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주만 죽었으면 좋겠다.”
좋아서 하는 일이지만 힘에 부칠 때면
며칠만 쉬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업계에서는 특집이나 기타 이유로
정규 프로그램이 없어진 날을
방송 삭제, 혹은 방송이 죽었다고 표현한다)
그런 와중에 담당 피디나
제작진 중(회사에 소속된 노동자) 누군가
남은 연차나 휴가를 써야 한다며 떠나면
부러움에 몸과 마음이 떨릴 지경이다.
그들은 업무를 대신해줄 선후배가 있고
무엇보다 월급에 변화가 없기 때문이다.
프리랜서인 나는
방송이 죽지 않는 한 자리를 비울 수가 없다.
휴가를 떠나고 싶다면, 대신할 알바 작가를
구해두고 가야 하는 분위기이고,
척하면 척! 빈자리가 느껴지지 않게
막힘없이 일 할 수 있는 사람을 찾아주길 요구받는다.
아르바이트 작가를 구했다고 해도
나는 제작에서 빠지기 때문에
한 편에 대한 페이(원고료)를 받지 못한다.
휴가를 가려면, 돈을 포기해야 하는 것이다.
“그래도 아프면 쉴 수 있지 않을까?”
“아니 쉬게 해주지 않을까?”라는 주제로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모 작가가 우린 절대 다치면 안 된다며
기막힌 경험담을 꺼냈다.
“전에 출근길에 교통사고 당했다고 연락했더니
담당자가 제일 먼저 확인한 내용이 뭔 줄 알아?”
“(프로그램 담당자) 팔은 안 다쳤지?
키보드는 칠 수 있는 거야?”
듣고도 귀를 의심할 수밖에 없는 대화 내용이었다.
아픈 사람한테 한다는 말이 고작 그 정도 수준이라니
그래서 작가는 일부러 팔에 부상을 입었다고
거짓말을 했단다.
“제가 좀 팔을 다쳤어요. 아무래도 이번 주는…”
“(잠시 침묵하던 담당자)…
그럼 원고는 자기가 말로 불러주고
다른 사람이 받아 적으면 되겠다.
병원 다녀와서 출연자 섭외하고,
다른 일은 할 수 있겠는데!”
그 자리에 있던 작가들은 팔로 책상을 탕탕치며
우리가 겪을지 모르는 현실에 같이 분노했다.
“와! 진짜 창의적인 발상이다!
같이 일하겠다는 집념이 대단하네.”
설명할 수 없는 답답함 속에
서로가 겪은 최악의 상황들을 공유하며
위로할 수 밖에 없었다.
노동자라면 당연히 보장받는 유급 휴가는 커녕
아파도 현장을 걱정해야 하는 작가들.
이 정도면 방송가에 슈퍼 울트라 파워
캡숑 짱짱이 아닐까 싶다.
나는야 강철체력! 코로나19 사태 속에서도
자택 근무하면 되니까 걱정 말아요, 그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