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는 것은 그 찰나의 순간을 사는 일.
동네 카페에 왔다. 느릿느릿 걸었다. 천천히 계단을 오르고 찬찬히 주위를 살폈다.
슬쩍 커피를 주문하고는 차분하게 자리에 앉았다. 숨을 크게 세 번 쉬고 노트북을 켰다.
조용한 노래를 들으며 어제 읽다 잠들었던 책을 느긋하게 마저 읽었다.
의자에 등을 기대어 달콤 쌉싸름한 라떼를 한 틈의 여유와 함께 살포시 입에 머금었다.
좋네. 괜히 이렇게 하면 저 문 밖에 서 있는 시간이 최대한 나를 천천히 지나갈 수 있게 도울 수 있을 것 같았다.
나는 그렇게 <아무것>에 대해 생각했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
토요일의 시간 속에서 내 주변 수많은 아무것들을 하나하나 지웠다.
이것, 저것 그리고 그것. 계속해서 아무것도 남지 않을 때까지.
무엇이 남고 무엇이 없어졌는지 모를 때 즈음 모두의 시간이 슬며시 멈췄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는 것은 그 찰나의 순간을 사는 일.
텅 비어버려 공허함으로 가득한 것 같지만,
모든 아무것들이 그것들만의 의미로 오롯이 존재하고 있는 그 시간을 확인하는 일.
아무것도 중요하지 않지만, 실은 모든 게 중요한 그 위대한 역설을 만나는 일인가 보다.
내가 지금, 여기 살고 있으니 이만하면 되었다.
참 좋은 토요일이다. :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