문에 이번 하반기에도 시험을 못 보는 게 아니다 ㅠㅠ 좋은 기억은 좋은 기억으로만 남기자 엉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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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도 끝나고 생일 다음 날, 하와이 주립 대학교 시즌 마지막인 경기를 관람했다! 여행으로 시작된 하와이 사랑에서 풋볼로 하와이 뽕 맞고 맥주 때려마시고 술취광이 됨 ㅋㅋㅋ 운동선수들 너무 멋있고 하와이도 짱!!!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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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땡스기빙. 남편과 시아버님의 관계는 유일하고 특별했다고 한다. 많이 보고 싶고 많이 마음 아프겠지? 내가 감히 상상할 수도 없는 감정을 느낄 것이다... 남편에게 너무 각박하게 하지 말고 넉넉한 마음을 주고 싶은데, 언제든 편히 기댈 수 있는 아내가 되고 싶은데, 나는 너무 간장종지이다 ㅜㅜ




7



지금은 모두가 일상으로 돌아갔고 나도 또 단조롭게 살아간다.


서울은 아직 겨울일까? 나에게도 봄은... 오는가? 나는 이 시린 겨울을 어떻게 보내려나. 아니, 어떻게 보내고 싶을까?







<외국인 남편 덕분에 배운 자존감 대화법> 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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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남편 덕분에 배운 자존감 대화법> 클래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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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이 미워질 때 보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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