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명 나는 열심히 말했는데 주변 사람들이
반응이 없는 경우가 있다.
그럴 때마다 ‘내 이야기가 별로인가?’라는
생각이 스쳤지만
어쩔 수 없다는 생각에 다시 묻지 않거나
혼자 소심하게 ‘왜 반응이 없지’ 서운해하기도 했다.
여럿이 이야기할 때는
분위기를 주도하는 사람이 있기 마련이고
내 멘트가 적절하지 않거나
식상할 수도 있으니 말이다.
그러던 어느 날,
같이 일하던 제작진이 무심코 던진 말이
조금 충격이었다.
“김 작가는 목소리가 작은 것 같아. 좀 더 크게 말해줄래?”
“제 목소리가 작아요?” 다시 물으며 생각했다.
그렇구나. 나는 그때까지 내 목소리가 작다는 것을
눈치 채지 못했던 것 같다.
아니 잊고 있었다는 게 더 정확한 표현이다.
목소리가 작다는 얘기를 가끔 듣긴 했지만
일하면서 문제 되거나 걸림돌이 되는 것을
느끼지 못해서였던 것 같다.
생각해보니 여러 사람이 회의할 때
가끔 내 발언에 반응이 없었던 것은
상대가 무시하거나 흘려들은 것이 아니라
작은 목소리 때문에 전달이 안됐을 가능성이
높았던 게 아닐까.
그 사실도 모르고 누군가에게
서운한 마음을 갖기도 했고
원망하기도 했던 내 마음의 크기가
보이는 것 같아 부끄러웠다.
문득 인연을 맺었던 사람들의 얼굴이 떠올랐다.
하루 중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출연자들 섭외는
대부분 전화로 이뤄지기 때문에
소통에 어려움이 없었고,
오히려 중저음의 차분한 목소리에서
연식이 느껴진다며 첫인상에서
신뢰를 얻는 무기가 되기도 했다.
회의할 때도 여러 사람 소리에
내 이야기가 묻힐 때면
옆에 있던 동료가 내 말을 화제 삼으며
분위기를 전환해준 적도 있다.
“김 작가가 아이템 정리한 게 있다는데”
동료의 확실한 타이밍과 어필 덕분에
준비한 기획을 미루지 않고
회의에서 컨펌받을 수 있었고,
오히려 모두가 주목하는 상황이 되면
스스로 목소리의 떨림을 느낄 정도로
부담스럽기도 했다.
이런 나의 단점인 듯 단점 아닌 목소리를
주변 사람들의 배려 덕분에
잊고 살았던 것이다.
순간 같이 일했던 사람들에게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내 목소리가 작다고 지적하기보다는
“잠깐만요, 이런 부분을 강조하자는 얘기죠”라며
고개 숙여 이야기를 더 들어주거나
거리를 좁혀 앉아 경청해주는 사람들이
많았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이었다.
나는 어떤 경청의 자세를
가졌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