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의 거울 속에서 나를 보다

by 볼통통알파카

아기가 새로운 말을 할 때마다, 또 처음 해보는 행동을 보여줄 때마다 마음 한쪽이 찡해진다. 단순히 말문이 트이는 순간이어서가 아니라, 그 안에 담긴 감정과 의미가 고스란히 전해지기 때문이다. 가끔은 내가 그 말을 처음 배운 것처럼 벅차오르고, 너무도 자연스럽게 '와, 진짜 많이 컸구나' 싶은 마음이 든다.

‘아이는 부모의 거울이다’라는 말을 예전엔 그냥 그럴 듯한 표현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요즘은 그 말이 마음에 깊이 박힌다.

이제 막 걷고 말문이 트이기 시작한 우리 아이는 아직 어휘도 부족하고 표현도 서툴지만, 그 안에 우리 부부의 말투와 행동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주위에서도 “아기가 진짜 엄마, 아빠랑 똑 닮았어요”라는 이야기를 자주 듣는다. 말뿐 아니라 작은 손짓, 표정 하나에도 익숙한 모습이 묻어난다.

최근에는 아기가 종종 짜증을 내는 모습을 보이는데, 그 모습을 보면서 불편한 마음보다 오히려 우리가 먼저 돌아보게 된다.

혹시 우리가 일상 속에서 짜증을 자주 내고 있었던 건 아닐까.

아이가 우리를 통해 세상을 배우고 있는 중이라는 사실을, 그 작은 표정 하나로 다시금 깨닫게 된다. 그래서 요즘은 아기에게 바라는 모습이 생기기보다, 우리가 어떤 모습을 먼저 보여주고 있는지에 집중하게 된다. 아이가 거울이라면, 그 거울 속에 내가 부끄럽지 않은 사람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하루를 시작하는 아기의 인사도 참 특별하다. 아침이면 아기는 조심스럽게 작은 발걸음으로 침실 문을 밀고 들어온다. 졸린 눈을 비비며 "아빠, 엄마" 하고 부르며 두 팔을 벌린다. 그리고는 꼭 안아주고, 작고 서툰 손으로 우리 등을 토닥인다. 마치 “오늘도 잘 부탁해요”라고 말해주는 것 같다. 그렇게 아기의 포옹으로 하루를 시작하면, 전날 밤의 피로도, 잠 못 든 새벽도 말끔히 씻긴다. 그 순간만큼은 모든 걱정이 멈추고, 마음이 따뜻해진다.

이런 아기의 행동을 통해 우리는 ‘어른’이 되어가고 있다. 부모가 된다는 건, 단순히 아기를 돌보는 것을 넘어 스스로를 계속 다듬고, 부족했던 나를 다시 배우는 과정이다. 아이를 통해 우리가 더 나은 사람이 되어가고 있다는 사실이 때로는 부끄럽고, 때로는 고맙다. 아이가 자라는 만큼 우리도 함께 자라고 있다는 걸 매일매일 느낀다.

육아는 분명 고되고 버거운 일이다. 하지만 그 안에는 말로 다 하지 못할 소소한 감동과, 성장의 순간들이 숨어 있다. 아이의 첫 걸음처럼 서툴고, 아이의 첫 말처럼 어눌하지만, 그 순간들이 모여 부모도 조금씩 단단해지고 있다.

‘나도 잘하고 있는 걸까?’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자주 던지는 요즘이지만, 아이가 우리를 바라보며 웃는 그 순간에 답이 있는 것 같다. 그 미소 하나면, 지금 이 길이 틀리지 않았다는 걸 믿게 된다.

아이와 함께, 우리는 오늘도 어른이 되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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