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아랑 Feb 03. 2018

내 유전자와 친해지기.

언젠가는 쓸모 있을 유전자 이야기.

대학교를 다니던 시절, 전공 교수님께서 하신 말씀 중에 "조만간 USB에 내 유전정보를 가지고 다니면서 컴퓨터에 꽂아보기만 하면 내가 어디가 아픈지, 어떤 약이 더 잘 드는지, 어떤 치료 방법이 더 잘 맞을지 등에 대해 알 수 있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하신 말씀이 생각난다. 기억력도 나쁜 내가 거의 13년 전의 일을 기억한다는 것은 그만큼 충격적이었던 얘기였음에 틀림없다. 그 얘기를 듣고 13년이 지난 지금, 우리는 어디까지 왔을까?


USB에 유전정보를 담을 수 있게 되었다.

물론 그 데이터를 읽을 수 있는 소프트웨어가 컴퓨터에 깔려 있어야 열어볼 수 있지만.


저장된 유전정보를 읽을 수 있게 되었다.

물론 읽어도 무슨 뜻인지 모른다는 게 함정이지만.


우리가 이해하는 유전정보는 아직도 약 1%에 지나지 않는다. 유전정보를 읽을 수는 있지만, 이해는 못하고 있는 현실이다. 인간 게놈 프로젝트가 끝나고 많은 시간이 지났지만, 우리는 우리 스스로를 과대평가했던 것이다. 인간 게놈 프로젝트만 끝나면 다 이해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았던 것이다. 인간 게놈 프로젝트에 쏟았던 시간보다 어쩌면 몇 백배의 시간이 필요할 수도 있다. 물론 몇 백배의 시간을 들인다고 해도 완전히 이해할 수 있는 날이 올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이렇게 불완전한 이해 속에서도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시대에는 유전자 검사가 넘쳐난다. 다양한 이름과 방법들로 존재하는 유전자 검사를 선택하는 것이 어떤 이들에게는 희망을 쫓는 방법이 되기도 하고, 답을 찾는 과정이 되기도 하지만, 누군가에게는 그저 하나의 돈벌이 수단이 되기도 한다. 그 필요가 어떻든지 나를 만드는 유전자라는 놈이 뭘 하는 놈인지 알아둬야 손해 볼 일은 안 생길 테니까 열심히 읽어보고 기억해두자. 이 내용은 앞으로 소개하게 될 다음의 내용들의 기초가 될 것이다.


내 유전자와 친해지기.

왜 "기형아 검사"라고 부르는 걸까.

산부인과에서 들은 것들.

의사들은 들려줄 수 없는 이야기들.

특별한 공간에 갇힌 아이들. (자폐증과 유전학)

조금은 느린... (발달장애와 유전학)

안젤리나 졸리의 선택 (유방암과 BRCA 유전자 이야기)


이 외에도 다양한 의학유전학 이야기들을 통해 일상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어느 날 갑자기 의학유전학 서비스가 필요한 날이 왔을 때 겁내지 않고 나에게 가장 알맞은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게 되길 바란다.




내 유전자와 친해지기


우리 몸은 수억만 개의 세포들로 이루어져 있다. 이 중에 한 개의 세포를 가져다가 현미경으로 보면, 아래 왼쪽 첫 번째 그림처럼 가운데에 지렁이처럼 널려 있는 무언가를 볼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이 바로 염색체이다. 이 염색체들을 예쁘게 정리하면 두 번째(일반 여성의 염색체)와 세 번째(일반 남성의 염색체) 그림처럼 만들 수 있다.

출처: Greenwood Genetic Center

우리 염색체는 총 46개 -- 23쌍으로 이루어져 있다. 각 쌍에서 하나는 엄마로부터, 나머지 하나는 아빠로부터 물려받는다. 상염색체인 1번부터 22번 염색체까지는 남성과 여성 모두 같지만, 마지막 23번째 염색체는 성염색체로 여성과 남성을 구분해준다. X 염색체가 2개이면 여성, X 염색체 하나 Y 염색체 하나가 있으면 남성이다. 따라서, 옛날에 시어머니들이 며느리들한테 아들 못 낳는다고 구박하던 것은 말도 안 되는 얘기였던 것이다. 본인의 아들들 탓이었던 것인데...


참고

***난자나 정자는 감수분열이라는 것을 통해 염색체를 23개씩만 가지고 있다 (1-22, X 또는 Y). 그래야 정자와 난자가 만나 46개(23쌍)의 염색체를 갖는 수정란을 만들 수 있다. 여성은 X 염색체만 2개 가지고 있기 때문에 난자에 X 염색체만 있다. 하지만, 남성의 경우, X 염색체 하나, Y 염색체 하나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정자에 X 염색체가 있으면 난자의 X 염색체를 만나 딸을 만들게 되고, 정자에 Y 염색체가 있으면 난자의 X 염색체를 만나 아들을 만들게 되는 것이다.***

여성: 46,XX
남성: 46,XY


어쨌든. 다시 염색체 얘기로 돌아와서. 총 46개의 염색체 중 하나를 가져다가 자세히 보면 막 실타래처럼 꼬여 있는데, 이 꼬여있는 것을 풀어주면 우리는 비로소 DNA라고 불리는 것을 볼 수 있게 된다. 이 DNA에서 특별한 기능을 가지고 있는 부분/한 블록을 "유전자 (gene)"라고 부른다. 우리는 약 22,000여 개의 유전자를 가지고 있다. 각각의 유전자는 단백질을 만들어낼 수 있는데, 이 단백질은 호르몬을 만드는데 기여할 수도 있고, 세포분열을 하는데 관여할 수도 있고, 항체를 만드는데 쓰일 수도 있는 등 우리 몸의 전반에 일어나는 모든 일들을 주관하게 된다.

출처: Greenwood Genetic Center


위의 내용까지가 내가 말하고자 하는 핵심이다. 하지만 혹시 관심 있는 분들을 위해 유전자를 조금 더 깊이 들여다보면 -- 유전자는 엑손(exon)과 인트론(intron)이라는 부분으로 나뉜다. 엑손은 coding region이라고 불리는데, 그 의미는 단백질을 만들 수 있는 정보를 암호화하고 있는 부분이라는 뜻이다. 반면에 인트론은 noncoding region이라고 부르는데, 이는 직접적으로 단백질을 만드는데 기여하지 않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단백질을 만들 때는 엑손이라는 부분만으로 만들어진 RNA를 통해 단백질을 만들게 된다. 이것이 우리가 학교 다닐 때 배웠을 central dogma이다 (DNA -> RNA -> 단백질).


우리가 이해하고 있다고 말하는 부분은 대부분 엑손에 속한다. 엑손은 전체 유전물질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약 1% 밖에 되지 않는다. 따라서, 누가 "이 검사로 우리 유전정보를 다 알 수 있습니다"라고 얘기하는 사람이 있다면 우선 의심하고 봐라. 또한, "이 검사 결과로 100% 알 수 있습니다"라고 얘기하는 사람이 있다면 뒤도 돌아보지 말고 도망쳐라!




유전자 이야기는  정도 하면   같다. 앞으로 하게  이야기들의 기초를  닦은 느낌이다. 초중고 그리고 대학교를 통해 이미 배운 내용들일  있지만, 이렇게 읽어보니  생소하지 않은가. 나는 유전상담을 공부하기 위해  건너 미국까지 대학원을 와서야  내용을 막힘 없이 이해하고 설명할  있게 되었다. 나의 수십 번의 연습과 수백 번의 실전을 통해 얻어   결과물이 나의 독자들에게 딸기가 올라  생크림 케이크를 보는 것처럼 즐거운 눈요기가 되었길.



바람 쌩쌩부는 추운 2월의 뉴욕에서.

Arang Kim, MS, CGC

Certified genetic counselor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