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한 겸상,

너무도 조용하게, 하지만 너무도 성실하게.

by 김봉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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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혼자 밥을 먹는다. 이를 혼밥이라 한다지. 식당에 들어가 손가락으로 한 사람임을 표시하고 최대한 구석진 자리에 앉아 찬찬히 메뉴를 시킨다. 하지만 대개 식사시간엔 붐비는 법이므로 4인 식탁을 홀로 차지할 수 없다. 자연스레 처음 보는 누군가와 마주 앉는 경우가 왕왕 생긴다.


겸상 아닌 겸상. 시끌벅적한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대화 없는 조용한 겸상. 눈 한 번 마주치지 않고 각자의 위치에서 부단하게 숟가락과 젓가락을 움직인다. 우리 삶이 그렇듯 주어진 시간과 임무에 너무도 충실하다. 서로에게 피해 주지 않으려 노력하면서. 또 어색하지 않게 배려하면서.


어디서 무얼 하는 사람일까. 물을 마시며 얼굴을 한 번 쳐다보았다. 그대는 어떤 사람이오. 무엇을 좋아하오. 힘든 일은 없으시오. 걱정거리가 있지는 않으시오. 슬쩍 아무렇지 않게 묻고 싶었다. 그리고 말하고 싶었다. 나는 요즘 이렇게 산다고. 힘든 일이 하나 있는데, 썩 견딜 만 하다고. 또 그래서 가끔은 재미있다고.


너무도 조용하게, 하지만 너무도 성실하게. 그렇게 우린 잠깐 만나고 영원히 헤어졌다. 걱정은 없다. 알아서 각자의 길을 뚜벅뚜벅 걷고 있을 게다. 늘 그랬듯이.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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