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 C.S.Lewis -

by 김아랑 Feb 08. 2018

왜 "기형아 검사"라고 부르는 걸까.

산전 스크리닝 검사들에 대하여.

약국에서 임신 테스트기를 사는 순간, 

테스트기에 두 줄이 뜨는 순간, 

산부인과에서 초음파로 임신을 확인하는 순간, 

여성이든 남성이든 그 떨리고 경이로운 순간에 느끼는 감정들을 잊지 못 할 것이다.


허나 그런 기쁨도 잠시. 

임신이 확인되는 순간, 수많은 검사들이 산모를 기다리고 있다. 

그 검사들이 산모의 마음을 쥐락펴락 한다. 

"괜찮을꺼야."

"아니겠지."

이런 말들을 하루에도 수십번씩 되뇌이며 천당과 지옥을 오고가곤 한다.

내 아이에게 이상이 있을 1%의 확률도 허용할 수 없는 것이 엄마의 마음 아니겠는가. 




산부인과에 가면 임신 약 10주쯤부터 여러 가지 검사 옵션들에 대해 듣게 된다. 

그 중 "기형아 검사"라는 것이 있다. 

도대체 왜 "기형아 검사"라고 부르는 걸까. 

단어가 주는 어감도 부정적이고 산모들이 겁 먹기 딱 좋은 느낌인데. 


"기형아"란, 선천적으로 신체적인 이상을 가지고 있는 태아/신생아/아이를 의미한다. 기형아 검사를 통해 검사하는 질환의 목록을 보면 신체적인 이상을 수반하는 질환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어찌보면 "기형아"라는 단어가 올바르게 쓰인 것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굳이 왜 "기형아 검사"라는 명명했을까? 그리고 나는 왜 이 말이 그렇게 싫은 것일까? 


우리나라는 예로부터 집에 아픈 사람이 있으면 숨기기에 급급했다. 나와 내 집안의 이미지와 명성이 더 중요해서였을까, 아니면 부정적인 사회의 시선이 만들어낸 흔적인걸까. 우리나라도 차츰 장애에 대한 시선이 바뀌고 있다고는 하지만, 과연 바뀌고 있는 것일까에 대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집값 떨어진다며 장애인 복지시설이 자신의 동네에 들어오는 것을 거부하고, 발달장애나 자폐가 있는 아이를 동네 유치원이나 학교에 보내려면 아이를 받아달라고 애원해야 하고, 아픈 아이를 데리고 놀이터에 나가면 사람들의 눈치를 봐야하는 지금이, 우리가 살고 있는 각박한 현실을 말해주고 있지 않나 싶다. "기형아"라는 단어가 주는 부정적인 느낌도 어찌보면 우리들의 인식 속에 기피하고 싶고, 부정하고 싶은 마음 때문에 그런 것은 아닐까. 


건강한 아이를 낳고 싶어하는 마음은 당연한 것이지만, 건강한 아이를 낳기 위해 당연하게 기형아 검사를 해야하는 것은 아니다. 검사를 하든 하지 않든 이미 태아는 무럭무럭 엄마 배속에서 자라고 있다. 기형아 검사를 하는 것 자체는 부모가 안심하고 싶어하는 마음 때문일 것이다. "부모가 안심하고 싶어서"라는 말이 기형아 검사의 온전한 목적일까? 


기형아 검사 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 임신 중 받는 검사들이 갖는 의미와 목적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많은 사람들이 쉽게 생각했을 때, 태아에게 이상이 있으면 낙태를 먼저 떠올릴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언젠가부터 기형아 검사의 목적이 마치 건강하지 않은 태아를 걸러내는 수단처럼 여겨지게 되었다. 심지어 산부인과 의사들조차도 태아에게 문제가 생기면 자연스럽게 낙태로 상담의 방향을 이끌어간다 (물론 모든 의사가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태아에게 문제가 있음을 알고난 후, 누군가는 낙태를 결심하겠지만, 누군가는 낳겠다고 결심하기도 한다. 우리나라에 그런 생각을 하는 부모가 몇이나 되겠냐고 하겠지만, 처음 태아에게 이상이 있다는 말을 들었을 때 낙태를 생각하는 부모보다 "치료할 수 있나," "어떻게 하지"라는 생각을 먼저 하는 부모님들이 더 많다. 낳겠다고 결심하는 순간, 낙태를 하겠다고 결심하는 것보다 어쩌면 더 많은 용기와 희생을 각오해야 할지도 모른다. 치료방법은 없는지, 신생아 중환자실이 있는 큰 병원에서 낳아야 하는 것은 아닌지, 태어나자마자 수술을 할 수 있는 의료진이 있는 병원은 어디인지, 어쩌면 특별한 도움을 필요로 하게 될 수 있는 나의 아이를 위해 내가 준비해야 하는 것은 무엇인지, 가족과 친구들에게는 어떻게 이야기를 해야하는지 등 감정을 추스르기도 전에 현실적인 문제들과 마주하게 될 것이다. 


임신 중절이냐 유지냐, 기형아 검사를 받느냐 받지 않느냐보다 더 중요한 것은 누군가의 강요에 의해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어떻게 하고 싶은지에 귀 기울여봐야 한다는 것이다. 쉽지 않은 결정이지만 분명히 답은 내 안에서 찾을 수 있다. 내가 내 상황과 환경에 맞는 올바른 결정을 내렸다고 자신하기 위해서는 내가 받는 검사들이 무엇인지, 어떤 의미를 갖는지에 대해 알아야 한다. 아직 우리나라에 유전상담 시스템이 갖춰져 있지 않아서 산모들이 유전상담을 통해 의사결정 과정을 거치지는 못하지만, 아래의 내용을 통해 의사결정에 필요할 최소한의 올바른 정보를 소개하고자 한다. 검사를 받을지, 받지 않을지에 대해 결정하는 것부터가 시작이다.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길.




산전검사들

그렇다면, 과연 기형아 검사라는 것이 무엇인지, 산전 검사들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알아보자.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스크리닝 검사 - 기형아 검사, NIPT (Non-Invasive Prenatal Testing)

진단 검사 - 융모막 채취 검사 (CVS; Chorionic Villus Sampling), 양수 검사 (amniocentesis)


스크리닝 검사에 속한 것들은 아무리 정확성이 뛰어나다고 해도 절대 진단검사를 대신 할 수 없다. 만약 스크리닝 검사를 통해 양성 결과(태아에게 이상이 있다는 결과)가 나온다고 해도 진단 검사를 통해 확진을 받을 때까지는 어떤 결정이든 보류하기를 권유한다. 만약 당신의 의료진이 양성이 나온 NIPT 검사 결과만 가지고 어떤 결정을 내리길 종용하거나 양수검사와 같은 더 이상의 검사를 하지 않아도 100%라고 말한다면, 당장 도망치시길!


*** 다음에 소개하는 검사들은 의료진, 검사를 제공하는 병원, 검사를 진행하는 실험실/연구실/기업체에 따라 계산하는 알고리즘이 다 다르기 때문에 병원에서 소개 받은 내용들과 다를 수 있다. 여기에는 공통적인 내용들과 대략적인 수치들을 통해 개념을 소개하고자 한다. 특정 상품들에 대한 언급은 최대한 피하였다. ***


기형아 검사

1차 기형아 검사: 산모의 나이 + 산모의 혈액 검사 + 태아의 목덜미 초음파

임신 약 11-13주 사이에 이루어지는 검사이다.

산모의 나이: 산모의 나이에 따라 태아가 염색체 질환을 가지고 있을 확률이 달라진다 (다음 화 "왜 35세인가?" 참고)

산모의 혈액 검사: 산모의 혈액 속hCG라는 호르몬과 PAPP-A라는 단백질을 측정한다. (hCG: human chorionic gonadotropin / PAPP-A: pregnancy-associated plasma protein A)

태아의 목덜미 초음파: 보통 3mm 이하이면 정상이다. 태아의 목덜미에는 액체가 모여 있는 것처럼 보이는 부분이 있다. 아래의 그림을 보면 왼쪽보다 오른쪽 태아의 목덜미에 액체 같은 것이 조금 더 모여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는 태아가 발달하는 과정에서 림프 시스템과 혈액 시스템이 연결되는 과정에 이상이 생겨서 목덜미 부분이 두꺼워지는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목덜미가 3mm 이상이라고 해서 무조건 태아에게 이상이 있는 것은 아니다. 

검사 결과로 알 수 있는 질환들: 다운증후군 (Trisomy 21), 에드워드 증후군 (Trisomy 18)

출처: medicalfoxx.com

2차 기형아 검사: 산모의 나이 + 산모의 혈액 검사

임신 약 15-20주 사이에 이루어지는 검사이다.

산모의 나이: 산모의 나이에 따라 태아가 염색체 질환을 가지고 있을 확률이 달라진다 (다음 화 "왜 35세인가?" 참고)

산모의 혈액 검사: AFP, hCG, uE3, Inhibin-A를 측정한다. (AFP: Alpha-fetoprotein /  hCG: human chorionic gonadotrpin / uE3: unconjugated estriol)

검사 결과로 알 수 있는 질환들: 다운증후군 (Trisomy 21), 에드워드 증후군 (Trisomy 18), 다른 염색체 질환들, 신경관결손


검사 결과에서 알아야 할 것들

대개 1차와 2차 기형아 검사를 합쳐서 보다 정확하게 질환의 확률을 계산한다. 따라서 1차 기형아 검사 때 나왔던 검사 결과와 2차 기형아 검사의 결과가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 

결과의 정확성은 NIPT보다 많이 떨어진다. 

쌍둥이를 임신했다거나 임신 주수를 잘못 계산했을 때 양성 결과가 나올 수 있다.


NIPT (Non-invasive prenatal testing)

요즘 가장 핫하다는 검사이다. 이 검사에 대한 오해가 참 많다. 또한, 이 검사를 부르는 이름도 다양하다. NIPT, NIPS (testing 대신 screening이라는 말을 써서), 또는 상품의 이름을 가지고 부르는 경우도 있다. 여기서는 NIPT로 통일해서 쓰기로 한다.


NIPT는 보통 임신 10주 이상일 때 하는 검사로, 모체의 혈액을 체취해서 하는 검사이다. 많은 사람들이 모체의 혈액 속에 떠다니는 "태아의 DNA"를 검사하는 것이라고 알고 있지만, "태아의 DNA"라는 말은 정확하지 않다. 

우리 몸은 수백억개의 세포로 이루어져 있는데, 이 세포들은 끊임없이 새로운 세포를 만들어내고 오래된 세포들은 분해된다. 세포가 분해될 때, 세포막이 터지면서 그 안에 있던 염색체들이 작은 조각들로 나뉘게 되고, 그 작은 조각들이 혈액 속에 돌아다니다가 여러가지 기작에 의해 없어지게 된다. 그 작은 조각들을 영어로는 "cell-free DNA"라고 부르는데 그 의미는 세포에서 자유롭게 해방된 DNA라는 뜻이다. 하지만, 조각조각 난 것들이기 때문에, 1번 염색체, 2번 염색체 등 완전한 상태로 돌아다니는 것이 아니라 아주아주 작은 조각들이 떠다니는 것을 상상하면 될 것 같다. 

우리 모두의 혈액에는 지금도 이 작은 DNA 조각들이 돌아다니고 있다. 하지만, 산모의 혈액에는 산모 자신의 작은 DNA 조각들과 태반의 작은 DNA 조각들이 돌아다니게 된다. 태아가 아니라, 태아와 엄마를 연결시켜 주는 태반의 작은 DNA 조각들 말이다. 

태반과 태아는 한 수정란에서 시작된 것이기 때문에 똑같은 유전물질로 이루어져 있다. 하지만, 1%의 확률로 태반과 태아가 나뉘고 나서 세포분열의 오차로 인해 본래 수정란이 가지고 있던 유전물질에서 변형이 되어서 태아와 태반이 더이상 같은 유전물질을 가지고 있지 않을 확률이 있다. 아주 드문 경우이지만, 이 1%의 확률을 무시할 수는 없다. 또한, NIPT는 태반의 유전물질을 검사하는 것이지 절대 태아의 유전물질을 검사하는 것이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NIPT는 산전진단 검사가 아니라, 산전 스크리닝 검사밖에 될 수 없다!

이 이유 이외에도 검사 방법과 정확도 계산법 등을 놓고 봤을 때, NIPT 검사 상품을 만들어내는 회사들에서 광고하는 NIPT 검사는 절대로 100% 정확할 수 없다. 꼭 따져봐야 하는 것이, PPV(positive predictive value)인데, 이는 예를 들어, 다운 증후군이 있는 태아를 검사했을 때, 다운증후군이 있다고 결과가 나오는 확률을 이야기 하는 것인데, 대부분의 NIPT 검사들은 다운 증후군의 경우 80% 정도 된다. 다른 염색체 질환들은 훨씬 낮다. 그렇기 때문에 무조건 100% 라는 말에 현혹되지 마시길!

<내 유전자와 친해지기>에서 알아본 것처럼 우리는 총 46개(23쌍)의 염색체를 가지고 있다. 그 중에서 NIPT는 염색체 13번, 18번, 21번, X, Y를 검사한다. 예를 들어, 21번 염색체에서 오는 DNA 조각들이 원래 있어야 하는 양보다 많은 경우 태아가 "다운증후군이 있을 확률이 높다"라고 검사 결과가 나오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검사 결과 태아에게 "다운증후군이 있습니다"가 아니라, "있을 확률이 높습니다"라는 말이 정확한 말이다. 


검사 결과로 알 수 있는 기본적인 질환들에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다: 

다운증후군 (Trisomy 21

에드워드 증후군 (Trisomy 18)

파타우 증후군 (Trisomy 13)

터너 증후군 (Turner syndrome)

클라인펠터 증후군 (Klinefelter syndrome)

이 외에도 최근 들어서는 미세중복결실 증후군(염색체 전체가 아니라 염색체의 특정 부분이 더 많거나 적은 질환들)을 검사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 정확성이 아직은 많이 떨어지기 때문에 진단 검사를 통하지 않고는 확진할 수 없다. 




많은 사람들이 오해하는 것 중 하나가 산전 스크리닝 검사부터 시작해서 양수검사 등 모든 검사들이 정상이라고 나오면, 내 아이는 완벽하게 건강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어떤 병원에서는 정신지체, 발달장애, 자폐까지도 모두 이 검사들을 통해 검사할 수 있다고 얘기한다. 하지만 그런 말에 절대 현혹되지 마시길. 세상에, 특히 의학에 완벽한 것은 없다. 


오늘은 산모가 산부인과에서 임신을 확인하는 순간 듣게 될 검사들에 대해서 정리해 보았다. 임신이 진행되고 부득이하게 융모막 채취 검사나 양수 검사와 같은 진단 검사를 해야만 하는 상황이 올 경우에 대해서는 다음에 연재하고자 한다. 


"기형아 검사"라는 말로 돌아가서 마무리 짓자면, 이미 사회 속에 자리 잡은 말을 바꾼다는 것은 쉽지 않다. 나 혼자 "기형아 검사"라는 말이 싫어서 다른 말로 부른다 해도 결국에는 "아~ 기형아 검사 말씀하시는 거죠?"라는 답변이 나에게로 돌아오겠지. 마음 같아서는 "산전검사"나 "산전 스크리닝"이라고 부르고 싶지만, 그건 나에게 조금 더 힘이 생기고 나서 추진해보기로. 


Coming soon:

왜 35세인가?


눈과 비가 섞여서 주룩주룩 내리는 2월 뉴욕에서.

Arang Kim, MS, CGC

Certified genetic counselor

keyword
뉴욕에 살고 있는 유전상담사 김아랑의 브런치.
댓글

    매거진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서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