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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채원 Feb 10. 2020

집안일과 내 삶의 균형 찾기

지혜롭게 살아가는 방법을 찾을 수 있길

해도 해도 끝이 없는 집안일을 하다 친구한테 하소연을 했다.

"야. 도대체 집안일은 언제 끝나냐?"

"우리 할머니가 그랬는데, 관 짜고 들어가서 누워야 끝난대."

아.. 희망이 구나.


어차피 끝나지도 않을 거 열심히 해서 뭐하겠나 싶어 대충대충 설렁설렁하기 시작했다. 요즘 다들 중요하게 생각하는 워라밸(work-life balance), 나도 한 번 해보자 싶었다. 그래서 청소 한 번 하고 책 한 번 읽고, 설거지 한 번 하고 글 한 번 쓰고, 집안일 한 번 할 때마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한 번 했다. 효과는 확실했다. 스트레스가 줄었고 기분이 좋을 때가 많아졌다. 년에는 1년 동안 10권의 책을 읽었는데, 올해는 1월에만 7권의 책을 읽었다. 워라밸을 넘어서 life가 work를 이겼다. 처음에는 기가 끝났다는 소리를 무시하고 책을 읽어도 즐거웠고 쌓인 설거지를 뒤로하고 글을 써도 행복했다. 그런데 내가 눈치채지 못하는 사이에 먼지는 소복소복 쌓여갔고 정신없는 집안 꼴이 내 정신을 사납게 만들었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 다른 방법을 고민했다.


그리고 두 번째로 생각해 낸 방법출퇴근 시간을 정하는 것이다. 집안일이 힘든 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시작과 끝이 없다는 것이 나를 제일 힘들게 했다. 시작과 끝을 만들기로 했다. 단 출근은 7시로 정했다. 문제는 퇴근이었다. 둘째는 7시에서 8시 사이에 잠드는데 첫째는 9시에서 10시 사이에 재우려고 노력하지만 11시에 자기도 하고 12시에 자기도 한다. 나는 언제 퇴근할 수 있을까? 오랜 고민 끝에 10시에 퇴근하기로 했다. 그리고 남편한테 말했다.

"나 이제 7시에 출근하고 10시에 퇴근할 거야."

"아솜이가 늦게 자는 날은 야근도 할 거지?"

"아니. 난 무조건 칼퇴야. 10시 넘어서 생기는 일은 오빠가 다 해."

예상대로 남편은 반발했다. 그래서 내 계획을 다시 말했다. 7시부터 10시까지는 집안일만 하겠다고. 그 사이에는 책도 읽지 않고 글도 쓰지 않겠다고. 그러니 남편은 퇴근 후 10시까지는 조금 여유로운 마음으로 아이들과 놀다가 10시 넘어서 해야 하는 일은 맡아서 해주라고. 결국 남편도 동의했다.


온전히 내 시간이 생긴 것에 들떠서 온갖 계획을 세우기 시작했다. 6시에 일어나서 1시간 정도 산책을 할 생각, 10시가 넘으면 책도 읽고 글도 쓸 생각에 설렜다. 일주일이 지났다. 7시에 일어나면 다행이었고 10시는 책을 읽거나 글을 쓰기에 적합한 시간이 아니었다. 10시는 술을 마시기 좋은 시간이었다.


하루 종일 집안일만  했더니 집 상태는 확실히 좋아졌다. 그렇다고 만족할 수 있을 정도는 아니었다. 구석구석 들여다보는 시간이 늘어나니 손길이 필요한 부분도 더 많이 보였다. 해도 해도 끝이 없기만 한 줄 알았더니 하면 할수록 할 일이 늘어나기도 했다. 집안일, 너 진짜 어마어마하구나.


정신을 차리고 생각해보니 하루 15시간 노동은 말도 안 되는  생각이었다. 갑자기 늘어난 노동시간과 갑자기 없어진 여가시간에 내 몸은 쉽게 적응을 못 했다. 아솜이도 엄마의 변화를 눈치챘는지 자주 물었다.

"엄마, 나한테 왜 화 내?"

"아, 아니야. 엄마 그냥 빨리 말한 것뿐이야."


 격한 규이 있는 것도 아니고 어려운 상사가 있는 것도 아닌데 집안일과 삶의 균형을 찾는 일이 이렇게도 어렵다. 매일 아침 꼭 해야 할 일을 정해놓고 모든 일을 끝내면 내 시간을 갖는다던지, 퇴근 시간을 조금 당기고 중간에 휴식 시간을 넣는다던지 여러 가지를 시도해보고 나에게 맞는 방법을 찾아야겠다. 디 지혜롭게 살아가는 방법을 찾을 수 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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