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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 때가 아냐, 다음을 생각해야 한다

by 뚜벅뚜벅

병원 지하주차장에 내려가자 ‘이제 어떻게?’ 두려운 맘에 울컥하는 맘이 덮쳤다. 손으로 입을 틀어 쥐었다 눈물이 날까 눈을 비비기도 했지만 그래도 상황을 먼저 해결해야 한단 생각이 더 강했던 것 같다. 지금은 울 때가 아니야! 결심한 듯 난 집으로 가는 길 내내 다음 스텝을 떠올렸다. 혹시 몰라 찾아둔 병원들을 떠올리며 집으로 내달렸다.


동네 아침 아파트 단지 공기는 여느 날처럼 상쾌했고 한산한 듯 평화로운 날이었다. 오늘 나에게만 불행이 닥친 것일까? 눈감고 일어나면 아무 일 없는 것처럼 무서운 꿈이길 바라는 마음도 들었지만 정신을 붙잡고 차에서 내리지 않은 채 전화에 매달렸다. 부인암 치료를 받았던 지인 등을 통해 어디로 가야 할지 회로를 돌렸다.


”지금 빨리 오실 수 있나요? “ 마침 리스트에 넣어둔 대학병원 교수님의 당일 예약이 성사됐다. 그래 하나씩 해보자! 도저히 운전할 자신이 없어 택시앱을 켰다. 손은 왜 이리 떨리는지 도착지 문자 입력을 자꾸만 틀리며 수정을 거듭하다 택시를 불렀다.


택시에 앉아 남편에게 이 사실을 어떻게 알려야 할지 얼마나 놀랄지 걱정스러웠다. 상의도 없이 대학병원으로 가고 있는 이 순간 결정도 혼자 내렸지만 도저히 집에 들어가 기다릴 수 없을 것 같았다. 전화하는 순간 무너질 것 같아 일단 카톡에 메시지를 남겼다. 에효…라는 표현을 넣어 담담한 듯 쓰긴 했지만 내용이 무시무시해서 어떻게 읽을지 남편 표정이 짐작되지 않았다.


기사님은 여유 있게 안전운전을 하고 있었고 나는 상황을 차분하게 받아들이기 애쓰며 창밖을 응시하고 있었다. 진행하던 프로젝트가 끝나 새 일을 의욕적으로 찾는 중이었고 쉴 때 예뻐지겠다며 피부관리도 받던 중이었다. 실업자의 삶도 괜찮다며 날 풀리면 운동도 나가야지 계획을 세웠는데 이 모든 걸 중단시킬 폭탄이 떨어진 셈이다.


서서히 눈앞에 병원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오늘 여기서 어떤 모습으로 나가게 될까, 앞으로 어떤 일이 펼쳐질까? 분주하면서도 시간을 붙잡고 싶은 복잡한 마음을 다잡고 한 손에는 1차 산부인과 소견서를 들고 여성센터로 향했다. 내 생에 가장 길고 긴 2월의 목요일 하루가 열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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