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제도 모르고, 분수도 모르고, 영문도 모른 채
나는 요즘 매일 다른 회사로 출근한다. 월요일 테일러 매장, 화요일 대기업, 수요일 현진물산, 목요일 순양그룹, 금요일 한성전자, 토요일 최성그룹, 일요일 더 쉴드 (?) 랑 법원도 간다.
그냥 맨날 회사 배경의 웹툰 보는 사람임. ㅋㅋㅋ
9월 중순 입사 두 달째,
우리 팀 업무와 부장님의 리더십에 대한 불만이 한계치를 찍었을 때가 있었다.
아마 조직 개편이 없었더라면,
그래서 선임부장님의 개입이 없었더라면,
그냥 나도 때려치우고 나왔을 정도.
부장님은 업무일의 반도 출근을 안 하셨고
과장님은 장기 휴가로 부재,
하나 남은 팀원도 갑자기 휴가 내고 사라졌었다.
나는 어거지로 매일 출근해서
야근도 자처하고
팀 대표로 PT 까지 나섰다.
그런데 그게 얼마나 부질없는 짓이었는지 깨달았다.
그 잠깐 사이에 나는 이 팀에 내가 없으면 일이 안 돌아가겠다는 어이없는 생각을 했었다.
아니 입사 두 달 만에 우리 팀 업무 내가 다하네?
부장님 이직하시면 내가 저 자리로 치고 올라가 이 팀을 내 마음대로 해버려~~~??
하는 오만함이랄까.
그러던 어느 날 PT 자료를 검색하다가
검색 결과에 뜬 부장님의 링크드인을 보게 됐다.
확실히 업계 경력도 길고
직종 관련 자격증도 많고
전공 학과도 유관했다.
그러니까 부장급이 되려면 저 정도는 돼야 하는구나,
아무리 저 사람이 능력이 없어 보이고 일을 못해 보여도
저 자리까지 간 이유가 분명 있구나,
쎄게 깨달은 날.
그에 비해 나는 이걸 부장님의 링크드인을 보고 나서야 깨닫는
결국은 신입, 심지어 아직 수습인 일반사원, 이었다.
그리고 내가 객관적으로 보이기 시작했다.
내가 아직 관리급이 되기에는 부족한 점이 많다는 걸
내가 하는 말에도, 영어 표현에도 여전히 근시안적인 부분이 크다는 걸
사업을 보는 시야도,
회사 전체와 지역사회를 고려하는 사고 확장성도,
그리고 중요한 일에 대한 결단력도,
사실 아무것도 없달까...
그중에서도 가장 큰 나의 단점은
회사에 대한 애정도
지역사회에 대한 애정도
고객님들에 대한 애정도
다른 직원만큼 크지 못하다는 거 ^^;
그래 뭐 이사 온 지 겨우 세네 달 됐는데 이 지역을 위해 얼마나 봉사하겠냐고.
내가 한국에서 일하는 공무원이었다면 조금 달랐을까?
아무튼 그래서 내가 내린 결론은
이 팀에서는 승진이고 자기 계발이고 뭐고 불가능한 것 같으니
다른 팀으로 지원해서 이직하는 것이다.
그 팀은 단기 사업 위주로, 해외 기업과 협력해서 일하는데
업무 성격 상 나와 더 잘 맞을 것 같다는 기대 반
한국 관련 일도 계획 중인 부분이 있는 걸로 들어서 한국으로 출장 보내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희망 반!!
나는 회귀도 안 했고 인생 2회 차도 아니고 재벌도 아니고 회장도 아니니
성공적인 회사생활도 어차피 나와는 먼~~~~~ 이야기지만
그래도 사람들 이야기 보고 듣는 건 언제나 흥미진진하다.
그중에서 나의 뼈를 때린 대사들이 있다.
알아서 잘 딱 깔끔하고 센스 있게!
나는 이제까지 알잘딱깔센의 정석으로 일했던 것 같다.
시키지도 않았는데 온갖 잡다한 일 다 맡아서 하다니.
그러니까 결국 알잘딱깔센은 부하직원의 덕목이다.
상사에게 알잘딱깔센으로 관리하라고 하진 않으니까.
물론 디테일도 중요하고 프로세스도 중요하지만
나는 더 큰 그림을 볼 수 있어야 한다.
일을 하는 데 있어서 기계적인 반응이 아닌
인간 대 인간으로서의 애정과 연결이 얼마나 중요한지 요즘 들어 더 크게 느끼고 있다.
공무원-민원인의 관계도 당연히 중요하고
직장 동료로서의 관심과 공감, 그리고 존중하고 배우는 자세
상사와 부하직원 간의 신뢰와 배려
특히나 우리 팀 같이 20년 30년 간 이어지는 파트너십을 관리하는 경우
정말 관계자 한 명 한 명을 친구나 가족같이 생각하며 이어지는 관계라는 것.
다만 내가 그 관계에 관심이 있을까?
우리는 지금도 남편이 정규직으로 오퍼 받는 곳이 있다면 언제든 그곳으로 떠날 생각만 하고 있는데.
인생은 뜻대로 되지도 않고 함부로 예측할 수도 없다.
일단 겸손하게 있어야지.
칭찬해 준다고 우쭐하지도
실수했다고 주눅 들지도 말고
내 속도대로
내 주관대로
그냥 돈 받는 만큼만 열심히 하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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