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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아랑 Feb 14. 2018

왜 35세인가?

만 35세 이상의 고위험 산모들

내 친구들만 놓고 보더라도 결혼하는 나이에 양극성이 나타난다. 아예 20대 초반에 일찍 결혼하거나 30대 중반을 넘겨서 하거나. 어른들이 말씀하시는 결혼 적령기인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에 결혼한 친구들은 20% 정도 될까? 물론 내 개인적인 통계니까 큰 의미는 없지만.


결혼을 하는 나이가 늦어지는 만큼 임신을 계획하고 출산하는 나이도 자연스레 늦어졌다. 산모의 나이가 많다고 해서 아이가 더 약하게 태어나는 것도 아니고, 뭔가 큰 문제가 생기는 것도 아닌데, 왜 만 35세만 넘으면 "고위험 산모"로 분류해서 더 많은 검사들로 특별대우를 받게 되는 것일까.


"고위험 산모" 카테고리에는 많은 산모들이 포함될 수 있다. 예를 들면:

출산 시 나이가 만 35세 이상인 산모

청소년 시기에 임신한 산모 (산모의 나이가 많이 어린 경우 태아의 신경관 결손의 확률이 높아짐)

이전 임신에서 태아가 염색체 질환을 가지고 있었던 경우

산전 진단 검사에서 특정 질환에 대해 양성 결과가 나온 경우

산모에게 만성질환이 있는 경우 (예: 고혈압, 당뇨, 발작 (seizure) 등)

다태아 임신인 경우 등


다양한 이유들 중에서 오늘은 산모의 나이 만 35세와 관련된 내용을 살펴보려 한다. "만 35세 이상 산모"라는 말의 기준부터 알아보자. "만 35세"는 아이를 임신했을 때의 나이가 아닌 아이를 출산할 당시의 나이를 말한다. 즉, 현재 만 34세이지만 아이를 낳을 때 만 35세이면 고위험 산모로 분류가 된다. 예를 들어보면, 아이를 출산하는 날이 2월 15일인데 산모의 생일이 2월 14일로 만 35세가 된다면, "만 35세"라는 기준이 적용되는 것이다.


그럼 도대체 왜 만 35세...만 35세...하는 것일까?


염색체 질환, 특히 다운증후군과 산모 나이의 연관성을 놓고 연구한 많은 논문들을 보면, 만 35세를 기준으로 매년 산모의 나이가 한 살씩 많아질 때마다 염색체 질환의 확률이 높아진다는 결론들이 보고 되어 있다. 만 35세를 기준으로 한 이유는, 아래 그래프에서처럼 만 35세"쯤"부터 선의 경사가 급격 해지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어딘가에 기준점을 두어야 했기 때문에 만 35세라는 기준을 세운 것뿐이지, 다른 엄청 난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니다.

출처: www.aafp.org


그럼 왜 나이와 염색체 질환에 연관성이 있는 것일까?


여성은 일생동안 (=생리를 하는 동안) 배란할 수 있는 난자의 개수가 약 300-400개 정도로 제한되어 있다. 태아 시기에는 약 7백만 개의 난자를 가지고 있다가 태어날 때 약 백만 개로 줄어들게 되고, 사춘기쯤에는 약 30만 개 정도밖에 남지 않는다. 이 30만 개 중 배란할 수 있는 난자의 개수가 약 300-400개 정도가 된다. 사춘기 때부터 배란되는 이 난자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그 숫자도 줄어들게 되고, 상대적으로 퀄리티도 떨어지게 되는 것이다.


왜 퀄리티가 떨어지는 것일까?

난소에 들어있는 난자들은 난자가 되기 이전 단계의 세포들인데, 배란이 되면서 난자가 되어간다. 난자가 되어가면서 세포분열을 하게 되는데, 나이가 들면서 그 세포분열 단계에서 상대적으로 실수가 많이 생길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우리 몸이 나이 든다는 것은 결국 우리 세포들이 나이 들어간다는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난자도 우리의 세포이기 때문에 "나이 드는 것"을 피할 수 없는 것이다.

세포분열 과정에서 실수가 많아진다는 것은 결국 특정 염색체의 수에 이상이 생길 수 있는 확률이 높아진다는 말이기도 하다. 예를 들면, 다운증후군의 경우 대부분 21번 염색체가 3개이다. 난자가 되기 위해 감수분열을 하는 세포가 그 과정에서 21번 염색체를 제대로 분리해내지 못해 난자로 21번 염색체 2개가 몰리게 되는 경우가 있다. 이 난자가 정자를 만나 수정을 하게 되면 21번이 3개가 되면서 다운증후군이 있는 태아가 만들어지게 되는 것이다. 다운증후군 케이스의 95% 정도가 21번 염색체를 3개 가지고 있는 경우인데, 이 중 93% 정도가 난자의 실수로 발생한다. 약 2%는 정자의 실수.


그렇다고 무조건 여성의 나이 탓만 해서는 안된다. 다운증후군을 포함한 염색체 질환들에는 다양한 이유들이 있다. 산모의 나이는 그냥 수많은 이유들 중 하나일 뿐이다. 또한 더 나아가, 유전질환이 발생하는 것은 그 누구의 잘못도 아니다. 내가 나의 부모님을 선택해서 태어난 것이 아니듯, 내 자식이 나를 선택해서 태어나는 것이 아니듯, 누구의 탓도 아닌 것이다.




산모들과 엄마들이 정보를 주고받는 인터넷 카페에서 만 35세라는 이유만으로 양수검사를 권유받았다는 글을 읽은 적이 있다. 나에게는 가히 충격적이었다. 만약 다른 이유가 있었으면 모를까 나이 때문에 권유받았다는 말에 적잖이 놀랐던 기억이 난다. 만 35세가 넘었다는 이유만으로 양수검사를 무조건 받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 물론 개인의 선택이지만.


그렇다고 양수검사를 받는 것이 그른 선택이라는 말이 아니라, 어떤 선택을 하든지 이유를 따져보고 왜 그런지 이해를 한 후 선택을 하는 것이었으면 좋겠다는 말이다. 의사 선생님께 질문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자. "내가 질문하지 않아도 알아서 다 말씀해 주시겠지," "내가 알아야 될 것들은 다 말씀해주셨을 거야" 하는 마음으로 병원에 가게 되면 무슨 검사를 받는 것인지, 왜 받는 것인지 하나도 이해 못한 채 집에 오게 될 수도 있다.


만 35세가 넘었다고 "쫄" 필요 없다. 고위험 산모로 분류되었다고 속상해할 필요도 없다. 다 확률이고 숫자다. 가장 중요한 것은 산모의 마음가짐이다. 유전상담이 한국에서도 하루속히 자리 잡아 산모의 마음가짐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수 있길!



하루 종일 배고픈 발렌타인 전 날 뉴욕에서.

Arang Kim, MS, CGC

Certified genetic counsel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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