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남에는 헤어짐이 정해져 있다는 말. 어렸을 때는 이 말을 받아들이기가 어려웠다. 영원히 사랑하고 싶은 사람과 언젠가는 헤어져야 한다는 게 마음 아팠다. 내가 생각하는이별은 눈물 젖은 손수건, 힘없이 돌아서는 발걸음, 다시 돌아오라는 울부짖음 같은 거였다.
초등학교 교사가 되었다. 교사는 만남과 헤어짐을 반복하는 직업이다. 2월에 새로운 선생님들을 만나 인사를 나누고 3월에 새로운 아이들과 학부모들을 만난다. 7월에 잠시 헤어졌다가 8월에 다시 만나 1월에는 서로를 보내줘야 한다.
신규발령을 받은 첫 해, 3월의 첫 주말을 아직도 기억한다. 금요일에 아이들을 집에 보내고 혼자 엉엉 울었다. 주말에 아이들을 못 본다고 생각하니 눈물이 났다. 유난히도 헤어짐을 못 견디는 내가 이별을 반복하는 직업을 가진 게 아이러니했다.
시간이 쌓이면서 헤어진 아이들과 학부모들의 흔적이 난처해졌다. 아직도 휴대전화에 몇 년 전 아이들의 사진부터 학부모들의 연락처까지 고스란히 남아있다. 너무 많아서 감당은 안 되는데 지우자니 망설여진다. 이별은 슬프고도 불편한 일이다.
작년에는 슬프기는커녕 오히려 반가운 이별도 경험하게 됐다. 같은 학교에서 근무하던 동료 교사였는데, 말만 잘하고 잘하는 게 하나도 없는, 내가 싫어하는 부류의 사람이었다. 말을 말던가, 일을 잘하던가 둘 중에 하나만 했으면 좋겠는데 입만 살아서 나불대는 모양새가 늘 거슬렸다. 그러다 이별의 계절인 겨울이 왔는데 그 사람과 헤어질 수 있다는 게 축복처럼 느껴졌다.
거자필반
헤어짐에는 만남이 정해져 있다는 말. 이제는 이 말이 더 무섭다. 그 사람과 다시 만날 가능성이 아예 없지는 않기 때문이다.
계속 곱씹다보니 "회자정리 거자필반"은 사랑하고 사랑하고 또 사랑하라는 뜻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든다. 언젠가는 헤어질테니 헤어지기 전에 마음껏 사랑하라는 뜻. 언젠가는 다시 만날텐데 재회의 순간이 불편하지 않게 최선을 다해 사랑하라는 뜻.
문득, 최악의 사람은 만날 때보다 헤어질 때 더 반가운 사람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바짓가랑이라도 붙들고 싶은 사람까지는 아니더라도, 이별의 순간을 기다리게 만드는 사람이 되지는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다시 또 겨울이 왔다. 다행히 올 겨울에는 아쉬운 이별만 기다리고 있다. 헤어짐은 피할 수 없으니 함께하는 동안 더 힘껏 사랑해야겠다.
글쓰기로 우주정복을 꿈꾸는 브런치 작가들이 모여 팀라이트가 되었습니다. 팀라이트 매거진에는 매월 한 가지 주제를 선정하여 각양각색 이야기를 작가님들의 다른 시선과 색깔로 담아 갑니다. 이번 달 주제는 <이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