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감을 느끼는 가장 큰 이유는 불안을 없애려고 하기 때문이다.
이유 없이 존재하는 것은 없다.
불안도 마찬가지다.
불안이라고 하면 모두가 무조건 안좋은 것이라고 생각하고, 없애고 싶어한다. 그렇지만 불안이 없다면, 인간은 조심성 없이 아무 일이나 즉각적으로 실행해버릴 것이다.
원시시대에는 아무 식물이나 집어먹었다가는 목숨을 잃는 댓가를 치뤄야 했다. 아무 동굴이나 무작정 들어갔다가 곰을 만날 수도 있었을 것이다. 즉, 불안이라는 게 있기 때문에 생존할 수 있었다.
그러므로 불안은 생존에 필수적인 요소로서 인간에게 꼭 필요한 감정이다.
현대사회에 들어서면서 양상이 조금 변했다.
현대시대는 원시시대와는 달리 내일 죽을까봐, 오늘 굶을까봐 걱정하거나 불안해하지 않는다.
오히려 무언가를 무작정 하는 것이 안하는 것보다는 나을 수도 있다. 무작정 한다고 해서 죽거나 다칠 일이 잘 없다.
그렇지만 불안감은 원시시대의 인류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진 않을 것 같다. 아이러니하게도 죽거나 굶을 걱정이 없는 사회에서 불안감은 오히려 더 커진 듯하다.
남들보다 뒤쳐질까봐, 내가 못난 사람으로 평가될까봐, 다른 사람만큼 벌지 못할까봐 그런 것들 때문에 불안감을 느낀다. 상대적인 불안이다.
불안의 양상이 바뀌었으니 불안을 대하는 방식도 조금 바꿔볼 필요가 있다. 이런 식의 상대적인 불안은 행동의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 지금 내가 이 글을 쓰는 것도, 글을 써야겠다는 마음이 든 것도 파고 들어가보면 결국 불안함 때문인 것이다.
안정되고 편안한 생활에 안주만 하다가는 뒤쳐질 것만 같은 불안감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나만의 무기를 갈고 닦기 위해서 글쓰는 습관을 만들기로 했다. 글이 쌓이고 첨삭이 반복되면 점점 더 나은 문장으로 다듬어질 것이라 믿는다.
불안을 나쁘게만 생각하고 배척하려고만 하면 불안은 끈질기게 따라붙는다. 그러나 삶의 일부로서 당연하게 받아들이면, 세상에서 주어진 감사한 것 중 하나가 된다.
글을 못쓰는 가장 큰 이유는 글을 잘쓰려고 하기 때문이다.
말을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말을 잘하려가 하기 때문이다.
잠을 못자는 가장 큰 이유는 빨리 자려고 하기 때문이다.
불안을 느끼는 가장 큰 이유는 불안을 없애려고만 하기 때문이다.
불안 자체를 인정하고 어떻게 내 삶에서 조화롭게 적용할 수 있을지를 생각하면 역설적으로 불안은 친구가 된다. 어떤 일을 새로 하는 데 있어 조심하라고 충고해주고 내가 나태해질 때 다시 일어서라고 북돋아준다.
아무것도 하지 않을 때 불안함을 느낀다면 그 불안의 이야기를 잘 들어봐야 한다. 지금 잘 살고 있으면 아무것도 하지 않을 때 불안함보다는 편안함이 더 커야 하는 것이다. 쉬고 있는데 편안함보다 불안함이 더 크다면 그것은 뭔가 잘못하고 있다는 증거이다.
불안은 문제를 숨기지 않는다. 오히려 자신만의 방식대로 드러낸다. 불안은 배척해야 하는 대상이 아니다. 오히려 끈질기게 집중하고 귀기울여야 하는 대상이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이 너무 길어서일 수도 있고, 혹은 생각이 너무 많아서일 수도 있다.
현실에 비해 이상이 너무 큰 건 아닌지, 남들과 비교를 너무 많이 하지는 않는지, 지금 생활패턴이나 식습관이 올바른지, 나의 세계관이나 정체성은 올바르게 확립되어 있는지
이런 것들에 대해 생각해볼 거리를 준다.
불안 자체만 집중하면 힘들고 고통스럽지만, 불안의 원인을 거슬러 올라가는 작업은 오히려 나의 상태를 더 명확히 알려준다. 때에 따라서는 지금 서있는 판을 과감하게 바꿔야 할 수도 있다.
그것은 포기나 나의 부족함이 아니다. 그저 서있는 그 자리가 나와 안맞아서 그럴 수도 있다.
혹은 내가 있는 자리에서 행동을 바꾸거나 받아들이는 관점을 바꿔야 할 때도 있다. 사람에 따라, 처한 환경이나 상황에 따라 모두 다르다.
불안의 근원을 따라가다 보면 내가 해야할 것 혹은 하지 말아야 할 것들이 정리가 된다.
한꺼번에 모든 문제가 해결되진 않는다.
다만 올바른 방향으로 향하는 것인지에 대한 신호로서 작용한다.
점점 자신의 내면을 바라보는 것에 익숙해지고 필연적인 혼란의 과정에서 올바른 방향성을 제시해준다.
누구나 자신만의 방향이 있다.
정답은 없다. 누가 정해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리고 삶은 그 방향을 찾아가는 과정이다.
불안은 정해지지 않은 나만의 방향을 찾는 데 도움을 주는 많은 감정 중 하나이다.
불안의 이야기를 잘 들으면 우리가 어디로 가야 할지를 알 수 있다.
불안한가? 당신에게 불안은 적인가 친구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