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홍이 Dec 13. 2022

존엄한 죽음에 대처하는 우리들의 자세

인간의 존엄성, 의무가 아닌 선택




우리는 눈앞에 닥친 현실에 치여 너무나도 힘들게 하루하루 살아갈 때가 많은 것 같아요.


바쁘게 돌아가는 현대 사회에,

바쁘게 일하는 사람들에,

바쁘게 움직여야 한다는 강박에...


그래서 하루하루를 버틴다는 개념이 유행처럼 번져나가고 있어요.




우리의 삶이 유한하다는 건 모두가 알고 있으면서도


아직은 젊으니까

아직은 까마득하게 멀게만 느껴지니까

아직은 버텨야만 하는 날들이 많이 남았으니까...


오늘이, 내일이, 올 한 해가, 너무 버겁게 느껴지기도 해요.




만약 나에게 한정된 시간이 남았다면, 그 시간을 어떻게 보내고 싶을지 생각해 보신 적 있으신가요? 나에게 남은 마지막 일주일, 내 생에 가장 행복한 일주일을 보내려면


나는 어떤 일들을 할지,

어떤 사람들과 보낼지,

어떤 말들을 할지,

어떤 준비를 할지,


생각해 보신 적 있으신가요?







어떤 일을 계기로 저는 인간의 존엄성은 의무가 아니라 선택이라는 사실을 깨달았어요.


내 몸이 아무리 불편해도,

내가 처한 상황이 아무리 힘들어도,

내 주변 환경이 아무리 어려워도,

사람들의 시선과 편견이 따가워도,


나의 존엄성은 내가 지켜야 한다는 사실을요.





마지막 일주일을 좋아하던 영화를 가족들과 같이 봤어요.

찬란했던 젊은 날, 건강했던 시절

꿈과 이상과 열정이 넘쳤던 순간

그리고 동시대를 함께했던 영화와 음악들로 채웠어요.


제게는 한 번도 본 적도 없는 남의 나라 이야기이지만, 누군가에게는 직접 살아가며 겪은 실제 이야기예요.


저는 우리나라에서 격동의 80년대를 보낸 적이 없지만, 우리 모두의 공감대를 형성하는 그 분위기와 그 장면이 있는 것처럼요.

어린 친구들이 2002년 월드컵을 겪어보지 못했지만, 우리 모두가 느꼈던 열정과 감동 서사는 여전히 마음이 벅차오르게 하는 것처럼요.

길거리에 크게 흘러나오는 캐럴과, 얼굴이 빨개지도록 추웠던 찬 공기, 친구들과 함께 웃고 떠들던 그 순간이 아직도 그리운 것처럼요.


출처 : EPA


결과를 못 볼 거란 사실 알고도 월드컵을 챙겨보고,

국내 정치와 국제 정세에 관한 신문을 매일 읽고 토론하고,

넘어지고 다치면서도 두 다리로 서기를 원하고,

돌봄 받기보다 여전히 스스로 음식을 먹고, 냅킨을 쓰고, 화장실을 사용하고, 몸을 움직이길 바라고...







그러면서도 항상 잊지 않고 하시는 말씀이 있었어요.


Thank you

Please

Excuse me

I love you


반 평생을 함께한 아내에게도 여전히 the love of my life 라며 사랑한다고 표현하셨어요.

금식을 해야 하시는 상황에서도 우리가 먹을 음식을 확인하며, 견과류가 들어가지 않았는지 확인했어요. 혹시나 마흔이 다돼가는 아들이 먹고 쓰러질 수도 있을까 봐...





그렇게 진심으로 모든 사람들에게 대하면 그 진심이 두 배 세 배가 되어 돌아오는 것 같아요.


대학교 룸메이트의 어머니께서 만들어주신 당근 케잌을 가장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 간호사님은 레시피를 사진 찍어 가서 손수 케이크를 만들어 주셨어요. 미리 생일을 축하드린다는 의미로요.


그리고 간호사님께서 이제까지 이렇게 많은 사람이 찾아오는 걸 본 적이 없다고 하실 정도로, 수많은 방문객이 찾아왔어요.


You are my best friend

I’m proud of you

Enjoy eating for the last days


목소리를 내기도 힘든 상태에서 마이크를 착용하고 대화하시고

더 많은 사람들과 전화로, 편지로, 이메일로 소통하셨어요.


얼마나 열정적으로 삶을 대했는지,

얼마나 진심으로 사람들과 만났는지,

매 순간 최선을 다해서 더 이상의 후회도 미련도 남기지 않았는지,

힘든 순간도 전부 즐거운 기억으로 남겼는지,

그 작은 목소리에서도 들렸어요.







그 삶의 끝에서, 인생을 대하는 태도를 배웠어요.


매 순간 나의 존엄성을 지키기 위한 선택을 나 스스로 해야 한다는 걸

매일매일을 내가 행복할 수 있는 일 하나쯤은 나 스스로 실천해야 한다는 걸

스스로 인정할 수 있을 만큼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걸

나의 인생을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스스로 개척해 나가야 한다는 걸 배웠어요.


감사합니다. 편안하세요...







https://brunch.co.kr/@kim0064789/440




https://m.kyobobook.co.kr/digital/ebook/ebookContents.ink?barcode=480D211040150#

https://class101.net/products/DCNO3sPxKUBstRcB0ui9


매거진의 이전글 미국 시댁 체험기, 민주주의는 실패했는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