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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이 Jun 19. 2023

카메라 찰칵 터지고 평생 기억될 장면

‘잃었다’의 자리에는 ‘있었다’가 있었다 - 오은 시인

어제는 참 후회가 많은 날이었습니다. 조금만 더 열심히 할 걸, 조금만 더 연습해 볼 걸, 조금만 더 차분하게 말할 걸, 조금만 더... 그런데 막상 일이 끝나고 나니 오늘은 마음이 훨씬 더 가벼워졌어요! 제 마음은 참으로 간사해서 부담되었던 순간이 과거가 돼버리자 기억이 미화되어버렸나 봐요.


‘잃었다’의 자리에는
‘있었다’가 있었다.


여전히 아쉬움이 많이 남지만, 추억을 미화하기 위해 서술을 바꿔볼까 해요. ‘못했다’에는 ‘했다’가 있고, ‘실패’에도 ‘도전’이 있어요. 일단은 해냈다, 경험치가 쌓였다고 생각하고 이번 후회를 기회로 만들고 싶어요. 


‘잃었다’의 자리에는 ‘있었다’가 있었다는 말처럼, 잃은 뒤에 후회하기보다 있었을 순간에 온전히 집중해서 그 소중함을 느끼고 싶어요. 그 순간이 지나면 추억이 될 장면들, 지금도 수많은 장면이 지나가고 있겠죠. 지금 내가 보고 느끼는 장면, 카메라 셔터가 찰칵 눌리면서 기억에 각인될 순간이 있으신가요?


이번 금요일, 하와이에서 날아오는 행운의 편지 <글 쓰는 마음>를 받아보세요~


https://www.youtube.com/watch?v=ICCSym_wLh4


언제까지 너에게 좋은 기억만을 남기고 싶어

이제는 모든 걸 변명처럼 느끼겠지

다시 한번 너에게 얘기하고 싶던 그 말 사랑해

너에겐 너무나 많은 것을 원했던 거야


<이별여행> 원미연







찰칵 1



남편과 영화를 보러 간 날, 화장실에 가기 위해 걸어가던 길. 복도를 쭉 함께 걷다가 남자 화장실과 여자 화장실이 나뉘는 갈림길에서 자연스럽게 각자의 길을 갔다. 둘이 나란히 걷다가 혼자 걷는 느낌, 그 허탈함. 왠지 모르게 정말 뜬금없이 만약 우리가 이혼한다면 나는 혼자 걸어가야 하겠지, 이게 당연한 거겠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화장실에 도착하자 문이 잠겨있었고 다시 되돌아 나오는 순간, 저 멀리서 뛰어오는 남편이 보인다. 그 순간 찰칵, 기억하고 싶은 장면이었다. 나에게 뛰어오는 건 아니지만, 우리가 잠시 헤어졌다가 다시 돌아가 만난다는 게 뭔가 상징적이었달까...; 혼자 청승맞게 슬픈 생각 하고 있었는데, 사실 남편은 아무것도 몰랐겠지만 느리게 혼자 걸어갔다가 뛰어와준다는 게 뭔가 위안이 됐달까...


남편은 나보다 먼저 음식점으로 되돌아가서 화장실 비밀번호를 물어보고 여자 화장실 비밀번호도 내가 들었는지 확인해 줬다. 다정한 사람. 그래, 남편은 참 다정하다.







찰칵 2



코스트코에서 산 달고 맛있는 체리. 남편이 본인의 늦은 저녁을 차려 먹으면서 나에게도 체리를 먹을 거냐고 물어봤다. 그리고 체리의 씨를 모두 발라 숟가락과 함께 내가 누워있는 침대로 가져다주었다. 이불에 떨어뜨리면 물드니까 조심히 먹으라는 말과 함께.


옛날 한 연예인이 남편이 자신을 위해 과일을 깎아주는 행동이 너무 좋아서 그 모습이 아직도 기억난다고 눈물 흘리며 말했었다. 나도... 남편이 과일을 가져다주는 모습이 가장 많이 생각날 것 같다. 지금도 과일을 먹을 때마다 생각난다. 과일을 자르는 방법, 씨를 바르는 방법, 꼭지를 떼는 방법... 그 세세한 부분까지 신경 써서 챙겨주는 걸 테니까.







찰칵 3



아주 바쁜 하루를 보내고 남편을 배웅한 날. 떠나는 사람을 보내고 돌아가는 그 마음은 뭔가 착잡하다. 그래서 차라리 내가 먼저 떠나버리고 싶을 때가 있다. 그 마음의 짐을 상대에게 지우고서 가벼운 마음으로 훌쩍... 


사실 남겨진 이에게도 똑같은 하루가 있다. 일상을 살아내야 한다. 하와이를 떠나는 많은 사람들을 보며, 그리고 남겨진 나를 보며, 더 이상 착잡하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을 안다. 뒤숭숭한 마음을 잘 정리하고, 다잡는 것도 나에게는 필요하다. 







찰칵 4



옛날 같으면 쓸데없는 일이라고 치부했겠지만, 살코기를 바르면서도 혹시나 부러뜨리지 않을까 위시본을 열심히 찾았다. 다른 이유는 없고 남편이 좋아할 것 같아서. 깨끗이 씻어서 냉장고에 넣어두었던 위시본을 발견하고 무슨 소원을 빌 지 어린아이처럼 재잘거리는 모습을 보니 나도 덩달아 기쁘다.


이 날 나의 소원은 나의 기분이 나아지게 해 달라는 것이었다. 한없이 동굴 파고 들어갈 때에도, 우물에서 오르락내리락할 때에도, 어제를 후회하고 내일이 스트레스일 때에도... 그래도 남편이랑 있어서 다행인 건가? 남편도 그런 나라도 있어서 다행일까?







찰칵 5



작년 행사와 데자뷔인 올해의 행사. 매일 똑같은 일상에서 퇴근 후에 행사 구경이라도 가는 용기를 냈던 날. 







찰칵 6


https://youtu.be/8l8Fz0ObiEw



HOPE CAN LIFT YOU

COURAGE CAN SAVE YOU

LOVE CAN FREE YOU


어쩌면, 이 좋은 기억만 간직하려면 여기까지인 걸까? 앞으로 좋은 기억만 생길 거라는 보장도 없고,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데... 남편이 꿈을 이룰 수 있을 때까지, 내가 얼마나 더 기다릴 수 있을까? 만약 이번에도 안되면 나는 실망하지 않을 수 있을까? 나는 진심으로 남편의 꿈을 응원할 수 있을까? 그 역경을 겪었으니 우리가 더 단단해질 수 있을까? 


나는 나 스스로를 믿을 수 있는가?

나는 남편을 믿고 싶은가?

어떤 일이 있어도, 든든한 배우자가 되어줄 자신이 있는가?

내가 원하는 나의 모습은 무엇인가?

나는 지금 행복한가?







<외국인 남편 덕분에 배운 자존감 대화법> 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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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남편 덕분에 배운 자존감 대화법> 클래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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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이 미워질 때 보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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