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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이 Jul 12. 2023

말 한마디로 남편을 울린 아내

외벌이 가장의 애환




하반기에는 시험 보는 거 맞지?


나는 진짜 열 번 스무 번을 참고 딱 한 번 물어봤는데, 남편이 흐느끼며 울었다. 진짜 울고 싶은 사람은 난데...ㅜ 결혼할 때부터 취직 준비만 수 년째. 그동안은 이런저런 알바라도 하다가 전업 취준생으로 지낸 지 어언 2년. 외노자였던 내가 외벌이 가장이 됐다.


내가 미국에 적응 못하고 수입이 없었더라면 남편이 책임감을 더 강하게 느꼈을까?

내가 남편을 물심양면으로 더 내조를 해줬더라면 남편이 더 잘 준비할 수 있었을까?

우리가 신혼 초에 그렇게 싸우지 않았더라면 남편이 취준에 더 집중하지 않았을까?


그러니까 남편은... 하반기에도 시험을 못 볼 수도 있다는 말을 하는 것 자체가 너무 미안해서 차마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나 보다. 아마 이유는 많았겠지만, 내가 이미 들어보지 않은 이유는 없을 테니 말문이 막혔나 보다. 나를 실망시키기가 두렵고, 또 자기 스스로도 답답하겠지...


우리 남편은 진짜 열심히는 하는데... 왜 이렇게 결과가 안 나올까 ㅠㅠ

아니다, 지금 내가 하는 생각은 전부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 다시.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절 취 선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1. 장점을 보기


사랑하는 우리 남편의 장점


코골이 없음

비염/천식/아토피/생명을 위협하는 알러지 없음

수술/병력 없음

흡연/음주 안 함

게임 안 함


치아 건강

시력 좋음

향수 안 씀

용모단정

정리정돈


유기농 재료 장보기 좋아함

알아서 식사 챙겨 먹고 나도 가끔 챙겨줌

과일 깎아줌

말을 다정히 해줌

한결같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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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주어를 나로 하기


남편과 안 맞아도 살아남는 법 :


남편이 변수가 되어 조건부 인생을 사는 것이 아니라, 나만의 인생을 살아내기

내가 궁극적으로 원하는 인생이 무엇인지,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 알고 있기

이상적인 상황이 아니란 걸 알지만, 그래도 최선을 다하기로 선택하기

내가 하고 싶은 일 중에서 할 수 있는 일을 하기

매 순간 내가 원하는 나의 모습으로 나타나기


나는...

2018년에 결혼해서 비교적 자유롭게 지내긴 했다. 셀프로 족쇄 맨 하와이만 아니면.

2019년에 취직하고, 포틀랜드와 뉴욕으로 여행,

2020년에 블로그에 일기를 쓰는 것을 시작으로,

2021년에 투고하고 브런치와 인스타까지 도전하고, 미니멀라이프 한다고 비우고 평일엔 운동 수업을 다니고 주말엔 봉사활동을 다니고, 서울과 LA 여행도 가고,

2022년에 공모전 지원하고, 하와이 역사를 공부하다가 훌라도 배우고 교통사고도 났다가 필라테스도 시작하고, 서울, 보스턴, 포틀랜드로 여행 가고,

2023년에 또 투고하고 서울 다녀와서 라디오도 도전하고 이제 유튜브까지 해볼까 한다. 너무 심심해~~~


돌아보니 이것저것 많이 도전하긴 했는데... 나는 지금 이 상황에서 무엇을 하고 싶을까? 여기에 갇혀있는 느낌이 들지 않게 하기 위해 어떤 일들을 할 수 있을까? 내가 무엇이든 할 수 있다면, 나는 무엇을 하고 싶을까?


요즘 풀소유 중인 내가 새로 산 물건들

카메라 

카메라 케이스

흰색 원피스

검정 원피스

운동화

모자

립스틱


사고 싶은데 참고 있는 물건들

피부미용기

햇빛 가리는 재킷

신발 비막이

배낭

비키 멤버십

검정 블레이저 환불받고 다시 검색 중


여행 가고 싶다. 어디든 떠나고 싶다. 나는... 이사 가고 싶다.







https://brunch.co.kr/@kim0064789/349

https://brunch.co.kr/@kim0064789/521




3. 중심을 나에게로 옮기기


사실 이사 가고 싶다는 말은 이 현실을 벗어나고 싶다는 말 같다. 나는 이사 갈 수 있는데도 안 가고 있으니까. 그런데도 맨날 이사 가고 싶다고 말하는 건 남편을 탓할 수 있는 정당성을 찾는 것 같다. 남편이 최선을 다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지금 이 상황이 나에게는 불만인데 대놓고 남편을 탓할 수는 없으니까.


결국은 이사 가고 싶다는 말은 남편의 최선을 인정해주지 못하는 나의 모습이 괴롭다는 표현인 것 같다.


새로운 장소에 살면 내가 바뀔까?

여행을 가서 새로운 것들을 보면 내가 바뀔까?

나는 왜 이렇게 현실에 만족하지 않을까?

이사를 간다고 더 나아질 것이란 보장이 없는데...




나는 우리가 결혼식을 안 해도 신혼여행을 못 가도 괜찮다고 남편에게 말했었다. 그런데도 남편의 여사친 문제가 우리를 괴롭힐 때, 우리가 결혼식도 못하고 신혼여행도 못 갔다며 무의식 중에 남편을 탓하고 있는 나의 모습을 발견했다.


우리가 결혼식을 안 한 건 남편이 나에게 맞춰줄 때는 괜찮다는 조건부 사실,

결국 내가 원하는 건 결혼식을 안 하는 것이 아니라, 남편이 우리 부부를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원한 것이다.




나는 우리가 원룸에서 살아도 좋다고 말했었다. 이 역시 조건부 사실, 우리가 사이좋게 지낼 때에는 원룸도 충분하고 살기 좋다는 의미였다. 우리가 다퉜을 땐, 나는 집에 최대한 늦게 들어가기 위해 아침 일찍부터 출근해서 퇴근하면 헬스장을 가거나 정처 없이 길을 걸었었다.


코딱지만 한 방에서 와이파이가 먹통일 때, 단수가 됐을 때, 싱크대가 막혀 넘칠 때, 수납장이 무너져 내렸을 때, 벌레가 출몰할 때... 그럴 때는 생각하지도 못했다. 그때마다 나는 이사 가고 싶다고 남편을 탓했었다. 남편 잘못이 아닌데도 말이다.




나에게 필요한 건 이사가 아니라, 내가 진짜로 원하는 게 무엇인지 아는 것이다.


중심을 나에게로 옮기기

환경을 탓하기보다,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알고 환경을 만들어가기

서술을 다시 쓰기


나는 우리가 이사를 갔을 때 어떤 점을 원하고 있을까?

내가 새로운 시작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지금 당장 도전할 수 있는 일은 뭐가 있을까?




https://brunch.co.kr/@kim0064789/3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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