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두각시

by 신하연

꼭두각시는 남의 힘에 의해 조종당하는 인형을 뜻한다. 부정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다. 자신의 의지가 아니라 타인에 의해서 휘둘리고 원하는 삶이 아니라 원치 않는 삶을 사는 게 꼭두각시다. 때로는 내가 꼭두각시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내가 원하는 게 아니라 남에게 맞춰주면서 살다가 결국 엄청나게 피로해지고 기진맥진해지는 것이다. 사람들과 관계를 맺으면 피곤해질 때가 많다. 타인은 원하는 게 많고 그걸 예의란 이름으로 채워주고 하다 보면 지친다. 원하지 않는데도 예의를 차리느라 행동을 해야할 때도 있다. 그런 게 싫어서 결국 아무도 만나고 싶지 않아진다.

생각해보면 사람들은 각자 원하는 게 있다. 그 원하는 걸 들어줄 상대를 계속해서 찾는다. 내가 어렸을 때만 해도 그러했다. 내 마음을 누군가 다 알고 이해해주기를 바랐다. 그런 존재가 있을 거라고 믿었다. 그러나 없었다. 적어도 내가 원하는 만큼은 아니었다.

사람과 관계맺는 게 두려워질 정도로 귀찮다.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서로하고 잘 지내는 건지 궁금하다. 아무리 좋은 사람을 선별하고 아닌 사람은 쳐내고 해 봐도 남는 사람들마저 피곤하게 할 때가 많다. 나는 사람들이 귀찮다.

내가 원하는 것만 하려고 해도 그게 가로막힐 때도 많다. 타인들은 이런 걸 수그리고 적당히 평범하게 사는 것 같기도 하다. 적당히 평범하게, 그게 가장 어렵다. 적당히 허영 부리고 자신을 내세우면서 자랑하고, 남을 은근히 깎아내리면서도 같이 어울리는 사람들이 나는 신기하다.

나에게 사람들이 많이 모인 곳은 항상 이상한 곳 투성이였다. 어떻게 저런 생각을 할까, 어떻게 저런 행동과 말을 할까, 낯설고 괴이하고 결국은 피하고 싶은 것들로 가득한 게 사람들이었다. 어떻게 하면 사람들을 사랑할 수 있을까? 자신의 욕망으로 가득한 사람들을.

그래서 내 곁에는 사람들이 많이 없다. 나는 사람들을 싫어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혼자 완전히 고립되었을 때 찾아오는 외로움이 또 나에게 사람들에게로 향하게 만든다. 이런 것에서 다 놓여나고 싶다.

오늘은 몸이 많이 피곤한 날이다. 몸에 피로가 가득 쌓여서 정신마저도 피로하다. 이렇게까지 피곤해진 이유를 생각해보니, 오늘은 내가 특히 꼭두각시처럼 군 날이다. 그렇지만 한줄기 의심이 나를 다그친다. 사람들이 이상한 게 아니라 내가 이상한 거라고, 나를 돌아보게 한다.

아무도 나에게 잘못한 게 없고, 모두가 나에게 친절하게 대하고, 모두가 나에게 호의적으로, 정이 가득하게 대했으며 나보다 더 자신을 낮추기까지 했다. 그런데 왜 이렇게까지 피곤해진 걸까. 내가 사람들이 많은 곳에 있으면 신경쓸 게 많아서 그런 것 같기도 하다. 정신을 곤두세우고 평범하고 예의바르게 행동하기 위해 애를 쓰느라, 사람들이 많은 곳이 불편한 것이다. 내가 원하는 대로 마음껏 행동할 수가 없으니까, 사람들 틈에 있으면 이런 저런 제약이 걸리는 게 어색한 것이다. 내가 사람들하고 많이, 자주 어울리지 않으니까 가끔 많은 사람들 틈에 있으면 힘이 드는 것이다. 내가 꼭두각시라 할 만한 것은 없었다. 아무도 나를 조종하지 않았고, 아무도 나를 괴롭게 할 의도가 없었는데, 내 마음이 너무 황량한 것뿐이다.

내 마음에 여유가 없고, 누군가를 위할 생각이 없고, 타인을 배려할 생각이 없으니까 이렇게 괴로운 것이다. 내 마음이 오히려 이기적이고, 내 욕망만 가득하며 성숙하지 않아서 타인이 들어올 공간이 없고 내가 자연스럽게 어울리지 못하는 것이다. 그러니 내 옹졸한 그릇이 많은 사람들을 받지 못하고 나 스스로가 작은 공간만을 계속해서 차지하고 있다. 그러니 조금만 사람들을 스쳐도 힘들고 피곤한 것이다. 조금만 익숙하지 않은 공간에 가도 바로 피곤해질 정도로.

내가 너그럽고 여유로운 마음을 가지고 있다면, 넉넉하게 사람들을 챙기고 정 있게 대할 수 있다면. 내가 이 옹졸하고 이기적이고 내 밥그릇만 챙기는 마음에서 벗어나서 조금만 더 크고 넓게 바라볼 수 있다면 좋을 것 같다. 내가 원하는 것만 하는 게 다가 아니라는 걸, 알고 싶다.

타인에 의한 꼭두각시가 아니고, 내 마음이 꼭두각시처럼 내 이기심에 의해 움직이고 있다는 걸 얼른 알고 싶다. 내 마음이 나로부터 자유롭지 않고, 나의 헛되고 자유롭지 못한 마음에 계속해서 조종당하는 게 문제라는 걸 제대로 이해해고 싶다. 모든 것의 근원은 내 마음에서 온다는 걸 깨닫고, 이 마음의 촘촘한 줄에서 벗어나고 싶다. 그리고 다른 사람을 이해하고, 품어주고 감사하는 마음을 더 낼 수 있다면.

그러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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