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가 자라는 만큼 나도 자라고 있다

by 볼통통알파카

아기가 커가는 걸 느끼는 순간이 있다. 터미타임 하던 방석 위에 누워 손을 허우적거리던 모습이 눈앞에 선한데, 이제는 같은 자리에 앉아 장난감을 두드리고, 웃고 떠든다. 예전엔 방석 위에 쏙 들어가던 몸이 이제는 앉아만 있어도 자리를 가득 채운다. 그 모습을 보다 보면, 과거의 장면과 현재의 모습이 겹쳐지면서 신기하고도 따뜻한 기분이 든다.

그런 아기의 모습을 보며 나는 자주 나 자신을 돌아본다. 그 시절의 나는 어땠을까. 아기가 처음 터미타임을 시작하던 시기, 나는 어떤 생각으로 하루를 보냈을까. 핸드폰에 저장해둔 사진과 동영상, 그리고 그 무렵 짧게 남겨둔 노트를 들여다보며 지금의 나를 되짚어본다.


나는 원래 계획을 세우고 움직이는 사람이다.

분 단위로 일정을 정리하고, 미리미리 준비해야 마음이 편한 스타일이었다. 주말이면 조용히 커피 한 잔을 마시며 책을 읽거나,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는 게 일상이었다. 그런데 아기가 생긴 이후로 나는 완전히 ‘즉각 반응형 인간’이 되었다. 아기가 눈을 뜨는 순간 하루가 시작되고, 그때그때 상황에 맞춰 움직이는 게 당연해졌다.

예전에는 ‘이건 내 스타일이 아니야’라고 생각하던 생활 방식이, 이제는 너무도 익숙해졌다.

처음에는 내게 맞지 않는 옷을 억지로 입은 느낌이었는데, 지금은 그 옷이 제법 잘 맞는다. 신기하게도 몸이 먼저 바뀌자, 마음도 자연스럽게 따라갔다. 육체의 피로를 핑계로 삼기보다, 내가 먼저 움직이게 되었고, 그 움직임 안에서 나름의 기쁨을 발견하게 됐다.


가끔 내가 가족을 위해 무엇을 하고 있는지 스스로 묻게 된다.

그럴 때면 블로그에 써둔 육아 일기나, 언젠가 글로 쓰려고 남겨둔 메모들을 다시 꺼내본다. 짧은 문장 속에서도 그때의 감정이 떠오르고, 내가 얼마나 많은 마음의 변화를 겪었는지 느껴진다. 어떤 날은 글을 쓰다가 스스로 감동하고, 어떤 날은 아기의 사진 한 장에 긴 한숨과 함께 미소를 짓기도 한다.

그리고 문득, 몸이 이렇게 변하고 마음도 따라왔는데, 건강은 잘 따라가고 있나 돌아보게 된다. 아기를 위해, 가족을 위해 열심히 움직이려면 내 건강이 먼저라는 생각이 들어 운동을 다시 시작했다. 단순히 체력을 기르기 위한 운동이 아니라, 앞으로 더 오래 함께하고 싶은 마음이 담긴 행동이다.


아기는 하루가 다르게 새로운 말을 하고, 새로운 행동을 보여주며 자란다. 그런 모습을 지켜보며 나도 매일 조금씩 변화하고 있다. 나는 지금 아기와 함께 과거의 나를 돌아보고, 미래의 나를 준비하는 중이다.

단순히 부모가 되었기 때문만이 아니다.

내가 책임지고 싶은 존재가 생겼고, 그로 인해 내 삶이 더욱 선명해졌기 때문이다.

이제 나는 더 이상 예전의 나 혼자만을 위해 살지 않는다. 아기의 눈빛, 웃음, 울음 하나하나가 나의 하루를 이끄는 방향이 되고 있다.

이런 내가 될 수 있도록 항상 지켜보고 도와주는 와이프의 응원덕분에 우리는 함께 자라고, 함께 배우며 하루하루를 채워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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