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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뚜벅뚜벅 Jun 29. 2022

“남편이 버니까 취미로 해” 기혼자를 보는 시선

때는 2008년 즈음.

결혼 전 신랑에게 호언장담을 한 적이 있다.

“내가 달에 600만 원씩 벌 수 있으니까

오빠는 부담 없이 회사 다녀.

맞벌이하는데 이 정도면 괜찮지 않아?”

결혼 전 무슨 자신감으로 저런 말을 했나 싶지만

당시 선배들을 보며 나의 미래도 찬란하리라

순진하고 멋대로 생각했던 것 같다.


하지만 지금도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

아주 가끔 여러 종류의 프로젝트를 끝내서

"이번 달은 달성!"을 외치기도 했지만,

대체로 나의 벌이는 그 이하로 낮은 편이다.

경력은 쌓이는데 수입은 좀처럼 늘지 않는

아이러니한 현실 속에서 허우적거리는 날들.

그 이유 중 하나가 기혼자를 바라보는

불편한 시선에 있는 것 같다.

원고료 협상을 할 때 등장하는 단골 멘트가 그렇다.


“그래도 김 작가는 남편이 벌잖아.

여기서(방송국) 돈 벌려고 하면 일 못하지.

재미있고 좋아하는 일하면서 적당히 벌고

남편이랑 같이 버니까 괜찮지 않아?!”

한 두 번도 아니고 이런 답변을 들을 때마다

혹시 사측 매뉴얼에 이런 예시가 있나?

의심스러울 정도로 같은 이야기를 여러 번 들었다.


저 기혼자 맞는데요.

일을 취미로 할 정도의 여유는 없고요

만약 있다고 해도 노동자의 형편에 상관없이

일의 정당한 대가가 주어져야겠죠.

제 일이 자기만족으로 할 수 있는

가벼운 일도 아니라도 생각합니다.

경력자의 노련함이 필요한 상황이 많은데

왜 기혼자라서 괜찮다고 생각하세요?


이렇게 막힘없이 말하고 싶었지만

현실에선 취미로 하려면 일을 더 줄여달라며

포기하는 심정으로 대충 넘어가고 말았다.

돈 올려달라고 하는 나 자신이

구차하게 느껴지는 그 장면에서

빨리 빠져나오고 싶었던 것 같다.

이런 상황은 동료 작가들과 얘기해도 크게 다르지 않다.

어쩜 어쩜 서로 박수를 치며

자기가 더 불행했다고 말하는 것처럼

슬프지만 에피소드가 끝도 없이 흐른다.


물론 결혼한 작가를 더 선호할 때도 있다.

육아나 가족 이야기가 소재일 때는

기혼자라서 잘할 거라고 시작 전부터 플러스가 된다.

“결혼해서 잘 알잖아. 자기 얘기라고 생각하고

접근하면 되겠네.”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 신세.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여전히 현장을 지키고 있고

기혼자라서 몰라도 아는 척, 바쁜 척, 너그러운 척을 하며

정글에서 생존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살아남아야 뭐든 바꿀 수 있을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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