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남편의 백수 기간을 응원해줄 수 없을까
결혼 4.5년 차, 새해가 또 밝았다.
우리는 여전히 이곳에서 살고 있다. 우리는 결혼 전 2년만 이곳에서 살고, 남편의 이직과 함께 이사 가기로 약속했는데...
남편은 작년 내내 수입이 없었다.
남편이 일을 쉰 지는 3년이 지났다.
나는 남편의 나라에 이민 와서,
취업허가 받자마자 구한 직장에서 3.5년째 여태껏 일하고 있는데...
올해는 남편이 취직할 수 있을까?
올해는 우리 이사 갈 수 있을까?
나는 왜 남편의 백수 기간을 응원해줄 수 없을까?
꿈꾸라는 이상적인 말은 잘만 하면서, 나는 남편의 꿈을 믿고 응원만 해줄 수는 없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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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은 참 마음이 편하다.
걱정 없이, 스트레스 없이, 압박감 없이...
시간도 많고, 나 출근하면 느즈막히 일어나 집에 혼자 있다가, 저녁엔 가끔 산책도 나가는 것 같다.
잘 쉬고 잘 먹고 잘 자고 잘 산다.
정신 건강 최고일 듯.
남편은 행복할까?
나는 남편이 원한다면 전업주부를 한다 해도 괜찮을 것 같다.
보수가 적은 일을 해도 의미 있는 일이라면 응원할 수 있을 것 같다.
다만 취업 준비한다면서 아무것도 안 하는 꼴은 못 보는 것...
사실 남편이 백수라서 불안한 건 나이지 남편이 아니다.
당사자는 자신의 꿈을 믿고, 그 꿈을 이루는 과정에 있을 뿐이다.
그리고 그 과정이 처음 계획보다 훨씬 더 오래 걸리는 것뿐이다.
한국나이로 마흔이 다 되어가는데...
이 기간에도... 끝이 있을까?
이혼하기 전, 내가 최선을 다했다 스스로도 인정할 수 있도록 5년이라는 기한을 두었었다.
벌써 반년밖에 남지 않았다.
남편이 먼저 취직을 할까?
우리가 먼저 이혼을 할까?
잠깐, 남편이 취직을 안 하면 우리는 이혼을 하는 게 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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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이 경제적 능력이 뛰어난 사람이었다면 우리 관계의 역학구조가 달라졌을까?
남편이 현실적인 사람이었다면 꿈만을 쫓지 않고 안정적인 일을 할 수 있었을까?
아니, 차라리 내가 일을 안 했더라면 남편이 적당한 보수를 받는 일을 하게 됐을까?
피부양자가 있었더라면 남편도 책임감을 느꼈을까? 우리 남편은 안 그랬을 것 같다...
회사 일이 너무너무 바빠 새벽같이 출근하고 밤낮없이 야근해서 남편이 집에 올 시간도 없었다면, 나는 어떻게 살고 있었을까?
아무 불만 없이 남편의 일을 응원하면서, 나는 내 할 일을 묵묵히 해내며 살아갈 수 있었을까?
반대로 내가 일 욕심이 많아 회사에서 승진을 노리고 일에 몰두했더라면, 우리의 관계는 어땠을까?
나라면... 적어도 배우자가 나 때문에 이민까지 왔다면 어느 정도의 책임감은 느꼈을 것 같은데.
하, 이런 비교는 정말 부질없다.
부부라도 가족이라도, 개인의 독립적인 선택과 자유가 중요한 사람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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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 정류장으로 걸어가는 길, 근처 꽃집에 들러 꽃 향기를 맡고 가자는 남편
차도 없어서 쓰레기 가득한 거리를 걷고 버스를 타야 하는데... 그 와중에 꽃 향기를 맡자는 사람.
최악의 상황에서도 언제나 긍정적인 면만 볼 줄 아는 사람이다.
해맑고, 밝고, 순수한... 그런 사람.
남편과 함께 있으면 분명 정서적으로 편안하고, 감정적으로 안정적이게 된다.
동시에 급변하는 사회에서 이렇게 도태되는 건 아닌지 불안감에 휩싸이기도 한다.
결국 내가 원하는 삶은 평균적인 삶이라, 남들 하는 대로 노오력을 해야 한다는 압박감에 시달리는 걸까?
말로는 쉬어가도 괜찮고, 다른 길을 가도 괜찮다고 해도, 실제로는 누구나 가는 그 길을 갈망하고 있었던 걸까?
그러면 남편이랑 결혼했으면 안 됐는데.
아무리 남편이 2년 안에 이직할 거라고 호언장담을 했어도, 상황이 바뀌고 어쩔 수 없는 일들이 일어날 거라고 예측했어야 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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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체크인> 이라는 프로그램에서 이효리가 "가족 중심적이라 차분하고, 에너지를 고요히 간직하고 있는 느낌" 이라 좋다는 말을 했다.
큰 사건 없이 잔잔한 일상을 보내는 사람들
현재에 만족하고 지금을 살아가는 사람들
그런 사람들 사이에 내가 있다.
지금 나에게는 영원히 반복될 단조로운 일들을 겸허히 수용하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남편은 남편의 시간대로 살아가고 있다.
나는 내 시간대로 살아가면 된다.
이사 갈 줄 알고 승진 신청도 안 했던 건 나의 결정이었다.
남편의 일정에 억지로 나를 맞춘 것도 나의 선택이었다.
나는 내 인생을 살아가야 했었는데, 남편의 아내로만 살며 스스로를 낮추고 있었다.
그 희생에 고마워할 줄 아는 사람이라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중심을 나에게로 다시 잡아 내 인생을 다시 설계해야 한다.
스스로에게 매 순간 질문해야 한다.
나는 어떤 삶을 살고 싶은가?
나는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가?
나는 무엇을 하고 싶은가?
https://brunch.co.kr/@kim0064789/265
<남편이 미워질 때 보는 책>
https://m.kyobobook.co.kr/digital/ebook/ebookContents.ink?barcode=480D211040150#
<외국인 남편 덕분에 배운 자존감 대화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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