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가족에겐 소소한 전통(?)이 하나 생겼다.
기념일이나 100일 같은 특별한 날, 어김없이 ‘인생네컷’을 찍는다.
물론 평소에도 스마트폰으로 아이의 모습을 자주 찍는다. 어느새 갤러리는 아기 사진으로 가득 찼고, 하루가 멀다 하고 자라는 모습이 담겨 있다. 그런데 늘 일상 속에서 무심코 찍은 사진은 어딘가 아쉽다. 흔들린 사진, 눈 감은 사진, 뒷모습. 예쁘지만 ‘이걸 액자로 뽑기엔 좀 그렇다’ 싶은 B컷들이 대부분이다. 그래서 우리는 특별한 날만큼은 인생네컷을 찍으며 가족의 시간을 기록하기로 했다.
처음은 아기가 태어난 지 100일 되는 날이었다. 작은 턱받이에 파스텔톤의 하늘색 옷을 입힌 아기를 안고 셋이서 사진기 앞에 섰다. 낯선 분위기에 아기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있었고, 우리는 웃으려 애썼지만 어색한 표정이 고스란히 사진에 남았다. 그 사진은 지금 봐도 어설프고 우습지만, 우리 가족의 시작이 담겨 있어 소중하다.
그 이후로는 특별한 이유가 없어도 가끔 인생네컷을 찍는다. 아기의 표정이 달라지고, 표정만큼 키도 쑥쑥 자란다. 가끔은 같은 옷을 입혀 찍기도 한다.
단 몇 달 사이 사진 속 모습이 달라져 있는 걸 보면 정말 '아기는 말 그대로 금방 큰다'는 말이 실감난다. 그렇게 찍은 인생네컷을 하나씩 벽에 붙여두면, 마치 성장일기를 넘겨보는 것처럼 시간의 흐름이 느껴진다.
초반에는 엄마가 '예쁜 옷 입혀야지', '머리 정리도 해줘야지' 하며 욕심을 냈다. 그런데 아기가 가만히 있질 않으니, 자연스럽게 포기하게 됐다.
이제는 가볍게 외출복만 입혀도 충분하다. 가끔은 재밌는 콘셉트로 장난스럽게 찍기도 한다. 그렇게 여유를 갖고 나니 사진 찍는 시간이 더 즐거워졌다.
어느새 우리만의 이벤트가 생겼다. 특별한 날이면 아기가 먼저 “사진 찍으러 가요!” 할 날도 멀지 않았다는 생각이 든다.
이렇게 하나둘 우리 가족만의 시간이 쌓여간다. 누가 시켜서 한 것도 아닌데, 가족이란 이름으로 무언가를 함께 만들어가고 있다는 감각이 들 때면 조금 벅차기도 하다.
가끔은 이런 생각도 든다. 나도 부모님과 이런 사진을 찍은 적이 있었을까.
그땐 왜 몰랐을까. 지금에서야 이해된다. 막막하던 하루하루 속에서도 가족을 위해 뭔가를 해보려는 마음, 특별한 순간을 남기고 싶은 마음. 그렇게 조금씩 부모가 되어갔던 거겠지.
인생네컷은 단지 사진 네 장을 남기는 것이 아니다. 그 안에는 아이의 웃음도, 아내의 눈빛도, 그리고 나의 어색한 미소도 함께 담겨 있다. 시간이 지나 이 사진들을 보며 우리는 분명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아기야. 우린 함께 자랐어. 아버지. 우리는 함께 가족이 되어갔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